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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워치] 영원무역 이사 보수한도 연쇄 증액 누구 위한 것?…후계자 성래은

  • 2025.03.31(월) 07:10

2023년 성기학 YMSA 주식증여 때 815억 차입
홀딩스․영원무역 80억→130억→175억 한도 확대  
성래은 보수액도 33억→82억→126억으로 폭증

126억원. 중견 패션·유통그룹 영원무역의 2세 후계자가 작년에 지주회사와 사업 중추사로부터 챙긴 보수(報酬)액이다. 양 사 이사진 전체 보수액의 70% 이상을 혼자서 독식했다. 

창업주인 성기학(78) 회장의 세 딸 중 차녀 성래은(47) 영원무역그룹 부회장이다. 두 계열사가 2년 전부터 잇달아 이사 보수한도를 한껏 높였고, 성 부회장의 급여와 상여금 역시 매년 폭증한 데 따른 것이다.  

공교롭다. 가업세습을 위한 부친의 주식 증여 당시 증여세를 물기 위해 거액의 빚을 낸 시기와 맞물린다. 재무실적이 2년 연속 뒷걸음질 치는 와중에도 개인 보수액은 예외 없이 껑충 뛰었다. 

성기학 영원무역그룹 회장(왼쪽). 성래은 영원무역그룹 부회장.

거액 빚진 뒤 보수한도 증액…72% 독식

영원무역 경영구조는 오너 부녀 이원(二元) 체제다. 성 부회장은 2016년 3월 부친으로부터 지주사 영원무역홀딩스 대표직을 물려받았다. 아웃도어·스포츠 의류 OEM(주문자상표부칙방식) 업체 ㈜영원무역에도 2007년 3월(2009년 9월 기업분할 전 모태 ㈜영원무역)부터 이사회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성 창업주는 ㈜영원무역과 미국 아웃도어 ‘노스페이스’ 한국총판인 영원아웃도어 등 양대 사업 중추사와 스위스 자전거 브랜드 ‘스캇’ 국내 유통업체인 스캇노스아시아 등 홀딩스의 3개 국내 사업 자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다. 

31일 영원무역홀딩스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성 부회장은 작년에 홀딩스에서 63억원의 보수를 챙겼다. 급여 23억원, 상여금 40억원이다. ㈜영원무역의 경우에도 이사회 멤버일 뿐이지만 홀딩스와 동일하게 급여 23억원, 상여 40억원 등 63억원을 받았다. 양 사를 합해 총 126억원이다. 

성 창업주와 대비된다. ㈜영원무역 대표로서 직접 경영을 챙기고 있지만 정작 작년에 27억원을 받았다. 성 부회장보다 36억원 적은 액수다. 상여금은 10분의 1에 불과한 4억원이 전부다.  

영원무역홀딩스는 이사진이 5명(사내 3명·사외 2명)이다. ㈜영원무역은 7명(사내 3명·사외 4명)이다. 이사진 보수 최고한도액은 현재 75억원, 100억원이다. 두 곳 모두 한도까지 총 175억원이 실제로 집행됐다. 바꿔 말하면 성 부회장이 홀딩스 이사진 전체 보수의 84%, ㈜영원무역 63%, 양 사 전체로는 72%를 혼자서 가져갔다는 의미다. 

게다가 2년 연속 폭증 양상이다. 성 부회장은 2022년 홀딩스와 ㈜영원무역 보수가 전년 대비 11억원 늘어난 33억원 정도였다. 2023년에는 49억원 증액된 82억원으로 뛰었다. 이어 작년에 다시 44억원 불어났다. 급여가 25억→32억→46억원, 특히 상여금이 9억→51억→80억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특히 이 시기는 두 계열사가 정기주총 승인을 통해 이사 보수한도를 급격하게 늘렸던 때다. 홀딩스는 2016~2022년만 해도 한도가 20억~30억원이었으나 2023년 3월 50억원, 작년 3월에는 75억원으로 증액했다. ㈜영원무역은 30억~50억원에서 같은 시기 80억원, 100억원으로 확대했다. 결국 한도 증액은 전적으로 성 부회장을 위한 것이었던 셈이다. 

영원무역홀딩스, (주)영원무역 이사 보수한도 및 성래은 부회장 보수
영원무역그룹 핵심 3개사 재무실적

영원무역 영업이익 2년 전의 반토막

2023년은 성 창업주가 성 부회장에게 가업을 물려주기 위해 지분 승계를 사실상 매듭지었던 해다. 그 해 3월 개인 지주회사인 와이엠에스에이(YMSA) 지분 100% 중 과반 50.1%를 성 부회장에게 증여한 데서 비롯됐다. 

현재 성 부회장(50.1%)→YMSA(29.09%)→영원무역홀딩스(50.52%·59.3%)→㈜영원무역·영원아웃도어로 이어지는 출자고리를 통해 성 부회장이 계열 지배구조의 꼭짓점에 위치해 있는 이유다. 

당시 거액의 증여세가 뒤따랐지만 자금은 걱정할 게 못됐다. YMSA를 활용했다. YMSA는 성 부회장이 2014년 3월 이사회에 합류한 뒤 2021년 3월에는 부친으로부터 대표직도 물려받아 경영을 직접 챙기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우선 YMSA 소유의 대구광역시 수성구 만촌동 소재 지하 5층~지상 20층짜리 옛 YMSA빌딩(현 영원무역 대구빌딩)을 ㈜영원무역에 587억원에 매각했다. 이를 합해 YMSA로부터 총 815억원을 장기(長期)로 빌려 증여세를 한 번에 완납했다. 

빚 갚는 일만 남았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일까. 즉, 성 부회장의 증여세 자금 차입 이후 홀딩스와 ㈜영원무역은 이사 보수한도를 단계적으로 확대했고, 성 부회장의 보수 역시 연거푸 뛰었다. 급여와 인센티브 또한  YMSA에 진 빚을 갚는 데 한 몫 했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 성 부회장은 차입 첫 해인 2023년에만 44억원을 상환했다.  

영원무역홀딩스는 최근 2년 연속 성장이 정체 양상이다. 2022년 매출(연결)이 4조5300억원 사상 최대치를 찍은 뒤 2023년 4조3600억원, 지난해 4조3100억원에 머물렀다. 특히 영업이익은 2년 전에 비해 반토막 났다. 2022년 ‘1조 클럽’을 달성했지만 작년에는 517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익률은 22.1%→20.0%→12.0%로 추락했다.  

의류 OEM 및 스위스 자전거 스캇(SCOTT)을 양대 주력으로 하는 핵심 자회사 ㈜영원무역 탓이다. 영업이익이 2년 새 8230억→3160억원으로 무려 61.7%(5070억원) 축소됐다. OEM이 6360억→5020억원으로 신통치 않았고, 특히 스캇 부문이 2120억원 대규모 적자로 돌아서며 발목을 잡았다. 

영원무역그룹 계열 지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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