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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워치]귀뚜라미 후계자 최성환, 사상 첫 ‘배당 맛’의 의미

  • 2022.10.19(수) 07:10

[중견기업 진단] 귀뚜라미③
26살때 경영 입문…주력사 죄다 이사회 멤버
홀딩스 지분 12%…최 회장 일가 중 2대주주
‘무배당’ 철칙 깨…향후 승계 재원 조성 촉각

2003년, 중견 냉난방 에너지그룹 귀뚜라미의 창업주는 2세를 경영에 입문시켰다. 후계자의 나이 26살 때다. 창업주가 지금까지 강력한 오너십을 쥐고 있지만 일찍부터 가업 승계를 위한 터 닦기에 나선 것을 볼 수 있다.   

장남, 2010년부터 주력사 이사회 합류

귀뚜라미 오너 최진민(81) 회장은 부인 김미혜(66) 귀뚜라미복지재단 이사장 사이에 2남3녀를 뒀다. 2세들 가운데 현재 경영 핵심에 몸담고 있는 이는 두 아들 최성환(44) 귀뚜라미 관리총괄 전무와 최영환(41) 상무다. 

장녀와 막내딸도 발을 들여놓고 있지만 비주력사에 머문다. 최수영(54) 상무는 강원도 철원의 골프장 한탄강CC(18홀), 한탄리버스파호텔을 운영하는 귀뚜라미랜드에 몸담고 있다. 최문경(43) 상무는 외식프랜차이즈 닥터로빈에서 활동하고 있다. 차녀 최혜영씨는 미국에 거주 중으로 경영에는 선을 긋고 있다. 

최 전무는 오너 2세들이 흔히 가는 경영학석사(MBA) 유학을 가는 대신 2003년 말단 직원으로 입사, 생산라인을 두루 거쳤다. 부국증권 김중건(70) 회장의 사위로도 잘 알려져 있다. 부인이 김정연(45)씨다.  

자타공인 귀뚜라미 후계자다. 먼저 핵심 계열사들의 이사진의 면면에서 엿볼 수 있다. 먼저 펌프, 모터, 센서, 컨트롤러 등 보일러 부품업체 나노켐의 이사회에 발을 들인지는 한참 전인 2010년 3월이다. 

2017년 1월에는 모태기업인 보일러 제조업체 옛 ㈜귀뚜라미(현 귀뚜라미홀딩스)와 서울 구로·금천·양천구 도시가스 공급업체 귀뚜라미에너지의 지배회사 귀뚜라미홈시스의 이사회에 합류했다. 

2019년 11월 지주회사 전환에 따라 현 ㈜귀뚜라미가 분할 설립된 뒤로는 지주회사와 보일러 자회사의 사내이사를 겸하고 있다. 냉방공조 3인방 센추리, 귀뛰라미범양냉방, 신성엔지니어링 등도 예외가 아니다. 2018년 5월 동시에 이사회 멤버가 됐다. 올해 3월에는 귀뚜라미에너지에도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홀딩스, 사상 첫 168억 배당…일가 몫 133억

최 전무는 주력사업인 난방 및 난방공조 분야의 계열사 대표를 맡아 경영일선에 나선 적은 없다. 하지만 핵심 계열사에 죄다 이사회 멤버로 있는 것만으로도 ‘0순위 후계자’로 볼 수밖에 없다. 

대(代)물림은 수레의 양바퀴처럼 경영승계와 지분승계가 함께 굴러가기 마련이다. 특히 최 회장은 비록 현재까지 절대권력을 쥐고 있기는 하나 후계자의 지배기반을 다지는 데도 손을 놓고 있지 않았다. 귀뚜라미가 지주회사 체제인 만큼 2세 승계의 지렛대 또한 무엇보다 홀딩스가 될 수밖에 없다. 

귀뚜라미홀딩스는 현재 주주가 8명으로 최 회장 일가는 5명이 총 64.16%의 지분을 소유 중이다. 최대주주인 최 회장(31.71%) 다음으로 많이 보유한 이가 최 전무다. 12.16%다. 모친과 두 동생도 갖고 있지만 최 전무에는 미치지 못한다. 최 상무 8.40%, 최문경씨 6.67%, 김 이사장 5.22%다. 두 누이들은 없다. 

하나 더. 넘겨짚어 본다면, 심상치 않은 배당 기조의 변화 또한 2세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볼 여지도 있다. 최 회장은 유일한 상장사인 TBC(대구방송)를 빼고는 ㈜귀뚜라미 등 핵심 계열사들이 돈을 벌어들이는 족족 쟁여놓을 뿐 무배당 원칙을 철칙처럼 지켜왔다. 

귀뚜라미그룹이 50여 년간 무차입 경영을 할 만큼 돈 걱정을 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현재 홀딩스의 현금성자산이 5770억원(2021년 말)에 이를 정도다. 부채비율은 37%에 머문다.  

그룹의 배당 기조가 확 바뀌었다. 홀딩스가 사상 처음으로 2021년 결산 현금배당으로 168억원(주당 30만원)을 풀었다. 최 회장 일가에게 주어진 게 133억원이다. 최 회장이 66억원을 손에 쥐었다. 최 전무도 25억원을 가져갔다. 

따라서 이례적인 첫 배당이 최 회장이 지분 증여 등 대물림에 대비해 후계자의 재원 조성 수순으로 읽힐 여지가 있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지주 체제 전환 이후 최 창업주가 주력사 대표직을 연이어 내려놓은 것과 결부지어 볼 수 있어서다. 후계자 최 전무 체제가 서서히 가시화 되는 게 아닌지 이래저래 시선이 꽂힐 수밖에 없다. 

후계구도 장남 경영 vs 차남 엔지니어 관측

말이 나온 김에, 귀뚜라미의 후계구도에서 최 창업주의 차남 최영환(41) 상무는 상대적으로 형에게 뒤쳐진다고 볼 수 있다. 경영대권 승계의 무게추가 최 전무에게 기울어져 있다는 뜻이다. 

최 상무의 홀딩스 지분이 형보다 적을 뿐만 아니라 커리어를 보더라도 경영 보다는 엔지니어에 가깝다. 미국 캘리포티나 산타크르주대 출신으로 2004년 고려대로 편입해 전자공학과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차례로 받았다.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2012년 범두산가(家)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의 차녀 박예원씨와 결혼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귀뚜라미에 입사한 때도 2014년 3월이다. 형 보다 10여년 늦게 합류했다. 활동 영역 역시 연구·개발에 맞춰져 있다. 선임연구원을 시작으로 개발팀장(부장) 등을 거쳤다. 현 활동무대도 서울 마곡 ‘귀뚜라미 냉난방 기술연구소’다.   

핵심 계열사 중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곳은 딱 한 군데 귀뚜라미홀딩스뿐이다. 선임 시기도 형 보다 3년 뒤인 2020년 1월이다. 이외 ㈜귀뚜라미를 비롯해 굵직굵직한 계열사 이사진에서 최 상무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 [거버넌스워치] 귀뚜라미 ④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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