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재작년 영국 새빌스 지분 일부를 인수한 데 이어 프랑스에서도 부동산 등 대체투자에 강점이 있는 자산운용사 지분을 확보했다. 글로벌 현지에서 운용능력이 검증된 운용사를 전략적 파트너 삼아 해외 투자를 효율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전영묵 사장의 운용 기조에 따른 것이다.
삼성생명은 20일 프랑스의 인프라 투자 전문 운용사 메리디암(Meridiam) SAS의 보통주 지분 20%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인수대금은 상대 측 요청으로 밝히지 않았다.
파리에 거점을 둔 메리디암은 2005년 설립해 유럽 북미 등 세계에 11개 운용 거점을 두고 있다. 작년 기준 운용자산은 27조원으로 직원 수는 200여명이다. 주로 △공공 서비스 △지속가능 인프라 개발 △탈탄소 솔루션 △신재생 에너지 등 100여개의 친환경 인프라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이 운용사는 건설사업의 개발-건설-운영(EPC) 전단계 사업을 소화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최초로 정부 인증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우수기업 인증을 받은 운용사라는 게 삼성생명 측 소개다.
삼성생명은 작년부터 메리디암 실사 작업과 사업협력을 위한 협상을 진행해왔다. 작년 9월 이사회에서 지분 투자를 위한 입찰제안서 제출 안건을 통과시켰고, 같은 달 자산운용본부 실사팀이 프랑스 파리 본사를 방문했다.
지난 2월에는 전영묵 대표이사 사장과 박종문 자산운용부문장 사장 등 최고위 경영진이 현지 주요 경영진과 대면 회의를 가졌다. 지분 계약 후 양사간 사업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을 논의했다는 전언이다.
삼성생명은 이번 투자로 메리디암 지분 20%를 확보해 2대 주주가 된다. 향후 이 운용사의 감독이사회에 참여하고 사업협력협의체를 신설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삼성생명의 해외 인프라 투자 자산 다변화, 수익성 제고, 공동사업 추진을 통한 운용 역량 배양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기대다.
삼성생명은 최근 해외 운용사 지분을 인수하는 등 해외 부동산 및 인프라 투자에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 대표 취임 이후 지난 2021년 영국의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 새빌스(Savills) IM 지분 25%를 취득했고, 사모펀드 블랙스톤과 펀드 투자 약정을 체결했다. 현재도 추가 운용사 투자대상을 물색 중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메리디암은 인프라 분야에 대한 다양한 투자 경험과 우수한 경영진을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대체투자 확대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수익기반 강화와 다변화를 위한 글로벌 자산운용 사업 확대를 적극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