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노조(전국금융산업노조 산업은행지부)가 법원에 신청한 '직원 부산 발령', '경영협의회 의결'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모두 기각됐다. 노조의 이전 반대 투쟁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되는 결과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부산 이전은 정부 정책"이라며 최근까지도 추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또 부산 이전 시행의 가장 큰 관문으로 꼽히는 산업은행법 개정과 관련된 논의도 국회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법원 결정까지 더해지면서 부산 이전 실현 가능성이 더 커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산은 노조는 추가적인 법적 대응 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정부·여당의 부산 이전 추진에도 공세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조의 보루 무너졌다
산업은행 노조는 지난 2월 직원들의 전보 발령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강 회장은 지난해 말 '2023년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부산 지역 부서를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동남권 영업조직 확대를 위해 중소중견부문을 지역성장부문으로 이름을 바꾸고, 부문 내 네트워크지원실과 지역성장지원실을 지역성장지원실로 통합해 부산으로 이전했다.
지역성장부문에는 동남권투자금융센터를 새로 만들고, 부산에 있는 해양산업금융본부 아래 해양산업금융실을 1실과 2실로 확대 개편했다. 조직을 키운 만큼 부산으로 근무지를 옮기는 직원들도 50명 이상이었다. ▷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부산이전'으로 읽히는 산은 조직개편(2022년 12월5일)
이에 산업은행 노조는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본점 부서를 부산으로 옮기는 등의 직원 인사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지난 3월에는 산업은행 경영협의회가 내린 판단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 산업은행 경영협의회는 '이전 공공기관 지정 방안'을 의결해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당시 산업은행 노조는 경영협의회를 막기 위해 임원들 출근 저지 투쟁 등을 진행했고, 경영진은 외부에서 안건을 의결했다.
이를 두고 산업은행 노조는 "본점 이전은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데, 경영협의회가 졸속으로 처리했다"고 주장하며 법원에서 시비를 가려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법원에선 두 안건을 모두 기각했다. 산업은행 노조 입장에선 국토교통부가 산업은행을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고시하는 등 행정 절차에 속도를 내자 법적 대응으로 이를 막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런 노조 전략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29일 "오후에 법원 기각 판결을 확인했고 현재 로펌(법률대리인) 등과 함께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본안소송 등 추가적인 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방안도 논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각 사유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부산이전 갈등 재점화
정부는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강석훈 회장은 지난 20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노조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크다며 부산 이전의 불가피성을 피력했다.
강 회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방안을 산은 회장으로서 어떻게 산업은행 재도약의 기회로 삼을지에 대해 직원들과 논의하고 싶지만 직원들은 '부산에 가지 않겠다'라는 점을 약속하라고 강요하고 있다"며 "부산에 가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대화할 위치에 있지는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의 가장 큰 변수로 꼽혔던 법 개정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국토부의 이전 대상 공공기관 지정 고시에 이어, 여당인 국민의힘은 산은법 개정을 위해 야당 지도부와의 협상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산업은행은 '지방이전 시 산은의 역량 강화방안 컨설팅'(1차 컨설팅) 막바지 단계를 진행하고 있다. 100% 기능 이전뿐 아니라 기능 일부 이전 등 여러 방안을 두고 검토하고 있다는 게 산업은행 입장이다.
산업은행 노조는 가처분 신청 기각에 따른 법적 대응과 별도로 사측과 정부가 추진하는 본점 이전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가처분 기각이 본점 이전에 대해 옳고 그름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곧 1차 컨설팅 결과가 나올 예정인 만큼 이에 맞춰 그동안 준비한 대응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