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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사라진 금융위원장의 목소리

  • 2023.03.27(월) 06:11

김소영 부위원장·이복현 금감원장 사실상 투톱 체제
'금융의 BTS' 취임일성 불구…금융현안 존재감 낮아

윤석열 정부 취임 후 금융권이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이자장사', '돈잔치' 등 비판을 넘어 경영과 영업행위, 관행과 제도 등 은행 전반을 뜯어고치기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선 상태다.

하지만 정부 정책과 금융권 목소리 균형을 맞춰야 할 금융 수장(김주현 금융위원장)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비상거시경제회의 등 정부차원의 자리에는 참여하고 있지만 실제 금융현장의 당면한 현안에서는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취임 당시 "금융의 BTS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빛이 바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그래픽=비즈워치

화두 던지는 이복현, 현안 이끄는 김소영

반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행보는 금융권 최대 화두다. 금융권 전반에 대해 현장 활동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이전 금감원장들과는 달리 은행을 향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금리 압박이 대표적이다. 이복현 원장은 취임 초부터 은행들의 '지나친 이자장사'를 비판하며 예금금리 인상과 대출금리 인하를 주문했다. 올 들어서도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하 여력이 있다"고 언급하며 압박했다.

또 금융지주 회장 등 인사에 관해서도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며 교체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손태승 회장이 물러나고 임종룡 신임 회장 내정자로 수장이 교체된 우리금융지주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이 대표적이다. ▷관련기사: 이복현 금감원장 "은행들 대출금리 내릴 여력 있다"(3월9일)'임종룡호' 우리금융 조직 쇄신 본 금감원장 "긍정적"(3월9일)

이복현 원장은 금융지주 주주총회가 마무리된 이후 금융지주 사외이사들과의 정기적 만남도 계획하고 있다. 금감원은 감독 당국과 이사회 소통은 국제기구 권고사항으로 해외 선진국에서도 진행되고 있다고 항변한다. 그럼에도 금융권에선 실질적으로 금융지주 이사진에 이복현 원장의 영향력이 행사되는 것으로 평가하며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선 최근 은행 제도개선 방안 역시 이복현 원장이 필요성을 제기했기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사 출신이자 윤석열 대통령 측근인 이복현 원장이 금융권 이슈를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이복현 원장이 화두를 제시했다면 실제 현안은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끌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접 지시로 금융위 최대 현안인 은행 제도개선 TF 역시 김소영 부위원장이 주재하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출신인 김소영 부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경선 과정부터 정책 밑그림을 그린 '경제책사'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인수위원으로도 참여했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금융권 인사로는 맨 처음 자리를 잡았다.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문재인 정부 임명)이 사의를 표한 후 김주현 금융위원장 임명 전까지 금융위를 이끌었다. 김주현 위원장 임명 후에도 주요 현안은 김소영 부위원장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실제 김 부위원장은 기업 M&A 지원 간담회와 외신기자 간담회, ESG금융 추진단과 금융시장 현황 점검회의 등 굵직한 현안에 직접 나서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이 김소영 이복현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모피아 출신 김주현, 존재감은 언제

상대적으로 금융당국 수장인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존재감이 약해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취임초 "금융의 BTS를 만들겠다"며 금산분리 완화까지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취임과 함께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출범시켰고, 금융지주 회장들을 만나며 금융권의 오랜 숙원인 규제 완화를 시사했다.

금융시장 안정뿐 아니라 디지털금융 전환, 비금융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빅테크·핀테크와의 기울어진 운동장 정상화 등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금융권 기대였다.

김 위원장은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하며 재무부와 금융위 등을 거친 전형적인 금융 관료다. 금융당국 주요 인사중 금융을 가장 많이 경험한 인물이라는 의미다. 때문에 금융위원장 임명 당시 금융권에서는 실제 현장의 이해관계와 정부 정책을 잘 조율해 이끌 수장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김 위원장의 공언은 힘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해말 발생한 레고랜드 사태, 최근 미국과 유럽발 금융 시스템 리스크 확산 등 시장 안정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김 위원장의 존재감은 희미해진 게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그동안 금융 현안을 직접 다뤄본 경험이 없는 김소영 부위원장과 이복현 원장이 금융권의 변화를 이끄는 모습이 됐다. 일부 행보를 두고 관치금융이라는 지적의 강도도 강해지고 있다.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과 금융정책 기조 변화, 금융지주 회장 교체 등으로 지난해부터 금융권 분위기는 어수선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을 이끄는 김 위원장의 목소리가 지금보다 더 커져야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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