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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①IFRS17발 보험업계 혼란, 왜?

  • 2023.06.09(금) 14:19

①IFRS17 도입이유?
②IFRS4·IFRS17에서의 부채인식 방법
③BEL·RA의 상관관계

/그래픽=비즈워치

요즘 보험업계가 보험계약 국제회계기준(IFRS17) 때문에 난리입니다. 보험사가 쓰는 회계장부가 하루 아침에 확 바뀌었거든요. 사상 최대 실적을 찍는 회사들이 늘어났고,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회사의 장래 이익이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등 이변이 속출했죠.

급기야 보험권이 은행권에 버금가는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올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IFRS17을 이용한 실적 부풀리기 등 각종 논란이 일었죠. 보험사의 실질이나 기초체력은 그대로인데 회계기준 변경으로 순익을 뻥튀기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었습니다. 이렇게 커진 이익이 향후 손실로 조정될 경우 지급 여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걱정도 뒤따랐고요.

금융당국도 적잖게 놀란 것 같습니다. 사실상 당국의 주도로 IFRS17이 도입됐는데 회계제도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훼손될 조짐이니 부담이 컸을 겁니다.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달말 허겁지겁 관련 설명회를 개최하고, 보험부채를 추정하는 계리적 가정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거든요. ▷관련기사 : '보험사 실적잔치는 오해' 금감원이 나선 이유(5월 21일)

그런데 보험업권 기자인 저를 비롯해 보험소비자들이 IFRS17에 대해서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구석구석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이 많아요. 하지만 향후 보험업계에서 계속 다뤄질 이슈이고요. 보험소비자 입장에서는 권유받게 될 보험상품이 달라질 수 있을 만큼 중요한 문제입니다. 꼭 알고 넘어가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최대한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①IFRS17 도입이유?

/그래픽=아이클릭아트

먼저 우리나라가 독자적인 회계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보험회계기준인 IFRS17을 따르는 이유부터 알아보겠습니다. 풀어 설명하면 이런 겁니다.

A라는 기업이 여러 국가에 진출했다면 그 기업의 재무정보는 우리나라만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하게 비교될 수 있어야 합니다. 각 국가별로 다른 회계기준을 사용해 재무제표를 작성하면 우리나라에 진출한 A회사와, 미국에 진출한 A회사가 똑같은 회사인데도 불구하고 다른 기업들과 재무정보를 비교하기 어려워지니까요.

또 우리나라만 다른 회계기준을 사용하면 국제사회는 우리나라 기업이 국제적인 기준을 적용하지 못할 만큼 큰 문제가 있다는 의심을 할 수도 있고요. 이로 인해 우리나라 기업의 회계정보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고 국제사회에서 저평가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는 곧 해외시장에서 수익확대와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뜻이 되죠.

금융당국이 국제적 회계기준인 IFRS를 적극 도입한 배경입니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회계기준을 따르는 것이 회계정보의 유용성을 높이고 재무정보의 비교 가능성과 투명성을 향상시킨다는 거죠.

국제회계기준위원회가 만든 기준서는 41개인데요. 대표적으로 채권, 주식, 펀드, 파생상품과 같은 금융상품에 대한 회계기준은 IFRS9이고, 보험계약에 대한 회계기준은 IFRS17을 적용합니다. 보험사의 경우 보험상품을 판매하면서 금융상품에도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IFRS17과 IFRS9이 모두 적용되고 있습니다.

②IFRS4·IFRS17에서의 부채인식 방법

IFRS17과 이전 회계제도의 가장 큰 차이점은 ①보험사들의 보험부채 평가방식이 기존 원가평가에서 시가평가로 변경되는 것이고요. ②이에 따라 손익 측면에서는 기존 현금주의에서 벗어나 일정 기간 내 제공된 보험서비스에 해당하는 보험영업수익을 인식하는 발생주의 방식으로 전환됐습니다.

③그리고 이 모든 건 원칙중심(사업비, 해지율 등을 포함한 계리적 가정에 대해 구체적인 산출 방법을 제시하지 않는 것)을 기반으로 해야 합니다. 시가평가와 발생주의의 자세한 내용은 ▷관련기사 : [인사이드 스토리]①생·손보 싸움 붙인 IFRS17…누구냐 넌(2022년 3월 1일)에서 알아보실 수 있어요. 

가장 중요한 보험부채의 구성에 대해 알아볼게요. 그동안의 보험사들은 보험부채를 '어떤 명목으로 왜 보험금을 지급하느냐'에 따라 적립했습니다. 계정으로 말씀드리면 보험료적립금(장래 환급금이나 보험금을 지급할 목적), 지급준비금(지급사유가 발생한 건에 대한 보험금 등을 준비하는 목적), 계약자배당 준비금 등으로 구성이 됐고요.

③BEL·RA의 상관관계

IFRS4 IFRS17에서의 부채인식 방법/그래픽=비즈워치

그런데 IFRS17이 적용이 되면서 BEL(최선추정부채), CSM(계약서비스마진), RA(위험조정) 등으로 보험부채를 구분해 시가평가를 하게 됐습니다. 

우선 '벨'로 불리는 BEL은 보험사가 예상하는 미래 지급 보험금을 의미하고요. 보험사로서는 처음부터 아예 나갈 돈, 그러니까 완벽한 부채로 봐요. BEL을 산출할 때 보험사는 회사 보유 보험계약과 그간 받은 보험료, 나간 보험금, 경기 상황 등을 전체적으로 따져 자체적인 예상을 하는데요.

여기에 굉장히 많은 가정치들이 들어가요. 기본적으로 '계리적 가정', '경제적 가정'이라는 걸 쓰는데, 계리적 가정은 예를 들어 '보험계약자가 미래에 보험금 얼마를 청구할 것이다', '보험사가 이 보험상품을 파는 데 사업비를 얼마를 쓸 것이다' 이런 걸 가정하는 거고요. 경제적 가정은 금리 상황, 코스피 등 시장지표 변동, 인플레이션 확률 등 이런 거시적인 경기상황을 예측하는 겁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수지상등의 원칙에 따라 미래에 줄 보험금의 현재가치를 최선으로 추정해서 보험료와 동일하게 설정하는 게 가장 좋겠지만, 이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잖아요. BEL을 추정하는 가정들 역시 틀릴 수가 있어요. 결국 예상치니까요. 시장에서도 코로나19 이후 금리가 상승할 거라고 예측했지만 이렇게 급격히, 큰 폭으로 금리가 오를지 몰랐던 것처럼요. 

이렇게 가정과 추정에 따라 미래의 현금흐름을 산출하면 해당 현금흐름이 금액적으로나 시기적으로 불확실성이 내포돼 있는데, 그 부분을 별도로 측정해서 부채로 쌓아놓는 부분을 RA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충당금이라고 생각하시면 쉬워요.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BEL을 공격·낙관적으로(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이 계속 건강하고 경기 상황도 좋다고 생각하면 계약 유지율 등이 높아지겠죠. 그럼 앞으로 보험료가 많이 들어오는 반면 나갈 보험금은 적다고 추정하게 되고요.) 계산한 암보험을 통해 걷어 들일 보험료가 500원이고, 앞으로 나갈 보험금이 400원이라고 산정했어요.

그런데 예상보다 암에 걸린 사람이 더 생겨서 실제 보험금이 450원이 나갔다고 해보죠. 이걸 '예실차(보험금 지급 등의 예상치와 실적 차이)'라고 하는데요.  ▷관련기사 : [인사이드 스토리]삼성화재·DB손보·현대해상 '뜻밖의 성적표'(5월 16일) 

이 예실차가 발생해서 당초 생각보다 보험금이 더 나갈 수 있는 거잖아요. 이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50원 정도는 따로 RA로 적립해 놓는다는 겁니다. (다만 실제 보험금이 400원보다 덜 나갔다면 충당금인 RA는 CSM과 같이 이익으로 잡힐 수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CSM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보험계약의 기대이익을 뜻하는 만큼 보험사들이 가장 신경 쓰고, 금융당국도 눈여겨보고 있는 지표거든요.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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