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아세아타워. 서울 지하철 2호선 역삼역 1번 출구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있는 대형 오피스빌딩이다. 연면적 4만8228㎡(1만4589평)에 지하 5층, 지상 16층짜리다.
중견 시멘트·제지그룹 아세아의 지주사 아세아㈜를 비롯해 양대 사업 주력사 아세아시멘트, 아세아제지가 입주해 있는 그룹 사옥이다. 원래는 모태기업 옛 아세아시멘트 소유였다가 2013년 10월 지주 체제로 전환한 뒤로는 아세아㈜(존속)가 건물주다.
2대 사주 이병무(84) 명예회장의 후계 승계와 관련해 이 아세아타워가 논란거리를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짜고 친 고스톱’ 마냥, 그럴 만도 했다. 비록 지난 일이지만 아세아의 오너 지배구조를 얘기하면서 빼놓고 갈 수 없는 이유다.

2000년대 초 돌연 아진건업 사업 ‘새 판 짜기’
‘아진건업(亞進建業)’이 진원지다. 모체 아세아시멘트가 지분 71%를 들고 있던 자회사다. 1977년 2월 설립됐다. 아세아시멘트에서 생산되는 시멘트, 몰탈 등을 구매해 판매하던 일종의 대리점이다. 나머지 주식은 아세아제지가 소유했다.
1990년대 들어 아진건업은 차츰 사업을 확장했다. 1991년 10월 봉명산업으로부터 경북 경주시 보문관광단지의 리조트 경주월드(당시 도투락월드)를 인수해 운영했다. ‘[거버넌스워치] 아세아 ①편’에서 얘기했지만, 1994년 2월 모기업 봉명(鳳鳴)이 자금난에 빠져 와해되는 과정에서 아세아시멘트가 아진건업을 통해 500억원에 사들였다.
아세아타워가 준공된 시기도 이 무렵인 1992년 9월이다. 이를 계기로 아세아타워 건물주인 아세아시멘트의 위탁으로, 아진건업이 빌딩 경비를 비롯해 시설·미화·임대 관리와 주차장 운영을 도맡았다.
벌이가 제법 쏠쏠했다. 1999~2001년 영업이익률 10.1%~13.0%로 줄곧 두 자릿수를 유지했을 정도다. 매출 175억~207억원 수준에 영업이익으로 적게는 18억원, 많게는 27억원을 벌어들였다.
2001년 3월 돌연 모회사 아세아시멘트가 이 알짜 자회사 아진건업의 지배구조와 사업부문을 놓고 새 판 짜기에 들어갔다. 경쟁력 강화 및 그룹 구조조정이 이유다. 아세아제지 소유의 지분 29%를 118억원에 전량 사들여 100% 자회사로 만든 뒤 2003년 1월에 가서는 아예 흡수합병했다.
한데, 아세아그룹에 삼봉개발과 ㈜경주월드 2개의 신생법인이 동시에 만들어진 것도 이 즈음인 2002년 12월이다. 이어 아세아시멘트가 아진건업을 통합한 뒤로는 기존 아진건업의 3개 사업 중 시멘트를 제외하고 아세아타워 관리는 삼봉개발, 경주월드 운영은 ㈜경주월드로 이관했다.

삼봉개발, 5년 뒤 경주월드 운영권도 접수
문제는 두 신생 계열사의 주인이 아세아시멘트가 아니라 따로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삼봉개발은 아세아그룹 오너 3세들의, 출자자금이라고 해봐야 도합 4억원이 전부인 개인회사였다.
이병무의 명예회장의 세 자녀인 장남 이훈범(56) 현 회장 35%, 차남 이인범(54) 부회장 27%, 장녀 이훈송(55)씨 23%, 이외 이 명예회장의 막냇동생 이윤무(79) 명예회장의 1남1녀 중 장남 이현범(46) 우신벤처투자 전무 15% 등 4명이 당시 삼봉개발 주주들의 면면이다.
바꿔 말하면 아세아시멘트가 자회사 아진건업이 영위했던 아세아타워 관리 사업을 오너 3세들에게 넘겼다는 의미다. 삼봉개발이 설립 때부터 줄곧 아세아타워에 본점을 뒀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유는 뻔하다. 3세들에게 ‘돈이 될’게 뻔해서다. 아진건업이 2000년 매출 181억원을 기록했을 당시, 아세아타워 관리(12%) 부문의 매출비중은 경주월드(53%)나 시멘트(36%)에 못 미쳤지만, 마진율((매출-원가)/매출)이 41.2%나 됐다. 다른 두 부문 11.7%~17.7%보다 월등한 알짜배기 사업이었다.
뿐만 아니다. 아세아시멘트는 5년 뒤인 2007년 12월에는 경주월드 운영 또한 삼봉개발에 맡겼다. 삼봉개발이 기존 건물 관리 및 주차장 운영 외에 관광, 숙박, 음식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한 것도 이 때다.
당초 ㈜경주월드는 문경학원이 99.99% 거의 전액을 출자해 자본금 10억원으로 설립됐다. 문경학원은 고(故) 이동녕(1905~1992) 창업주가 1955년 3월 고향인 경북 문경에 설립한 학교재단이다. 현재 문경여고, 문창고를 운영하고 있다.
아세아시멘트가 ㈜경주월드에 경주월드 토지, 건물을 임대했던 계약기간은 2003~2007년이다. 5년 임대기간이 끝나자 연장 없이 곧바로 운영권을 삼봉개발에 넘긴 것이다. 예정된 수순이었다. 2008년 4월 ㈜경주월드는 청산됐다.
아세아그룹 3대 경영자 이훈범 회장을 비롯한 오너 3세들을 위한 ‘꼼수’는 기대대로 먹혔다. 배당수입과 주식매각으로 500억원 넘게 손에 거머쥐었을 정도로 3세들은 20여 년간 ‘꿀을 빨았다’. (▶ [거버넌스워치] 아세아 ⑤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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