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 KB금융 회장들의 임기가 잇단 만료되는 가운데 금융감독당국이 최고경영자(CEO) 경영승계 절차 조기 가동과 장기 연임에 대한 검증 강화에 나선다. 후보군 조기 발굴·육성·평가 프로그램이 아직 미흡하고 최종 선정절차와의 연계성도 부족하다고 당국이 꼬집으면서 승계절차의 객관성·공정성이 제고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승계 절차 전반을 보다 앞당겨 준비하도록 하고, 장기 연임 타당성을 금융권과 함께 점검한다. CEO 승계 개편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역할도 같이 들여다볼 방침이다.

27일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의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 선진화 성과와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4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내년 3월 임기를 마친다. 내년 11월엔 양종희 KB금융 회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2022년 3월 취임 후 올 초 연임한 상태다.
감독당국이 CEO 승계 절차 조기 가동과 장기 연임 검증 강화 방침을 밝힌 건 경영승계와 이사회의 정합성·독립성 등 주요 지배구조 원칙에 여전히 개선 여지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특히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의 임기가 줄줄이 만료되는 상황이라 당국이 승계 절차 전반에 대한 사전 정비에 나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그동안 금융사 CEO 및 사외이사 선임 과정 논란 등 지배구조 선진화에 대한 의견을 꾸준히 피력했고 지배구조에 대한 모범관행을 도입했다. 이 원장 또한 내달초 임기 만료를 앞두고 이를 확실히 정리하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CEO 경영승계는 모범관행에 따라 최소 3개월 전에 착수하지만 후보군 조기 발굴·육성·평가 프로그램이 아직 미흡하고 최종 선정절차와의 연계성도 부족하다는 게 금융당국 판단이다. 이사회의 집합적 정합성·독립성 제고는 기존 사외이사 임기정책·금융환경 변화와 연동해 지속적으로 관리돼야 할 과제로 꼽혔다.
금감원은 상시 후보군 육성부터 최종 선정까지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포괄적 승계 체계를 조기에 가동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컨대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오는 2027년 임기 만료 예정인 CEO 후임자의 숏리스트를 이미 지난해 5월 확정하고 3년간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CEO와 동일 이사진 간 장기 임기공유에 따른 이사회의 독립성 저하 우려를 해소하고, 이사회의 집합적 정합성 조기 달성을 위해 이사에 대한 적정 임기정책 마련 방안도 협의하기로 했다. 시차임기제, 임기차등부여, 사외이사 임기 만료 및 신규 선임시 이사회 역량 구성표(BSM·Board Skills Matrix)와 연계 평가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국내외 사례를 참고해 CEO 장기 연임의 적정성에 대한 주주의 실질적 평가와 통제 절차도 금융권과 논의한다. 현행 체계상 CEO 연임은 주주총회에서 의결되는데 실질적인 검증 없이 형식적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있었다. 우리금융, 포스코홀딩스, KT 등은 대표이사가 3연임에 도전할 경우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해 장기 재임에 대한 주주의 통제권과 검증 절차에 힘 쏟고 있다는 평가다.
김병칠 은행·중소금융 부원장은 "재임 기간 동안의 업무 성과 평가는 보다 객관성을 갖출 수 있도록 평가 지표도 객관화해야 하고 자체 평가만 할 경우 아무래도 관대화될 수 있기 때문에 외부 평가도 더 활용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그런 평가 결과까지 감안해 주주총회에서 장기 연임에 대해 조금 더 엄격하게 결정할 수 있는 체계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