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급률 단기납 종신보험의 시장 진입이 사실상 차단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불완전판매 및 보험사의 수익성·건전성 악화 등을 이유로 단기납 종신보험의 환급률 하향을 유도하는 상품 개정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5·7년 단기납 종신보험은 무·저해지환급형 구조로, 납입 기간에는 해약환급금이 매우 적다가 10년 이상 유지한 뒤 보험을 깨면 그간 낸 보험료에 높은 보너스를 얹어 돌려주는 방식으로 판매되고 있다. 보너스를 노린 무더기 해지가 발생하면 보험사 손실이 커지고 보장성 보험(종신보험)을 은행 적금 처럼 판매하면서 불완전판매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관련기사 : [보푸라기]새해 벽두 종신보험 환급률 전쟁…ABL도 참전(1월20일)·단기납 종신보험이 '변종 영업' 마지막?…생보사 "또 나온다"(1월30일)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8일 '무·저해지 환급형 종신보험 상품개발·판매 관련 감독행정' 협의 안내문을 생명보험사들에게 발송했다. 무·저해지환급형 단기납 종신보험의 각 해지 시점별 환급률 한도를 사실상 하향 조정하고, 해지율을 일시납 연금수준으로 높여 회사들의 수익성 및 건전성 악화를 대비토록 하는 게 핵심이다. 큰 틀에서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을 합리화 할 가이드라인이 나온 것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감독당국이 전날까지 생보사들의 의견을 취합했다"며 "가이드라인에 맞춰 환급률을 끌어내리지 않으면 향후 판매중단을 권고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보업계는 각사별로 단기납 종신보험의 환급률 재조정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3~4월은 대대적인 보험상품 개정의 달로 여겨지는데, 이에 맞춰 생보사들이 120%대로 맞춰진 단기납 종신보험의 환급률을 110%대 또는 그 아래로 끌어내릴 수 있다고 업계는 추측한다. 생보사 한 관계자는 "협의 안내문에 따라 계산한 환급률을 회사별로 금감원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달 한화·교보·NH농협·동양·하나생명 등 국내 주요 생보사가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을 130%대에서 120%대 수준으로 축소했다. 과당경쟁에 따른 불완전판매 가능성과 건전성·수익성 저하 우려로 금감원이 현장점검을 벌이자 업계가 눈치를 보며 반강제적으로 환급률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협의 안내문이 가이드라인으로 확정되면 보험사를 위협하는 고환급률 단기납 종신보험 출시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다양한 시뮬레이션 결과 130%대 환급률은 나올 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금감원은 보험감독업무세칙 등을 통해 상품 구조나 설계에 일부 개입할 수 있다. 다만 환급률 조정은 시장에서 결정돼야 하는 가격 문제이고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차단할 수 있어 적극적으로 제한키 어렵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