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새롭게 시행된 보험사 지급여력제도(K-ICS·킥스)의 지난 1분기 확정 수치가 공개됐다.
킥스를 준비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적용유예(경과조치)를 신청한 보험사 19곳중 KDB생명·IBK연금보험·MG손해보험의 경과조치 전 킥스 비율이 보험업법상 마지노선인 100%에 못 미쳤고, 심지어 마이너스(-)를 나타낸 회사(푸본현대생명)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의 경과조치 전 킥스 비율은 -1%로 집계됐다.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보의 경과조치 전 수치인 65%보다 낮은 데다, 전 생·손보사를 통틀어 마이너스 기록은 이 회사가 유일하다. 기존 건전성 제도였던 RBC(지급여력) 비율과 마찬가지로 킥스 비율이 0% 아래로 떨어지면 금융당국의 경영개선명령을 받고 영업이 정지된다.
다만 금융당국이 새 건전성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 보험사들의 킥스 경과조치 신청을 가능토록한 게 동아줄 역할을 했다. 3월말 기준 RBC 비율이 100% 이상이라면, 킥스 비율이 100% 미만이더라도 최대 5년간 적기시정조치(제재)를 유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킥스 비율 산출시 부채의 시가평가에 따른 책임준비금 증가와 주식‧금리 위험 관련 측정 기준 강화에 따른 요구자본 부담이 크게 작용하는 점을 고려해, 이를 일정 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인식토록 하는 방식이었다. ▷관련기사 : 보험사 3곳 중 1곳 킥스 유예 신청…생보사는 과반(3월 13일)
이에 따른 경과조치 후 푸본현대생명의 킥스 비율은 128%를 기록했다. 보험업법상 최저기준은 넘었지만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에는 여전히 미달했다. 경과조치를 신청한 보험사 가운데 KDB생명과 MG손보가 비슷한 케이스다.
이 보험사들의 경과조치 전 킥스비율은 각각 47.7%, 65%였지만 경과조치후에는 101.7%, 82.6%로 집계됐다. KDB생명은 보험업법상 규정치를 턱걸이했고, MG손보는 마지노선을 여전히 하회했다.
다만 금융당국 관계자는 "MG손보의 경우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의 관리 아래 있어 별도의 조치는 없을 예정"이라고 했다. IBK연금보험의 경우 경과조치 전 68.7% 였으나 조치 후에는 165.9%를 기록했다.
킥스 체재 하에서 이들 보험사들의 타격이 컸던 것은 상품구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리에 민감한 저축성보험과 퇴직연금 판매 비중이 커 킥스 산정시 불리하게 작용한 것이다.
특히 원금을 보장해 회계장부상 부채로 인식되는 퇴직연금을 대규모로 보유한 보험사는 부채 듀레이션(잔존만기)이 짧아 자산 듀레이션을 하회할 수 있는데, 지금과 같은 금리상승 국면에선 자본관리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푸본현대생명, IBK연금보험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의 지난해 보험료수입 중 퇴직연금 비중이 53%를 차지했다. 올해 1분기에는 무려 74%였다.
이외에 경과조치를 신청했던 보험사들 대부분이 양호한 건전성을 보였다. 생보업계를 보면 '빅3'중 한 곳인 교보생명은 경과조치 전 156%에서 경과조치 후 232.4%까지 킥스 비율이 개선됐다. 한때 건전성 우려가 제기됐던 NH농협생명(175.5%→325.5%)과 DGB생명(158.5%→294.8%)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처브라이프(198.2%→386%), DB생명(202.4%→361%)은 300%대, 교보라이프플래닛(163.8%→254.4%)은 200%대를 보였다. ABL생명(111.4%→163.6%), 하나생명(117.4%→158.6%), 흥국생명(105.4%→152.7%) 등도 당국의 권고치를 넘었다.
손보업계에서는 NH농협손보(237%→330%)의 경과조치 적용 후 킥스 비율 개선 폭이 가장 컸다. 악사손보(230.8%→267%), 한화손보(176.7%→254.4%), 흥국화재(132.3%→204.0%), 롯데손보(137.7→178.3%) 등도 양호한 수준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