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당경쟁 논란을 일으킨 단기납 종신보험에 대해 자율시정을 권고한 금융감독원이 동시에 생명보험사에 환급률 및 시책 등을 매일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험사에 보장(담보)금액을 늘리거나 새 담보 개발 시 일일 보고하라고 주문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일률적인 가이드라인 대신 업계 자율에 맡겼지만 높은 환급률을 내세운 경쟁이 다시 벌어질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보험업계는 "시장 자율성을 해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5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20일부터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과 시책 변동 현황을 금융사 자료제출 요구 시스템(CPC)을 통해 보고받고 있다. 생보협회에 각 보험사 단기납 종신보험의 현행 환급률 수준이 적정한지 평가하고 자율시정에 나설 것을 권고한 시기와 맞물린 것으로 추정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업계 주요 이슈에 대한 모니터링 차원"이라고 했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보험료를 5~7년간 납부한 뒤 가입을 10년 이상 유지하면 낸 보험료의 최대 30% 이상을 해지환급금으로 돌려주는 상품이다. 연초부터 생보사들은 130%대 환급률을 내세워 과당경쟁을 벌여왔다. 금감원은 사망 보장이 기본인 단기납 종신보험이 사실상 저축보험처럼 판매돼 불완전판매 등 소비자 혼란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업계에 현장점검과 함께 환급률을 낮추기 위한 9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가령 계약자가 낸 보험료에 평균공시이율(올해 기준 2.75%)을 적용했을 때 금액보다 환급률이 더 낮도록 하는 식이었다. 이렇게 가정하면 평균 환급률이 120%대에서 형성되는 걸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120% 초반이면 보험사 재무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수준이라고 파악했다.▷관련기사 : 고 환급률 단기납 종신보험, 사실상 퇴출 수순(3월5일)
금감원은 내부 검토 끝에 가이드라인 배포보다 자율시정 권고로 방침을 바꾸기로 했다. 금감원의 계속된 눈총에 일부 생보사들이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를 중단했고 다른 보험사들은 이미 환급률을 120%대로 낮춘 상태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CPC를 통해 매일 환급률 및 시책 변동사항을 보고 받는 이중 제어 장치를 마련했다. "업계 자율에 맡긴다"면서도 뒤로는 고삐를 한 번 더 죈 것이다.
생보사 간 경쟁이 과열되면 언제든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생보사들은 지난해 금융당국이 단기납 종신보험의 5~7년 시점 해지환급률을 100%를 넘기지 않도록 하자 해지 시점을 10년으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우회했다.
보험업계는 단기납 종신보험에 대한 금융당국 개입이 너무 과도한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생보사 한 관계자는 "특정 상품에 대해 일일보고를 받는 게 흔치 않은 일인 만큼,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보장금액 상향 및 새 담보 출시 등 변동 현황을 매일 보고하라고 보험사에 지시한 것과 비슷한 시기에 이뤄진 조치라 사실상 규제 강화의 일환이라는 게 업계 해석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환급률, 시책 등 과도한 관리로 시장 자율성이 위축돼 영업 급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관련기사 : [단독]이복현 '과당경쟁 자제령'에 보험사 '보장 증액' 매일 보고(3월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