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년 단기납 종신보험 인기가 시들해지자 생명보험사들이 '환급강화형' 단기납 종신보험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일반 암 진단을 받거나 50% 이상 후유장애를 입으면 낸 보험료를 모두 돌려주고 10년 계약해지 시 낸 보험료의 약 120%를 지급해주는 변종 단기납 종신보험이다. 금융당국 등쌀에 낮아진 해지환급률을 건강보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메꾼 것이다.
그런데 일부 설계사들이 "암에 걸리면 로또를 맞는다"며 이 상품을 팔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암 진단 또는 후유장애 시 차후 보험료 납입을 면제해주는 납입면제 기능을 이용하면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않고 수 천만원에서 억 원대 해지환급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식이다. 유동성 리스크 등 기존 단기납 종신보험의 문제를 그대로 안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낳고 있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KDB생명은 '더블찬스 종신보험'을 출시했다. 5~7년 동안 보험료를 내고 10년 시점에 계약을 해지하면 낸 보험료의 약 120%를 돌려주는 단기납 종신보험이다. 암 진단 또는 상해·질병으로 50% 이상의 후유장애를 입으면 그동안 낸 보험료를 모두 돌려받는다. 또 납입면제 대상이 돼 앞으로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계약이 유지된다. 10년간 보험을 묵히면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고 목돈을 챙길 수 있다.
가령 7년납 상품에 가입해 매월 100만4850원을 내던 40세 남성이 계약 후 5년 뒤 암에 걸리면 그동안 낸 보험료 6029만원을 돌려받는다. 또 앞으로 7년 완납까지 내야 할 보험료 2411만원은 납입면제가 된다. 다시 3년이 지나 계약을 해지하면 낸 보험료의 124.6%인 1억432만원을 해약환급금으로 받는다.
이렇게 되면 가입자가 낸 총납입보험료는 0원, 수익은1억432만원이다. 암이나 후유장애에 걸리지 않더라도 낸 보험료 이상을 10년 해지 시 돌려줘 가입자가 손해볼 것 없다는 설명이다.
한화생명이 이달 초 내놓은 '암플러스 종신보험', 삼성생명이 올해 초 출시한 '생애보장보험'도 따져보면 비슷한 상품이다. 보험료 납입기간 중 암에 걸리면 그간 낸 보험료를 100% 환급해주고, 한화생명의 경우 사망보험금도 2배나 불려준다. 납입면제 기능도 그대로다. 기존 단기납 종신보험에 암 등 건강보험을 결합시켜 건강보장과 높은 해지환급금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는 게 셀링 포인트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생애보장보험으로 지난 1~2월 30억원가량 판매고를 올린 것으로 안다"며 "다만 일부 보험설계사들이 '암에 걸리면 로또에 맞는다'는 식의 암테크(암+재테크)를 부추기고 있어 향후 불완전 판매 등 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존 대비 해지환급률이 낮아졌지만 납입면제 조건을 넣는 방식으로 보험사의 재무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납입면제 대상인 고객이 10년 후 대량으로 보험을 해지하면, 받은 보험료는 사실상 없는데 지급해야 할 보험금은 일시적으로 크게 늘어나 보험사 유동성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여기에 종신보험 비과세 혜택 폐지 가능성도 아직 뚜렷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관련기사 : 고 환급률 단기납 종신보험, 사실상 퇴출 수순(3월5일)
많이 판매할수록 손실이 날 가능성이 많은데도 단기납 종신보험에 목을 매는 이유는 새 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라 새 수익성 지표인 계약서비스 마진(CSM)을 확보하기 위해서로 분석된다. 단기납 종신보험의 CSM 환산배수는 10배로 알려졌다. 저축성보험(CSM 환산배수 2~7배)보다 크게는 5배 정도 높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생보 주력인 종신보험 수요가 떨어진 상황에서 손해보험업계 텃밭인 건강보험 영역에 진출하려면 환급형태로 고액 자산가들을 잡는 방법밖엔 없다"며 "이미 10년전 손보업계에서 비슷한 상품이 판매됐지만 높은 손해율 등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