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단기납 종신보험의 해약환급금 중 기납입보험료를 초과하는 금액을 당기손익에 즉시 반영토록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년 뒤로 미뤄진 단기납 종신보험 해지 리스크를 생명보험사들이 현재부터 더 촘촘히 관리토록 규제를 강화하는 취지로 해석된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보험료를 내는 기간이 5~7년 등으로 짧은 종신보험 상품이다. 계약을 10년 이상 유지한 뒤 해지하면 보너스를 얹어 돈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판매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단기납 종신보험의 해약환급금 중 기납입보험료를 초과하는 금액을 계약서비스마진(CSM) 조정에서 당기손익으로 처리토록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생명보험사들은 새 회계제도(IFRS17)에서 질 좋은 수익으로 인식되는 단기납 종신보험을 팔면서 느슨한 해지율을 적용해 CSM을 부풀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CSM은 보험계약을 통해 미래에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미실현 이익을 현재 가치로 평가한 값이다. 보험사는 CSM을 우선 부채로 인식한 뒤 매년 상각해 수익으로 잡는다. CSM 확보에 단기납 종신보험(보장성보험)이 유리해 생보업계는 연초부터 130%이상의 10년 유지 환급률을 경쟁적으로 제시했다.▷관련기사 : [보푸라기]새해 벽두 종신보험 환급률 전쟁…ABL도 참전(1월20일)
문제는 단기납 종신보험에 가입자들이 10년 후 대량으로 보험을 해지할 경우다. 이렇게 되면 해지환급금 지급이 일시적으로 늘어나 자본 감소 등 보험사 재무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보험사들은 통상 자체적으로 추정했던 해약환급금(예상 해약률×해약환급금)보다 실제 해약환급금이 더 크면 그 차이 만큼을 우선 부채인 CSM으로 인식해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상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해지율 전망을 사용하면 CSM이 부풀려질 수 있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금융당국이 해약환급금 중 이미 납입한 보험료를 초과하는 금액을 당기손익에 즉시 인식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는 건 이를 막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가령 약 135% 환급률을 약속한 7년납 단기납 종신보험에 매월 100만원씩 7년간 보험료를 납부하면 낸 총보험료가 9835만원이다.(기준금리 3.5% 동일 이율 부리 가정) 이후 3년 동안 계약을 더 유지한 뒤 10년째 해약하면 돌려받는 돈이 보험료의 1.3배 수준인 1억920만원이 된다. 당국의 안이 확정되면 이 중 1592만원(해약환급금-기납입보험료)이 바로 당기손실로 잡히게 되는 식이다.
단기납 종신보험을 많이 팔았던 생보사들 순으로 상당한 순이익 타격이 불가피하다. 업계에 따르면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 열풍이 불었던 지난 1윌 생보사들이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을 통해 판매한 상품의 월납 초회보험료는 824억원이다. 이 가운데 단기납 종신보험 비중이 77%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기납입보험료와 해약환급금의 간극이 커질수록 손실을 보는 구조를 만들어 생보사들의 과당경쟁을 제한하는 게 금융당국의 속뜻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관련기사 : 금감원 "단기이익 급급, 보험사 과당경쟁 안돼…CEO가 점검"(2월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