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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지방은행, 왜 대기업대출만 확 늘렸나

  • 2023.11.15(수) 06:11

지난 1년 5개 지방은행 대기업대출 22% 늘어
같은 기간 중소기업대출은 4%대 증가뿐
고금리로 가계대출 확대 한계…중기는 부실우려
"중기대출비율 완화도 대기업대출 증가 부채질"

지방은행들이 대기업대출 취급을 빠르게 늘리고 있습니다. 지방은행은 기본적으로 중소기업 대출 규모가 대기업 상대 여신의 10배를 넘는데요. 이는 지역과 영업규모에 한계가 있어서기도 합니다.

하지만 금리가 상승하고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지난 1년 동안 지방은행의 대출 영업은 종전과 크게 달랐습니다. 대기업대출은 20% 넘는 증가율을 보인 반면 중소기업 대출은 4% 남짓 늘어난 데 그친 거죠.

경기 침체 속에 지방은행마저 지역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뒤로 물리고, 비교적 안전한 대기업 영업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번 짚어볼 만한 대목입니다.

대기업대출 22% 늘 때 중소기업대출은 4%

5개 지방은행 (BNK부산·DGB대구·BNK경남·광주·전북은행 등)의 실적발표 기업설명회(IR) 자료를 종합하면, 지난 3분기말 이들의 대기업대출 잔액은 10조7149억원으로 작년 3분기말과 비교해 22.4% 늘었습니다.

대기업대출 잔액을 1년 전(작년 3분기말)과 비교하면 광주은행이 26.8%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고요. 이어 대구은행이 25.0%, 전북은행이 22.6%, 부산은행은 20.6%, 경남은행은 18.5%씩 대기업대출을 늘렸습니다.

이걸 같은 기간 중소기업대출이 늘어난 '속도'와 비교하면 매우 빠릅니다. 3분기말을 기준으로 지난 1년 사이 5개 지방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4.2% 증가했을 뿐입니다. 경남은행이 8.7%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고 이어 광주은행은 5.1%, 전북은행이 4.8%, 부산은행은 3.7%를 늘렸죠. 대구은행은 1% 늘리는 데 그쳤습니다.

지난 1년 동안 늘어난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4조4698억원(105조8760억원→110조3404억원)으로 대기업대출 증가액 1조9642억원보다 많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대출자산 비율을 감안하면 대기업대출의 증가속도가 월등히 높은 겁니다. 

직전인 올해 2분기말과 비교해도 석달(7~9월) 만에 대기업대출은 9.2%(9058억원) 늘어났고, 중소기업대출은 2.1%(2조2682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대기업은 '환영', 중소기업은 '박대'?

기업금융 측면에서 중소기업을 주로 상대하던 지방은행들이 대기업 영업에 힘을 주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우선 최근 대기업대출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을 배경으로 꼽는데요. 최근 시장금리가 크게 뛰면서 대기업들이 채권시장 대신 은행 창구를 찾고 있어섭니다.

지방은행들도 부실 우려가 높은 중소기업대출 대신 비교적 안정성이 높은 대기업대출 취급을 확대하려는 분위기죠. 중소기업대출은 지역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지방 경기가 가라앉다 보니 지역 중소기업보다 연체 걱정이 적은 대기업에서 여신자산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차주별 신용위험지수는 대기업이 6, 중소기업이 28로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약 4~5배 높았습니다. 

이에 따른 은행들의 대상기업 규모별 대출태도 온도차도 커진 것이 나타납니다. 지난 3분기 국내은행들의 대기업 대출태도지수는 3, 중소기업은 -6이었습니다. 이 수치는 0을 기준으로 높을수록 대출에 긍정적이라고 답한 금융기관이 더 많고, 낮을수록 부정적인 답변이 많았다는 의미입니다.

은행 여신업무 총괄담당 책임자들이 답한 4분기 대출태도 전망치 또한 대기업은 0(중립), 중소기업이 -6으로 차이를 보였습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중기대출비율 완화, 대기업대출 더 '가속'

이에 더해 지난 3분기부터 중소기업대출비율제도가 개편된 점도 지방은행들의 대기업대출 확대를 부채질할 것으로 보이는 부분입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4월 지방은행들의 중소기업대출비율을 60%에서 50%로 낮췄죠. 시중은행 또한 기존 45%에서 50%로 높이면서 은행별 비율을 일원화했습니다. ▷관련기사: 시중은행 중소기업대출 비율 높인다 '45→50%'(4월11일)

지방은행들은 기존에는 월별 대출 신규취급액 중 60%를 중소기업대출로 채워야 했지만, 7월 1일부터는 이보다 10%포인트 낮아진 50%만 채워도 됩니다. 이로써 지방은행들이 신규 중소기업대출을 줄이고 가계대출이나 대기업대출을 더 늘려도 되는 여건이 마련된 거죠. ▷관련기사:  영업규제 해소…지방은행, 시중은행 견제 가능할까(6월5일)

아직은 지방은행마다 제도 개편 영향이 제각각인데요. 지난 2분기말 대비 3분기말 지방은행들의 대기업대출 잔액 증가율을 보면 경남은행이 14.7%, 대구은행은 13.0%로 두 자릿수지만, 광주은행은 6.0%, 부산은행 3.1%, 전북은행은 2.0% 등입니다.

하지만 올해 4분기를 거쳐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대기업대출이 중소기업대출이나 가계대출 대비 높은 증가속도를 보이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최근 고금리 속에 가계대출 확대는 한계가 보이고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 대출 문턱은 점점 높아지고 있어서죠.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방은행은 중기 의무대출 비중 완화로 과거와 달리 (중소기업대출 외에) 다른 곳에 빌려줄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며 "지방은행들이 가계대출을 늘리기도 어려운 만큼 결국 대기업대출만 더욱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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