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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푸라기]새해 벽두 종신보험 환급률 전쟁…ABL도 참전

  • 2024.01.20(토) 11:30

10년 유지 시 해지 환급률 130% 잇단 인상
새 회계제도서 수익·유동성 단기 확대 전략
10년 뒤 대량 해지 리스크·불완전 판매 우려

/그래픽=비즈워치

새해 생명보험시장에서 단기납 종신보험 영업경쟁이 다시 불붙었습니다. 10년간 보험계약을 유지하면 해지 때 낸 돈의 1.3배 이상(환급률 130%)을 돌려준다는 겁니다. 지난해 '5·7년만 보험료를 내면 해지 때 낸 돈의 5~8%를 이자로 붙여준다'며 보험을 팔았다가 금융당국의 '철퇴'를 맞자, 이번엔 10년 유지로 우회하는 꼼수를 부린 것이죠.▷관련기사 : 가입연령도 환급률도…보험사 '아슬아슬' 영업 경쟁(2023년 10월30일)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ABL생명은 지난 17일부터 '더(THE)드림플러스종신보험'의 7년 납입·10년 유지율 환급률을 기존 125.9%에서 131%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7년간 보험료를 납입하고 10년 이상 보험계약을 유지한 뒤 해지하면 낸 보험료의 131%를 돌려주겠다는 거죠. 매월 100만원씩 7년간 납부한다면 납부한 보험료는 총 8400만원이 되는데요. 3년간 보험계약을 그대로 묵혀둔 뒤 해약하면 보험료의 1.31배인 1억1004만원을 돌려준다는 거예요. 

생명보험사 종신보험 환급률/그래픽=비즈워치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10년 유지 시 환급률이 130%를 넘는 곳은 푸본현대생명(131.3%)이 유일했는데요. 올해 초를 기점으로 신한라이프(135%), NH농협생명(133%), 교보생명(131.1%), 동양생명(130%) 등이 환급률을 130% 이상으로 올리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한 푼이라도 더 돌려주는 상품에 몰릴 수밖에 없으니 앞다퉈 환급률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죠.

종신보험은 사망보장이 기본이라 10~20년간 보험료를 내는 게 당연한 상품이었습니다. 20년간 보험료를 내고도 일정기간이 더 지나야 130% 환급률에 도달할 수 있었고요. 그런데 저출산, 고령화, 1인 가구 증가로 장기납 상품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종신보험도 5·7년납을 주력으로 팔면서 환급률이 105% 이상으로 높아졌죠.▷관련기사 : [보푸라기]환급률 100% 넘는 단기납 종신…좋은상품일까?(2023년 7월8일)

과거에 비해 금리가 높아졌다지만, 공격적인 자산운용을 멀리하는 보험사들 입장에선 낸 돈의 몇 배를 돌려주겠다고 선언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급률을 올린 건 우선 매출(원수보험료) 및 유동성 확대 목적이 클 거고요. 지난해 도입된 새 회계제도(IFRS17)에서 수익성 지표인 CSM(계약서비스마진)을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은 미래 상황에 따라 보험금 지급 여부가 달라져 CSM 확보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죠. 

/그래픽=비즈워치

결국 경쟁이 과열되자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9월 단기납 종신보험의 5·7년 시점 환급률이 100%를 넘지 못하게 제한했습니다. 일부 설계사들이 종신보험을 저축성보험으로 둔갑시키거나, 105~108%의 환급률을 내세워 은행 이자보다 낫다는 식으로 판매해 문제가 됐거든요. 

지금도 계약 만기 환급률 자체는 대부분의 생보사가 100% 이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신 환급 시점을 10년으로 조정, 우회하는 방법으로 환급률 130% 이상으로 끌어올린 거예요. 문제는 환급률에 따라 해약환급금을 돌려줘야 하는 10년 뒤로 리스크가 전이될 수 있다는 겁니다. 한꺼번에 막대한 자금이 빠져나간 보험사는 자본확충과 건전성을 동시에 위협받게 되는 것이죠. 

생보업계 한 관계자는 "특정시점에 해약이 집중될 수 있는 단기납 종신보험은 재정악화 우려가 큰 상품"이라며 "보장성보험을 저축성보험으로 오인해 가입한 데 따른 불완전판매 우려도 상존한다"고 말했습니다. 

[보푸라기]는 알쏭달쏭 어려운 보험 용어나 보험 상품의 구조처럼 기사를 읽다가 보풀처럼 솟아오르는 궁금증 해소를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을 궁금했던 보험의 이모저모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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