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액이 13개월 만에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중소기업들의 숨통이 다소 트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지역 중소기업 여신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지방은행들의 기업대출 리스크가 다소 완화될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그간 금융권 '뇌관'으로 주목됐던 지방은행들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다소 진정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반면, 수출 회복에도 고금리가 장기화하는 등 녹록지 않은 환경이 지속되고 있어 건전성 회복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관련기사: 가계대출 집중한 사이…기업대출도 '흔들')
관세청이 지난 2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20일까지의 수출액은 1년 전보다 4.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말까지 증가세를 이어가게 되면 줄곧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수출액이 13개월 만에 플러스 전환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뇌관' 중소기업 여신, 수출 회복에 진정될까
수출 회복 기대감은 지방은행에도 미치고 있다. 수출이 회복될 경우 대기업 뿐만 아니라 협력업체인 지역 중소기업들에게도 온기가 퍼지게 되는데, 지방은행들의 여신 절반 이상을 이들 지역 중소기업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반도체 수출액의 감소 폭이 줄어든 데서 이뤄진 것이란 점에서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방 중소기업들의 경우 제조업 비중이 높아 수출 회복 훈풍이 미칠 수 있어서다.
그동안 지방은행 중소기업 여신은 금융권 '뇌관'으로 지목돼 왔다. 지역 중소기업들은 지역 경기상황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큰데, 최근 경기 불황으로 지역 경기가 악화하고 있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서의 위험 또한 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다.
실제 지방은행들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 2년 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해 왔다. 최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광주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 2021년 3분기 0.49%에서 지난 2분기 0.64%까지 오른 뒤 올해 3분기 0.46%로 하락했고, 전북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0.71%에서 0.75%로 상승하며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대구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 또한 상승 추세다. 지난 2021년 2분기 0.33%였던 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 2분기 0.53%로 올랐다. 같은 기간 상·매각전 연체율을 기준으로 보면 2분기 기업대출 연체율은 0.82%로 연체율 상승 폭은 0.29%포인트에 달했다.
지난 2분기 부산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 2021년 0.27%에서 0.36%로 올랐고, 같은 기간 경남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만 0.44%에서 0.27%로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수출 회복시 이같은 자산건전성 우려 다소 진정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기업 경기가 가계 여신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만큼 최근 빠르게 오르고 있는 가계대출 연체율 또한 진정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까지만 해도 수출 부진으로 무역적자가 발생하면서 지역내 중소기업들에 대한 우려가 컸었는데,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지방은행에서 생각했던 단기 리스크가 일부 해소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고금리 등 녹록지 않은 금융 상황 지속
반면 일각에서는 수출 회복에도 거시적인 환경이 녹록지 않은 만큼 지방은행들의 중소기업대출 건전성 회복에는 시일이 걸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가장 큰 변수는 금리다. 올초까지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나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마무리하고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지만, 불확실성이 커지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도 거론되고 있어 고금리 장기화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대부분 중소기업들이 차입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금리로 이자부담이 지속될 경우 이자보상배율이 하락하고 중소기업들의 부채 상환 능력이 저하할 수 있다. 이자보상배율이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 등 금융비용으로 나눈 것으로,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보통 금리가 오르면 은행 수익성에 긍정적이지만, 고금리가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있어 앞으로는 은행들의 연체율 관리가 상당한 도전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