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삼성 보험가(家) 임직원들이 거액의 성과급 잔치를 앞두고 상반된 표정을 짓고 있다. 아우 격인 삼성화재의 성과급 봉투 두께가 맏형(삼성생명)보다 20%가량 더 두꺼울 것으로 보여서다. 삼성생명은 벌써 2년째 삼성화재에 뒤지면서 체면을 구겼지만, 올해 새 회계제도 도입으로 반전을 노릴 전망이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삼성계열 보험사는 임직원들에게 지난해 초과이익성과금(OPI·옛 PS) 지급 비율을 공지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연봉의 평균 20~24%, 삼성화재는 평균 42~44%의 OPI를 각각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화재가 삼성생명을 제치고 20%가량 더 많은 성과급을 지급받는 것이다.
2021년 기준 삼성생명이 평균 18%, 삼성화재가 평균 36%의 OPI를 받은 것을 고려하면, 삼성생명은 전년 대비 2~4%포인트 내외가 증가했고 삼성화재는 6~8%포인트 높아졌다. 또 삼성화재의 OPI 지급 비율이 2년 연속 삼성생명을 크게 앞섰다.
삼성그룹은 계열사에 6개월마다 목표달성장려금(TAI·옛 PI)과 1년에 한 번 OPI를 지급하고 있다. TAI는 계열사 등급평가를 통해 한 달치 기본급의 최대 100%까지 지급되고 OPI는 연간 경영실적을 기준으로 초과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된다.
TAI의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모두 지난해 목표치를 달성해 계열사 등급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작년 12월말 두 계열사에 90%대의 비슷한 TAI가 지급됐다. ▷관련기사 : 삼성 금융계열사, 최고 성과급에도 표정관리 '왜?'(2022년 12월 26일)
하지만 OPI에서는 희비가 갈렸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5332억원으로 전년 대비 58.8% 급감했다. 2021년 1분기에 반영된 삼성전자 특별 배당금을 제외해도 17.5% 줄어든 수치다. 증시 부진에 따른 변액보험 보증준비금 적립 부담이 삼성생명의 발목을 잡았다. ▷관련기사 : 변액보증손실 3200억…허리띠 졸라맨 삼성생명(2022년 8월 16일)
반면 삼성화재는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 대비 1.0% 증가한 1조326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생명의 두 배를 넘어선 것으로, 전년도 삼성전자 특별 배당금을 제해도 13.6% 늘어난 수치다. 다만 삼성화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료 2년 연속 인하에 더해 코로나19 엔데믹에 따른 의료 이용량 증가 등 올해부터 업황이 다시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룹 지배구조는 물론 보이지 않는 서열에서도 다른 계열사보다 우위를 차지했던 삼성생명은 삼성화재보다 낮은 성과급 탓에 체면을 구겼다. 그래도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가 도래한 데다, 올해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한 기대감으로 표정은 어둡지 않다. 새 기준에 따라 계약서비스마진(CSM)이 증대되는 점도 호재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상승에 따른 부채 부담 축소에 더해 IFRS17 전환시 삼성생명의 경상이익 개선이 예상된다"며 "신계약 유입까지 고려하면 CSM이 올해말 약 10조원 증가할 전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