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생명보험업계에서 5~7년만 보험료를 내면 완납환급률이 100%를 넘기는 단기납 종신보험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종신보험에 단기납이라 월납입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비싼데 일부 생보사들이 이례적으로 신용카드 납부까지 허용하면서 영업에 날개를 달았다고 합니다. 지난달에는 업계 2위사 한화생명이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에 매진해 업계 1위 삼성생명의 신계약 실적을 앞지르는 이변이 나타났다고 하고요.
물론 한화생명의 무서운 질주 뒤에는 이런저런 뒷말도 무성합니다. "대형사 시책(수수료외 판매격려 수당) 경쟁에 불을 붙인 보험사", "설계사 본인 및 가족이 단기납 종신에 든 경우에도 이례적으로 시책을 제공해 과열 양상 부추겼다" 등이 그것이죠. ▷관련기사 : 생보업계 치열해진 단기납 종신보험 전쟁(6월15일)
시장 분위기가 과열되자 금융당국도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에 제동을 걸었고요. 이르면 8월 말이나 9월초쯤 완납환급률이 100% 아래로 내려갈 전망이라고 합니다. 보험가입을 주저하는 금융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해야 하는 만큼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식의 절판 마케팅이 가열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죠.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단기납 종신보험이 진짜 이득일까요?
단기납 종신보험은 기존 10~20년으로 길었던 납입 기간을 5~7년으로 축소한 상품입니다. 월납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해지환급금이 납입한 보험료의 100%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게 설계돼 있죠.
생보업계는 5년납에 108%, 7년납에 110%까지 낸 보험료를 환급해주는 상품도 찾아볼 수 있다고 해요. 영업현장에서 일종의 저축 컨셉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된거죠. ▷관련기사 : [보푸라기]'종신보험=저축·연금' 오해…이것 때문(3월4일)
높은 판매고를 올린 한화생명의 H3종신보험 환급률 예시 자료를 볼게요. 40세 남자가 보험료 30만원을 내는 5년납 종신보험에 가입했을 경우, 그간 낸 보험료(1800만원) 대비 5년 완납시 1823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환급률은 101.3%죠.
5년간 매월 30만원씩 보험료를 꼬박꼬박내면 23만원을 더 챙길 수 있다는 거예요. 여기에 5년간 완납한 뒤 보험을 바로 깨지 않고 묵혀 놓으면 10년 후엔 환급률이 113.5%로, 20년 후엔 133.1%로 뛰죠.
문제는 5년간 보험료를 다 내지 못했을 경우예요. 이런 단기납 종신보험은 비싼 보험료를 낮추기 위해 상품 기획부터 저해지 성격을 혼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해지보험은 월 보험료가 일반보험보다 훨씬 싼 대신 중도해지시 해지환급금이 없거나 상대적으로 훨씬 적은 상품입니다.
한화생명의 환급률은 예시 자료에서는 없지만, 5년 완납을 하지 못하고 중간에 보험을 깨면 그간 낸 보험료의 절반도 건지지 못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애초에 보험을 유지할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가입조차 하지 않는 게 낫다는 얘기죠.
사실 환급률이 그렇게 매력적인 것도 아니랍니다. 당장 은행만 가도 원금을 보장해주면서 연 3%의 이자를 보장해주는 적금 상품을 심심찮게 볼 수 있죠. 연 3% 이자에 매월 30만원을 붓는 적금에 들었을 경우, 5년후 찾을 수 있는 돈이 1916만원입니다. 과세된 이자 15.4%(약 21만1300원)를 떼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을 드는 이유가 있겠죠. 무엇보다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니 중간에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 사망보장이 가능한 장점이 있고요. 요새는 종신보험도 가입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망보험금이 단계적으로 증가하는 체증형 상품이 많죠.
보험금을 증가시켜서 물가상승률에 따른 화폐가치 하락을 방어해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완납 후에는 연금보험이나 치매보험 등으로 전환할 여지도 남겨놨죠. 이런 기능도 충분히 고려한 뒤 단기납 종신보험 가입을 고려하라고 보험업계 사람들은 조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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