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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업계 치열해진 단기납 종신보험 전쟁

  • 2023.06.15(목) 07:25

생보사, 단기납 종신보험에 높은 판매 수당 책정
유동성·실적확보…CSM 올리는 보장성 보험 판매↑

지난달초 한화생명이 생명보험업계를 발칵 뒤집어 놨다. 월초 160억원 수준의 매출(초회보험료)을 달성해 부동의 1위 삼성생명을 압도했다는 소식이 전해져서다. 판매 채널에 1100%의 높은 수수료 및 시책(수수료외 판매격려 수당)을 걸고 5~7년만 보험료를 내는 단기납 종신보험에 매진한 결과였다.

그러자 위기감을 느낀 삼성생명이 업계 최고 수준인 총 1480%의 판매수당을 앞세워 한화생명을 바짝 추격했다. 보수적인 성향이 짙었던 삼성이 '1등 보험사' 자리를 사수하기 위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래에셋생명·푸본현대생명·하나생명·DGB생명 등 중·소형사들도 총 1000%가 넘는 수당을 내세우며 고시책 대열에 합류했다.

결국 3주차부터 삼성생명의 전체 매출이 한화생명을 넘어섰고, 월말 기준 한화생명과 약 110억원의 차이를 보이며 '왕좌'를 지켜냈다는 후문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삼성생명의 압승"이라며 "업계 선두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경쟁사들이 백기를 들 때까지 출혈 경쟁도 감수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그래픽=비즈워치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생보사들의 5·7년 단기납 종신보험 시책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달 일부 생보사들의 신계약 규모가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기존 종신보험의 긴 납입 기간을 5~7년으로 축소한 상품이다. 회당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해지 환급금이 납입한 보험료의 100%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다.

이런 이유로 일부 설계사들이 저축성보험으로 둔갑시키거나, 107~108%의 환급률을 내세워 은행 예적금 이자보다 낫다는 식으로 판매해 문제가 되고 있다. ▷관련기사 : [보푸라기]'종신보험=저축·연금' 오해…이것 때문(3월 4일)보험사들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더라도 단기납 환급률을 높여 매출을 올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으로 설계사 수당 등 사업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것도 생보사들의 경쟁을 부추긴다는 분석이다. 이전 회계제도는 보험영업에 활용된 사업비와 판매비 등을 계약기간 초기에 일회성으로 인식했던 반면, 새 제도는 비용을 보험계약기간에 나누어 인식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삼성·교보·한화 등 '빅3' 생보사가 올들어 석달동안 쓴 사업비만 1조634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6.2%(3400억원) 증가했다.

새 제도에서는 그간 돈 줄 역할을 했던 저축성보험이 부채로 분류돼 불리하게 작용하면서, 유동성 및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에 뛰어들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래 수익 지표인 CSM(계약서비스마진)에 유리한 종신·암보험 등 보장성 보험 판매를 높여 실적 상승을 꾀하고 있다는 얘기다. ▷관련기사 : [인사이드 스토리]②금융당국 '보수적' 지침, 보험사 지표 '흔들'(6월 10일) 

금융당국의 시선은 싸늘하다. 단기납 종신보험에 대한 경유계약 및 허위·가공계약 등 불완전판매 민원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과열된 시장 분위기와 과도한 사업비 지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납 종신보험의 환급률이 100%를 초과해서는 안된다는 방향성도 제시한 상태로 전해진다. 

다만 아직까지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사업비 관련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있다"면서도 "생보업계가 스스로 자중하는 모습을 보여 직접적인 개입은 자제하고 있다"고 했다.

당국의 눈총에 이미 일부 생보사들은 단기납 종신보험에서 건강보험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음 달부터는 건강보험 판매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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