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노나는 사업을 후계 세습의 디딤돌로 써먹었던 터라 오너 3세들은 남 부러울게 없는 ‘캐시카우(현금창출원)’를 손에 쥐었다. 결과적으로 20여 년간 제대로 ‘꿀을 빨았다’.
중견 시멘트·제지그룹 아세아의 3세들이 개인회사 삼봉개발을 통해 챙긴 배당수입만 해도 확인된 것만 320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2년 전(前) 주식을 전량 털고 챙긴 돈도 191억원이나 된다.


이훈범, 삼봉개발 초창기 대표로 활동
아세아그룹 오너 3세들이 삼봉개발에 출자한 자금은 4억원이 전부다. 게다가 전액 액면가(5000원) 출자다. 이후 2014년 3월 삼봉개발은 현 8억원으로 자본금이 확대됐지만 이는 주식배당에 따른 것이다.
2대 오너 이병무(84) 명예회장의 2남1녀 중 장남 이훈범(56) 현 회장이 1억4000만원을 출자, 지분 35%를 보유했다. 차남 이인범(54) 부회장과 장녀 이훈송(55)씨가 1억800만원, 9200만원으로 27%, 23%를 보유했다. 이외 15%는 6000만원을 투자한 이현범(46) 우신벤처투자 전무 몫이었다. 이 명예회장의 막냇동생 이윤무(79) 명예회장의 1남1녀 중 장남이다.
현 3세 경영자인 이훈범 회장은 삼봉개발 최대주주로서 초창기 경영에 참여하기도 했다. 잠깐이나마 2002년 12월 설립 이후 이듬해 6월까지 대표를 맡았다. 또한 2007년 12월까지 동생 이인범 부회장과 함께 이사회 멤버로 활동했다.
형제가 양대 중추사인 아세아시멘트와 아세아제지 이사회에 합류하며 본격적으로 경영 승계에 돌입했던 때가 각각 2004년 3월, 2007년 3월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 보다 훨씬 앞서 개인회사 삼봉개발에 몸담았던 것을 볼 수 있다.
3대 승계 디딤돌로서 삼봉개발의 활용 가치는 기대대로 였다. ‘[거버넌스워치] 아세아 ④편’에서 얘기했지만, 모태 옛 아세아시멘트가 2003년 1월 흡수합병한 자회사 아진건업이 영위했던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아세아타워 관리와 경북 경주시 보문관광단지의 경주월드 운영권을 아세아시멘트로부터 넘겨받은 삼봉개발이 3세들에게 점점 ‘돈이 됐다’는 의미다.
재무수치가 보여준다. 삼봉개발은 2022년 매출이 491억원으로 최대치를 찍었다. 확인 가능한 범위로, 영업이익은 2010년 이후 흑자를 거른 적이 없다. 2022년에는 36억원을 벌어들이며 13년간 한 해 평균 25억원 흑자를 냈다.
특히 아세아타워 경비를 비롯해 시설·미화·임대 관리와 주차장 운영 사업은 기복 없는 알짜였다. 삼봉개발의 매출이 407억→218억원, 영업이익이 25억→1억원가량으로 급감했던 2020년의 사업부문별 재무수치가 이를 잘 보여준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경주월드 운영사업이 직격탄을 맞았을 때다. 당시 리조트 부문은 368억→179억원으로 반토막났고, 매출원가(186억원)에도 못미쳤다. 그럼에도 흑자를 냈다는 것은 매출 39억원의 건물관리 부문이 경주월드 적자를 메우고도 남았다는 얘기가 된다.


3세들 손 털기 전 중간배당 170억 챙겨
잭팟이 터졌다. 3세들은 2023년 5월 지분 100%를 주당 11만9000원, 총 191억원을 받고 아세아시멘트에 전량 매각했다. 투자액의 거의 50배다. 최대주주인 이훈범 회장이 67억원을 손에 쥐었다. 이인범 부회장 52억원, 이훈송씨 44억원, 이현범 전무가 29억원을 챙겼다. 이를 계기로 삼봉개발은 현 경주월드㈜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게다가 이는 3세들이 20여년간 삼봉개발 주주로 있으면서 총 320억원의 배당수입을 올린 뒤의 일이다. 특히 이인범 회장과 이인범 부회장은 부친의 주식 증여 때 이를 증여세 재원으로 요긴하게 활용한 정황도 엿보인다.
‘[거버넌스워치] 아세아 ③편’에서 기술한 바 있지만, 이병무 명예회장은 딱 두 차례 모두 두 아들을 대상으로 총 255억원어치의 주식을 증여한 바 있다. 2017년 5월 장남에게 아세아㈜ 20.57% 중 4.56%(107억원), 차남에게는 아세아시멘트 3.75% 중 2.43%(68억원)를 증여했다. 2020년 4월에는 아세아㈜ 4.56%(81억원)를 2.28%씩 물려줬다.
이훈범 회장이 아세아㈜ 13.74%를 확보하며 지주사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던 게 이 때다. 당시 이 회장에 부과된 증여세는 대략 두 차례 합산 80억원으로 추산된다. 증여일 주식시세를 기준으로 한 증여가액에 세율 60%(과세표준 30억원 이상 최고세율 50%+최대주주 할증 20%)를 적용해 가늠해본 수치다. 이 부회장은 60억원가량이다.
이 회장 등은 연부연납으로 증여세를 납부했다. 형제가 2018년 4~5월 4.29%, 2020년 7월 3.65% 등 아세아㈜ 주식 7.94%를 법원에 공탁했던 게 증거다. 연부연납은 상속·증여세가 2000만원이 넘을 경우 납세 담보물을 맡기고 최장 5년(상속세 10년)간 나눠 낼 수 있는 제도다.
흥미로운 점은 증여 시기와 맞물린 삼봉개발의 배당기조 변화다. 현재 확인 가능한 범위로 보면, 2009년부터 작년까지 매년 예외 없이 배당을 실시하고 있는 삼봉개발은 2016년까지는 매년 결산배당으로 2억~8억원을 지급했다. 8년간 총 40억원이다.
이 명예회장의 1차 주식 증여를 했던 2017년 12억원을 시작으로 확 바뀌었다. 2019년에는 14억원의 중간배당까지 실시했고, 도합 38억원을 풀었다. 2020년까지 4년 동안은 98억원이나 됐다.
게다가 2023년 5월 3세들이 아세아시멘트에 지분을 전량 매각하기 직전에는 중간배당으로 무려 170억원을 안겼다. 당시 남아있던 미처분이익잉여금(245억원)의 70%에 가까운 액수다.
이훈범 회장이 2017년 이후 주식 매각 전까지 삼봉개발에서 가져간 배당금이 98억원이다. 이인범 부회장은 76억원이다. 형제가 2018년 납세 담보주식을 해지했던 때가 2022년 9월이다. 2023년 4월에는 이 회장이 아세아㈜ 2.04%를 담보로 빌렸던 NH농협은행 26억원 대출금도 전액 갚았다.
아세아그룹 3세 승계 과정에는 이렇듯 소리 소문 없이 ‘짜고 친’ 은밀한 비밀이 감춰져 있다. 달리 ‘꿀을 빨았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 [거버넌스워치] 아세아 ⑥편으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