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①전진? 소급?…현대·DB·KB 편먹은 이유>에서 계속
실적만 문제일까요? CSM이 축소되는 건 새 건전성 지표인 K-ICS(킥스, 지급여력비율) 수치도 줄어든다는 얘기가 됩니다. 올해부터 기존 지급여력비율인 RBC에서는 가용자본에 포함되지 않았던 CSM이 가용자본으로 인정되면서 보험사들의 자본확충에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는데요. 보수적인 가이드라인으로 건전성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겁니다.
무엇보다 소급법을 적용하면 회계 책에 재무제표 변동 사유를 '오류 수정'으로 적어야 하는 게 일부 보험사들이 끝까지 버틴 이유랍니다. 회사의 오류를 인정하고 주요 이익 지표들을 새로 갈아 끼운다는 건 보수적인 금융권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죠. 실적 악화에 건전성 저하, 여기에 회계 신뢰도까지 떨어지는 부담까지 한꺼번에 떠안아야 하는 겁니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지만…결국 금감원탓?
당장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보험사들은 주주, 투자자들을 볼 면목이 없어진 거죠. 그러니 소급법을 적용하는 보험사들은 적어도 회계장부에 적는 '변경사유'에서는 금융당국이 일부 책임을 져달라고 금감원에 요청했답니다.
회사의 오류가 아니라 당국의 회계 정책변경으로 해달라고요. 그래야 1분기 실적에 대한 신뢰에도 금이 가지 않고 2분기 실적이 깎인 것도 해명이 가능할 테니까요.
그런데 금융당국도 그 짐을 대신 지는 게 부담스럽고 억울한 겁니다. 2분기 재무제표는 차치하고라도, 앞으로 계리적 가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올 때마다 재무제표 수정의 원인을 계속 금융당국의 탓으로 돌릴 게 뻔하니까요.
애초에 계리적 가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온 이유는 일부 보험사들의 무리한 가정을 바로잡기 위해서인데 말이죠. 문제는 전진법, 소급법 적용을 두고 업계의 갈등을 초래한 시작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금융당국이니 완전히 발을 빼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는 겁니다.
금감원에서는 '눈만 치켜떠도 '단도리(단속)'됐던 예전과는 세상이 달라졌다' 말도 나온답니다. 대립하고 있는 보험사들이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는 점에서요.
보험업 신뢰 키우려다 떨어진 금감원 신뢰
대치 상황이 계속되자 금감원은 지난 11일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롯데손해보험 등 6개 주요 손해보험사 최고경영자(CEO)를 한 곳에 불러모았다고 합니다.
보험사들이 오류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높으니 이를 순화시킬 방법이나, 재무제표 수정이 필요한 이유를 금융감독원이 설명해주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요. 금감원 관계자는 "새로운 회계제도 도입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소급적용을 했을 때 (보험사들의) 부담, 투자자들의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에 대한 해소를 업계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당국도 당황스러운 중입니다. 보험사와 당국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네 탓 공방으로 비화한 이런 상황이 말이죠. 보험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회계제도가 시행되면 경제적 실질에 근접한 정보가 회계상 노출돼 보험사가 단기 매출 중심에서 장기 가치 중심 경영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애초의 기대에도 이제는 물음표가 붙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