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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푸라기]전진법이냐 소급법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 2023.06.24(토) 07:01

금융당국 IFRS17 관련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 제시
일부사, 대규모 손실 반영 우려…소급법 적용 모색

/그래픽=비즈워치

최근 금융당국이 실손보험 손해율,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등 기초가정에 대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각 보험사에 내려보냈답니다.

보험사들이 공격·낙관적인 계리적 가정을 사용해 미래 수익의 원천이 되는 보험계약마진(CSM)을 부풀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죠. ▷관련기사 : [인사이드 스토리]②금융당국 '보수적' 지침, 보험사 지표 '흔들'(2023년 6월10일)

이에 따라 금감원이 잡은 가이드라인은 보수적일 게 뻔하고요.

보험사들은 가이드라인 적용에 따라 재무제표에 '전진적용(전진법)' 또는 '소급적용(소급법)'으로 회계 처리를 해야 하는데요. 전진법을 택한 회사들은 금감원의 가이드라인을 제시 결산시점 및 그 이후 기간에 손익으로 인식한다는 거고요. 소급법은 과거 재무제표까지 전체적으로 반영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하면 쉬워요.

대부분의 보험사와 회계법인은 전진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일부 보험사들이 소급법으로 회계처리를 하겠다고 금감원에 넌지시 의견을 내서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대요.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현대해상·DB손해보험 등이 소급법을 검토하고 있는 회사"라고 귀띔했는데요. 정작 이들 회사는 "최종 회계처리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서도 몇몇은 "전진법 사용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했고요.

일부 보험사들이 소급법을 검토한 이유는 뭘까요. 가령, A보험사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계리적 가정을 사용해 올 1분기 1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이 났다고 공시했습니다. 그런데 금융당국이 마련한 IFRS17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순이익을 계산하니 2분기는 500억원으로 뚝 떨어지는 거예요.

선택지는 두 가지입니다. 반 토막 난 순이익을 그대로 노출하든지(전진법), 금감원이 준 보수적인 가이드라인을 1분기에도 적용해 순익을 600억원으로 다시 계산하고 2분기와 격차를 줄이는 거죠(소급법).

전진법을 주장하는 회사들은 "소급법을 쓰는 보험사들은 지난 1분기 실적 부풀리기를 사실상 자인한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속내가 복잡해요. 무·저해지보험 해지율과 관련한 금감원의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는 2분기에는 대다수 보험사들의 실적 하락이 예견되는데요. 이미 내부적으로 전진법을 확정한 보험사들은 이익 지표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전략적으로' 소급법을 고려할 보험사들이 많아질 게 싫은 거예요.

/그래픽=비즈워치

소급법을 쓰는 회사가 많아지면 주식시장에서 보험주(株) 전체의 평판 리스크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와요. 회사의 오류를 인정하고 주요 이익 지표들을 새로 갈아 끼운다는 건 보수적인 금융권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죠. 이런 탓에 투자자들의 시선이 어떻게 변할지 두렵다는 겁니다.

(사실상 금감원 가이드라인에 의한 재무제표 변경이기 때문에 회계 추정 변경에 의한 수정이 더 정확합니다. 하지만 금감원이 감독규정 변경 등 강제적인 방법을 쓴 게 아니라 보험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권고'한 것이기 때문에 보험사들이 소급법을 쓰면 '오류 수정'이라고 재무제표 변경 사유를 들어야 한답니다.)

반대로 소급법을 주장하는 보험사들은 비교 정확도를 근거로 들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전년 또는 전분기와 실적 비교 가능성을 높이려면 바뀐 기준을 소급해서 보는 게 더 낫다는 거죠. 다만 나서서 이런 주장을 펼치기는 어렵다는 입장으로 알려졌습니다.

IFRS17을 둘러싼 회계조작 의혹이 언제 불거질지 모르는 만큼 금융당국도 도끼눈을 뜨고 감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보푸라기]는 알쏭달쏭 어려운 보험 용어나 보험 상품의 구조처럼 기사를 읽다가 보풀처럼 솟아오르는 궁금증 해소를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을 궁금했던 보험의 이모저모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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