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단기납 종신보험은 기본적으로 비과세 대상이라는 해석을 내렸다. 다만 해지환급률 등을 고려해 '순수보장성' 보험이 맞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업계는 종신보험은 순수보장성 보험이라는 기존의 분류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어제(9일) 기획재정부는 단기납 저해지 환급형 종신보험이 순수보장성 보험일 때 과세 여부를 묻는 국세청 질의에 대해 "순수보장성 보험인 경우 저축성보험의 보험료 합계액 계산에서 제외된다"고 답했다.
기재부는 다만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별 보험 상품의 해지환급률, 보험료 납입규모, 특약유형 등을 고려해 사실 판단할 사항"이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환급률 따라 '저축성' vs '순수보장성' 판단
단기납 종신보험은 납입 기간 10년 미만의 종신보험을 뜻한다. 종신보험은 가입자가 사망하면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순수보장성 상품으로 통상 납입 기간은 10~30년이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납입 기간을 대폭 줄이고 사망 전에 해지할 때도 원금 이상을 환급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런 특성이 '저축성 보험'에 가깝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금융당국의 제재가 시작됐다. ▷관련 기사: 단기납 종신보험 비과세 혜택 논란…생보업계 빨간불(1월25일)
저축성 보험일 경우 과세 대상이 될 수 있어 업계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에 지난 2월 생명보험협회와 국세청이 비과세 여부를 기재부에 문의했고, 5개월 만에 답변을 받은 것이다.
기재부의 이번 답변에 따라 단기납 종신보험은 기본적으로 비과세 자격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환급률이 높은 일부 상품은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은 남아 있다.
국세청은 기재부의 의견을 고려해 구체적인 과세 기준을 세울 예정이다. 기준 발표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국세청 관계자는 "보장성 보험에 이자 개념이 있다면 수익이 발생하는 것이고, 이는 과세 대상"이라며 "순수보장성이라면 보장만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국세청에 공이 넘어왔으니 관련 부서에서 명확한 기준을 위해 검토할 것"이라며 "아직 어떤 방식으로 어떤 시점에 발표할지를 말하기는 이르다"고 덧붙였다.
"단기납 종신보험, 보장성인데"…저축성 어떻게 판단?
기재부의 답변이 나왔지만 단기납 종신보험 비과세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생보업계는 단기납 종신보험 역시 일반 종신보험과 마찬가지로 계약자의 사망 시 보험기간이 종료되기 때문에 순수보장성보험이라는 입장이다.
보험업감독규정에 따르면 순수보장성보험은 생존시 지급되는 보험금이 없는 보장성보험을 뜻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종신보험의 만기는 사망 시고, 단기납 상품도 마찬가지로 생존시에는 보험금이 전혀 지급되지 않는다"며 "중도해지 시 환급률이 높기 때문에 저축의 성격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지만, 규정 그대로 적용하면 보장성이라고 보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각사가 충분한 분석을 거쳐 도출한 환급률을 정부가 임의로 조정한다는 불만도 계속된다.
올해 초 생보업계는 앞다퉈 최대 135%의 고 환급률 상품을 내놨다. 생보사의 주력 상품인 종신보험의 다변화를 꾀하고 짧은 기간에 고수익을 올리길 원하는 최근 투자 트렌드를 반영했다. 새 회계제도인 IFRS17에선 보장성 보험이 실적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 순수보장성인 종신보험 특성상 '비과세' 대상으로 간주되면서 소비자들의 호응도 이어졌다.
문제는 시장에서 해지 환급금을 '이자'로 인식하면서 발생했다. 순수보장성인 종신보험의 성격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왔고, 사실상 저축성 보험이라면 과세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현재 생보업계는 125% 수준으로 환급률을 하향한 상태다.
환급률이 높은 상품 등이 과세 대상으로 분류된다면 가입자는 해지 시 관련 법에 따라 이자에 대한 세금을 납부해야 할 수 있다. 15.4%에 달하는 이자소득세율이 부과된다면 소비자들의 관심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과세를 피하고자 환급률을 낮추더라도 시장에서 외면받을 가능성은 마찬가지다. 보험료가 소폭 낮아질 수는 있겠지만, 예·적금 금리와 환급률이 비슷한 수준이라면 중도 해지 시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종신보험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현재 금융당국에서 종신보험을 순수보장성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단기납이라고 해서 보험의 성격이 바뀌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저축성 보험인지를 구분할 딱 떨어지는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전혀 현실성이 없는 규제"라고 말했다.
이어 "과세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판매량이 줄 수밖에 없고, 환급률을 낮춘다면 보험료는 좀 저렴해질 수 있겠지만 예·적금과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이러나 저러나 단기납 종신보험 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