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과 삼성카드가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공시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주주환원율 50% 달성 목표를 제시했다. 다만 구체적인 목표시점 등이 제시되지 않아 성에 차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특히 삼성생명의 경우 삼성전자 지분 활용을 통한 추가 주주환원 기대가 꾸준히 제기돼 온 만큼 구체적인 배당 활용 방안이나 자본 정책이 제시되지 않은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는 실망감도 있다.
같은 삼성 금융계열사인 삼성화재가 주주환원 목표 시점과 자본 지표 등을 포함한 비교적 구체적인 밸류업 로드맵을 제시했던 것과 대비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카드는 지난 19일 밸류업 공시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주주환원율 50%를 달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두 회사의 이번 발표는 정부의 세제 개편과 맞물려 있다. 지난해 12월 조세특례제한법이 개정되면서 올해 1월 1일부터 주식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가 도입됐다. 또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개정안은 배당소득 과세특례 대상기업(고배당 기업)의 공시 방법을 규정한다.
고배당 기업은 매년 사업연도 결산 이후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익배당을 결의한 다음 날까지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제출시스템을 통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해야 한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1월 밸류업 공시를 했고, 올해는 밸류업 이행현황을 밝혔다.
원론적 수준…첫 해 '약식 공시' 영향
삼성생명과 삼성카드의 이번 공시가 방향성 제시 수준에 그쳐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주환원율 50%라는 목표는 제시됐지만 구체적인 달성 시기나 단계별 로드맵, 자사주 활용 계획 등 핵심적인 실행 전략은 포함되지 않았다.
올해 제도 도입 첫 해라는 점을 감안해 공시 내용이 간소화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당국은 첫 해에는 △배당소득 과세특례 요건 충족 여부 △자기자본이익률(ROE) 및 배당성향 목표 △자본적지출(CAPEX) 목표 등 핵심 사항만 기재하는 약식 공시를 허용했다.
삼성생명은 이번 공시에서 보험을 넘어 고객의 리스크·건강·자산을 관리하는 라이프케어 복합금융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동시에 중장기 주주환원율 50% 목표와 함께 지급여력비율인 K-ICS 비율을 중장기적으로 180% 이상 수준에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카드는 △회원 수 확대와 이용 효율 제고를 통한 시장지배력 강화 △삼성금융 통합 앱 '모니모'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경쟁력 확대 △결제시장 관련 신사업 추진 등을 통해 미래 수익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주주환원율을 중장기적으로 50%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생명, 전자 지분 매각 이익 활용 방안은?
특히 삼성생명의 경우 최대 관심사는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활용 방안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어 향후 자본 정책과 주주환원 전략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그러나 이번 공시에서는 해당 지분과 관련한 구체적인 활용 계획은 제시되지 않았다. ▷관련기사: 삼성생명·화재, 삼성전자 지분 1.5조 매각…금산법 리스크 해소(3월19일)
삼성전자 지분 매각과 배당 활용 방안은 컨퍼런스콜(IR)에서도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질문이다.
지난달 결산 IR에서 이완삼 삼성생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5년 배당 결정 시 경상이익뿐 아니라 지난해 2월 발생한 삼성전자 지분 매각 이익도 배당 재원에 포함했다"며 "앞으로도 이 같은 기본 방향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전자 지분 매각 발생 시점과 규모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고 변동성이 크다"며 "매각 이익에 대해 특정 배당 지급률을 정해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대신 회사는 일정 수준 이상의 지급여력비율을 유지하는 범위에서 당기순이익과 삼성전자 지분 매각 이익을 함께 고려해 주당 배당금을 꾸준히 늘리는 방향을 우선 목표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카드 역시 지속적인 주주환원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익 기반 확보가 과제로 꼽힌다.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과 조달 비용 상승 등으로 수익성 압박이 커지고 있어 추가 성장 동력 확보가 필요하다.
삼성화재와 대비…증권가 "구체성 없어"
이같은 공시 수준은 앞서 밸류업 계획을 밝혔던 삼성화재와 대비된다는 평가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1월 공시에서 중장기 K-ICS 비율 220%, ROE 11~13%를 목표로 제시하고 2028년까지 주주환원율 50% 달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보유 자사주 비율도 5% 이하로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삼성화재의 K-ICS 비율은 263%, ROE는 약 11%, 주주환원율은 41.1% 수준을 기록했다. 자사주 비율은 13%대다.
시장에서는 향후 IR 등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밸류업 계획이 제시될지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밸류업 정책과 투자자 소통 측면에서도 밸류업 로드맵 발표를 계속 미루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최소 올 상반기께는 보다 구체적인 계획이 제시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이번에는 기업가치제고계획을 간소화 형태로 공시했지만, 해당 공시를 통해 설정된 목표와 계획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공시는 제도상 필요한 최소한의 내용만 담긴 수준으로 아직 정식적인 밸류업 정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삼성전자 관련 이익을 어떻게 주주환원에 활용할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자본 배치 방안이나 의사결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주당배당금(DPS)의 안정적 우상향을 강조하면서 배당 안정성은 확보했지만,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저하됐다"며 "향후 밸류업 정책이 발표된다면 삼성전자 관련 이익의 주주환원 방식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