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주기로 두 살 터울인 두 아들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영 승계 작업을 벌여왔다. 팔순 때 20년 가까이 뿌리내리던 형제 분할경영 구도를 돌연 뒤집었다. 형제를 지주사로 옮겨 함께 호흡을 맞추도록 했다. 중견 시멘트·제지그룹 아세아(亞細亞)의 2대(代) 사주(社主)가 설계한 후계구도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창업주 4형제 분할 경영구도 답습
51세 때인 1992년 4월, 2대 오너 이병무(84) 명예회장은 회장으로 취임했다. 고(故) 이동녕(1905~1992) 창업주가 별세하기 8개월 전이다. 막냇동생 이윤무(79) 명예회장은 당시 사장으로 선임된 뒤 1999년 3월 부회장을 달며 뒤를 받쳤다.
이순(耳順․60)을 넘긴 무렵 이병무 명예회장은 3대 경영승계 작업에 본격적으로 손을 댔다. 특히 ‘[거버넌스워치] 아세아 ①편’에서 얘기한, 창업주가 4남2녀 중 네 아들을 두 형제씩 짝을 지어 장남-3남은 봉명, 차남-4남은 아세아를 맡긴 분할 후계구도를 그대로 답습했다.
2남1녀 중 두 아들을 시멘트·제지 양대 사업의 경영 일선에 차례로 포진시켰다. 이윤무 명예회장도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지만 후계구도에서는 논외였다. 비록 형제 경영을 했지만 이병무 명예회장이 실권(實權)을 틀어쥔 데서 비롯됐다.
장남 이훈범(56) 현 회장을 모태 중추사 아세아시멘트 이사회에 배치했던 때가 2004년 3월이다. 성균관대, 미국 뉴욕대 경영학석사(MBA) 출신으로 글로벌 회계법인 딜로이트투시에서 경력을 쌓은 뒤 아세아시멘트 경영기획본부장으로 활동할 무렵이다.
3년 뒤인 2007년 3월, 이번에는 차남을 아세아제지의 이사진에 앉혔다. 이인범(54) 현 부회장이다. 미국 뉴욕주립대와 MIT 슬론 경영대학원 MBA 과정을 마치고 삼일회계법인, PwC컨설팅 등을 거쳐 아세아제지 영업담당 이사로 있던 시기다.

지주 전환 계기 시멘트-제지 분할구도 뚜렷
고희(古稀·70)를 맞자 이병무 명예회장은 두 아들의 분할경영 구도에 더욱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2011년 3월 동생과 함께 아세아시멘트와 아세아제지 각자대표에서 물러 경영에서 한 발 비켜났던 때다.
이어 2013년 10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계기로 장남과 차남을 각각 양대 사업 주력사의 최일선에 차례로 배치하며 지주사-전문경영인, 사업 자회사-3세 경영 체제로 재편했다.
아세아시멘트를 아세아㈜(지주·존속), 아세아시멘트(사업·신설)로 쪼갠 뒤 장남을 신설된 아세아시멘트의 대표에 앉혔다. 차남 역시 빼놓지 않았다. 역시 3년 뒤인 2016년 3월 아세아제지 대표로 끌어올렸다. 2018년 1월 인수한 한라시멘트 대표직도 맏아들에게 맡겼다.
(참고로 한라시멘트는 당시 아세아시멘트가 총 4260억원을 투입해 인수한 시멘트 부문 양대 기둥 중 하나다. 이를 통해 아세아는 국내 시멘트 시장 7위에서 쌍용C&E, 한일시멘트와 더불어 일약 ‘빅3’로 도약했다.)
장남-시멘트, 차남-제지 분할 구도는 더욱 뚜렷해졌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선대(先代)에서 처럼 이 명예회장이 향후 형제의 계열분리까지 염두에 두고 후계구도를 짰을 개연성이 없지 않다.

형제경영 앞서거니 뒤서거니 ‘난형난제’
한데, 10년 뒤 산수(傘壽·80)를 맞은 이병무 명예회장은 돌연 판을 뒤집었다. 앞서 2020년 3월 동생과 함께 아세아시멘트, 아세아제지 이사회에서 물러난 지 1년 뒤다. 이번에는 정반대로 지주사-두 아들, 사업 자회사-전문경영인 체제로 교체했다. 한마디로 2대의 이병무·이윤무 형제 공동경영 체제와 흡사하다.
2021년 3월 장남을 지주사 아세아㈜ 이사회에 합류시켰다. 11월에는 각자대표로 앉혔다. 아세아시멘트와 한라시멘트의 대표 자리는 내려놓게 했다. 동시에 회장 자리를 물려줬다. 차남 또한 아세아제지 대표에서 아세아㈜로 이동시켰다. 부회장을 단 시기도 이 때다. 2023년 3월에는 이사회 명단에도 이름을 올려놓았다.
즉, 지주 전환 이후 오너 일가 없이 운영됐던 아세아㈜ 이사회에 3세 형제가 나란히 포진해 양대 사업부문을 다 들여다보는 구도로 바뀐 것이다. 형제는 아세아시멘트와 아세아제지의 사내이사직도 같이 겸임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3세 경영체제가 막이 오른 지 5년차를 맞은 아세아가 장자로서 3대 오너가 유력한 이훈범 회장과 비록 ‘2인자’지만 형에 못지않은 존재감을 가진 이인범 부회장이 이끄는 ‘쌍두마차’ 체제로 앞으로도 오랜 기간 굴러가게 된다는 의미다.
물론 후계구도는 언제든 다시 뒤집힐 여지가 있다. 이 역시 이 명예회장이 카드를 쥐고 있다. 5년 전 주식 증여를 딱 멈추고, 여태껏 지주사 아세아㈜ 12.03% 2대주주로 있어서다. (▶ [거버넌스워치] 아세아 ③편으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