"저희(금융감독원)도 업계의 애로사항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 중이고 이런 것(노력)들이 이번 달, 다음 달쯤 외부에 공표될 수 있을 것이다…(중략)…실질이 아닌 회계적 이유로 혼란이 초래되거나 소비자 신뢰가 추락하는 것이 재발하면 안 된다는 근본적인 목표가 있다…(중략)…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아무래도 단기 평가를 좋게 하려는 유인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숫자의 왜곡을 가리는 건 저희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보험업계가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의 회계적용 방식을 두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이복현 금감원장이 이르면 이달 내 관련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말했죠.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결론부터 말하면 금융당국은 소급법 적용을 고집하는 회사들의 요구 일부를 수용하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해당 보험사들의 사활을 걸고 입장을 고수하는 데다, 당국의 가이드라인 제시가 사달의 원인인 만큼 이를 결자해지하자는 차원으로 풀이됩니다.
보험업계 재무제표의 '대혼란'
보험사들이 전진법을 주장하는 회사, 소급법을 주장하는 회사 두 갈래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는 건 금융당국이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등 계리적 가정에 대한 IFRS17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난 뒤부터 입니다.
IFRS17 도입 이후 올해 1분기 일부 보험사 실적이 확 좋아지자 이를 바로잡고자 한 건데요.▷관련기사: '보험사 실적잔치는 오해' 금감원이 나선 이유(5월21일)
간단히 말하면 일부 보험사들이 공격·낙관적인 계리적 가정을 사용해 최선추정부채(BEL)를 낮게 잡아 핵심 수익성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을 부풀렸다는 의심이 있었던 겁니다. ▷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①IFRS17발 보험업계 혼란, 왜?(6월9일)·▷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②금융당국 '보수적' 지침, 보험사 지표 '흔들'(6월10일)
전진법은 회계상 변경효과를 당해년도 및 그 이후 기간의 손익으로 전액 인식합니다. 반면 소급법은 회계상 변경효과를 과거 재무제표까지 반영해 당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뜻하죠. ▷관련기사: [보푸라기]전진법이냐 소급법이냐, 그것이 문제로다(6월24일)
기업회계의 경우 계리적 가정이 바뀌면 전진법과 소급법 중 택일해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해요. 가정이 바뀌기 전과 후 재무제표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죠. 변경사유는 △회계 정책의 변경 △회계 추정치의 변경 △회계 오류의 수정 등 3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 근거를 설명해야 하고요.
보험상품 비중따라 기준변경 효과 달라
회계업계에서 전진법을 적용할 경우 재무제표 변동 사유는 (회사 자체적인) '회계 추정치의 변경'이 원칙이라고 합니다. 금융당국도 전진법을 염두에 두고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런 의중을 읽은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전진법을 사용하겠다고 손을 들었다고 알려졌죠.
하지만 일부 회사들이 끝까지 '회계 정책의 변경'으로 보고 '소급 적용(소급법)'을 고수하면서 논란이 커졌습니다. 이들은 금융당국과도 대립각을 세웠죠.
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을 비롯해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등이 소급법 적용을 주장해 왔습니다. 손해보험사들이 더 많은 이유는 실손의료보험 비중이 생보사보다 커 실적이 더 출렁일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지난달 금융당국은 실손보험 손해율에 대한 계리적 가이드라인을 먼저 내려보냈고요.
왜 그랬을까요? 전진법을 적용하면 이들 회사의 2분기 당기순이익이 1분기보다 대폭 깎이기 때문입니다. 1분기에는 BEL을 공격·낙관적으로 계산해 CSM을 크게 잡아놨는데 2분기에는 가이드라인 적용 탓에 그럴 수 없으니까요. 그러니 소급법을 써 1분기와 2분기 순이익의 편차를 줄이는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겁니다.
☞<[인사이드 스토리]②결국 내탓은 없고 네탓만>으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