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은행업 내년 전망' 증권·신평사 머리 싸매는 이유

  • 2023.12.06(수) 10:30

상생금융에 대출 변수까지…내년 예측 어려워
'상생 압박'에 수익 악화 예상…실적 '가변적'
고금리 장기화…중기대출 확대여부 엇갈려

은행업의 내년 전망을 쓰는 증권사나 신용평가사들이 머리를 싸매고 있다. 정부와 당국의 상생금융 압박 등 은행업에 대한 정책 개입이 늘어나면서 내년도 은행들의 실적 전망이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특히 은행권 주요 수익원인 이자이익의 두 축을 이루는 순이자마진(NIM)과 대출 성장률에 대한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상생금융 강화에 '마진 압박' 커질까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증권사나 신용평가사들이 연말을 맞아 내년 은행권 실적 전망을 발표하거나 준비 중인 가운데, 내년 전망이 예년보다 특히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장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바로 순이자마진(NIM)이다. 내년에는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은행권의 마진이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여기에 정부가 '횡재세 규모'로 언급한 상생금융이라는 변수를 더하면 은행권의 마진 축소 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증권사들도 2024년 전망 리포트에 상생금융 확대에 따른 불확실성을 언급하고 있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은행 이익은 내년에도 증가세를 이어갈 전망이나 상생금융 강화 방안에 따라 올해 및 내년 실적은 가변적"이라고 설명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생금융 논의가 확대될수록 직간접적 비용부담이 가중된다"며 "은행권은 대출금리 인하압력 및 건전성관리 부담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내년에 은행권에 숨은 부실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9월 말부터 코로나19 이후 시행한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등 금융지원 조치를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잠재 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경우 대손비용 확대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은행들이 예년보다 가산금리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들이 정부의 상생금융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낮추기가 어려워질 수 있는 셈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대손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재 은행 마진 수준까지 고려하면 내년 기준금리가 인하하더라도 대출금리가 크게 떨어질 여력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스크 커지는데…기업대출 내년에도 늘릴까

올해 고금리 장기화로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이 진행될 것이란 예상이 빗나갔던 건 은행들의 기업대출이 예상 밖의 증가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가계대출은 억제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기업대출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먼저 대기업대출은 내년도 시장금리가 하락할 경우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만약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가 유지되더라도 1월 자금을 집행하는 기관들이 늘어나는 '연초 효과' 등으로 채권시장 분위기는 숨통이 트일 거란 관측이 많다. 

반면 일부 은행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중소기업대출 부문은 예측이 쉽지 않다.

수익성을 고려하면 은행들은 내년도 중소기업대출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내년도 가계대출과 대기업대출이 동반 감소할 경우 은행들이 중소기업대출에서 활로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고금리와 고물가, 경기 부진 등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점을 고려하면 은행들의 중소기업대출 확대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소기업대출 확대에 따른 부실 우려가 커질 수 있어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통상 대외적 환경이 어려워질 때는 중소기업대출을 축소하는 게 일반적인데, 올해 일부 은행들이 중소기업대출 확대를 선언하는 모습은 예외적이었다"며 "구호는 내걸었지만 부실 위험 등을 고려하면 은행들이 내년 중소기업대출을 빠르게 확대하기에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행태 설문 결과를 보면 은행들의 4분기 중소기업 대출태도 지수는 -6으로 3분기(-6)에 이어 음수를 이어가는 등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는 매 달마다 은행별 자산 성장 전망이나 추이를 수정할 정도로 은행들의 자산 성장 방향성을 파악하기가 어려웠다"며 "고금리 장기화 등의 환경에 따른 일반적인 시나리오를 예측할 수는 있지만 내년에도 언제든 변수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