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생명보험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회계기준이 변경되면서 순이익이 개선됐고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 투자수익 등이 증가한 영향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회계기준 변경 과정에서 이익이 부풀려졌다는 점에서 신뢰성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등 이른바 생보사 '빅3'의 1분기 당기순이익 총합은 1조629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1조201억원) 대비 59.8%(6096억원) 증가한 수치다. 연결 지배주주지분 순이익 기준 실적이다.
업계 1위 삼성생명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7068억원으로 전년동기 2684억원 대비 163.4%나 급증했다. 1~3월 신계약 호조와 더불어 운용이익률 개선이 주효했다. 삼성생명의 이번 분기 보험순익은 383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 감소했으나 투자순익은 지난해 1분기 2769억원 적자에서 올 1분기 2992억원 흑자 전환했다.
삼성생명의 올 1분기 자산운용이익율은 3.9%로 전년동기대비 0.6%포인트 상승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IFRS17 도입 효과와 최근 금리 하락에 따른 투자수익 개선이 주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 4월 프랑스 인프라운용사인 메리디암 지분 20%를 취득하며 운용자산내 다변화자산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 삼성생명, 영국 이어 프랑스서도 운용사 지분 확보(4월 20일)
삼성생명이 밝힌 올 1분기 CSM(계약서비스마진)은 11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말(10조7000억원) 대비 약 6000억원 증가했다. 보험계약의 기대이익을 뜻하는 CSM은 보험사가 보유 중인 보험계약의 미실현 이익을 현재가치로 나타낸 것을 의미한다.
보험계약에서 발생하는 미래 수익을 매년 상각해 인식하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선 CSM이 많을수록 수익성 증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교보생명의 올 1분기 순이익은 5003억원으로 전년동기 2727억원와 비교해 83.5% 증가했다. 금리하락에 따른 금융상품 평가이익 증가 영향으로 인한 자산운용이익률이 상승했다. IFRS17 도입으로 인한 보험이익 증가 영향도 있었다. 교보생명의 1분기 CSM은 5조997억원으로 작년 말 4조7493억원에서 약 3500억원 증가했다.
반면 한화생명은 뒷걸음질쳤다. 올 1분기 전년동기 4790억원 대비 11.8% 감소한 4226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변액보증이익 반영이라는 일회성 요인으로 올 1분기 실적이 축소된 것처럼 보인다는 게 한화생명 측 설명이다. 한화생명의 올 1분기 CSM은 9조713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450억원 느는 데 그쳤다.
앞서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손보사들도 대부분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삼성화재·DB손보·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보 등 '빅5' 손보사 전체 당기순이익은 2조11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 1조8820억원 대비 6.9%(1294억원) 증가한 수치다. ▷관련기사 : 손보사 '빅5' 날았다…1분기 순이익 2조원 돌파(5월 12일)
이번 보험사 실적은 올해부터 도입된 IFRS17을 처음으로 적용했다. IFRS17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니라 시가로 평가해 회계 처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손익도 현금흐름 대신 계약 전 기간으로 나눠 인식한다.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이전보다 부채가 적어져 실적이 나아보이게 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업의 기초 체력은 그대로인데 회계기준 변경만으로 실적과 재무 상태가 크게 바뀌어 보이는 '착시'가 나타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IFRS17 도입을 계기로 각 보험사의 회계 기준 자율성이 확대됨에 따라 일부 보험사가 자의적 가정을 활용해 CSM을 과대 산출하고 이익을 부풀렸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최근 보험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상대로 간담회를 열고 주의를 당부했다. 아울러 CSM 산출의 합리성을 점검하고 관련 세부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