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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워치] 아세아그룹, 모기업 봉명 단명에도 생존했던 이유

  • 2025.05.07(수) 07:10

[중견기업 진단] 아세아①
석탄광산으로 성장한 재벌 봉명에 뿌리
2대 오너 이병무, 모그룹 와해 속 건재
여전히 두 아들 훈범·인범 후계구도 ‘키’ 

한마디로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2대(代) 오너가 팔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두 아들 후계구도의 ‘키’를 여태껏 꽉 틀어쥐고 있다. 현 단계에서는 다양한 경우의 수만 난무할 뿐이다. 

이병무 아세아그룹 명예회장

1-3남 vs 2-4남 분할 경영 

중견 시멘트·제지그룹 아세아(亞細亞)는 광산을 기반으로 성장한 재벌기업 봉명(鳳鳴)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47년 고(故) 이동녕(1905~1992) 창업주가 경북 문경에 석탄과 흑연을 생산하는 봉명광업소를 설립하면서부터다. 

1950년대 흑연을 일본에 수출하면서 기반을 잡았다. 1980년대까지 시멘트, 제지, 식품, 기계, 레저, 금융 등으로 사세를 확장해 재벌의 면모를 갖췄다. 1965년부터 성균관대를 운영하고 있는 삼성그룹이 한 때 손을 뗐던 1979~1991년 성대의 모기업이었을 정도로 위세가 대단했다.   

이 창업주는 재계나 교육계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정치에 외도(外道)를 했다. 4대(1958~1960년) 민의원에 이어 박정희 정부(1961~1979년) 때 6~7대(1963~1971년) 국회의원을 지냈다. 

봉명의 2세 후계구도가 비교적 일찍 만들어진 한 요인이다. 1960~70년대에 4남2녀 중 네 아들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영에 참여시켰고, 두 형제씩 서로 짝을 지어 주력 사업을 나눠 맡겼다. 

1992년 12월 향년 88세로 별세했다. 11개 계열사를 뒀던 때다. ‘한 울타리’ 안에 장남-3남의 봉명(6개)과 차남-4남의 아세아(5개) 2개의 독립적인 그룹이 존재했던 것은 앞서 창업주가 닦아 놓은 4형제 분할경영 구도에서 비롯됐다. 

아세아그룹 가계도

창업주 작고 1년여 뒤 멈춘 ‘봉황 울음소리’

2대에 이르러 봉명은 단명했다. 부친의 뒤를 이어 14대(1992~1996)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발을 들인 3남 고 이승무(1944~2003) 부회장 소유의 봉명산업(자동차 부품 주물)과 도투락(냉동만두)이 1993년 10월 부도를 맞았다. 이 부회장이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듬해다. 출자회사인 봉명탄광 폐업 등으로 자금난에 빠진 데 기인한다.  

장남 이세무(86) 회장이 운영하던 동창제지(백판지)로 불똥이 튀었다. 도투락 등에 거액의 지급보증을 해줬다가 유동성 부족에 시달린 끝에 동창제지 또한 1994년 2월 부도를 냈다. 이로써 창업주 작고 1년여 만에 ‘봉황의 울음소리’는 멈췄다. 

아세아는 생존했다. 비록 피를 나눈 형제지만 차남과 4남은 봉명 계열사와는 아무런 상호출자 없이, 자금운용․인사 등에서도 철저하게 독자적으로 아세아를 운영해 왔기 때문이다. 이병무(84) 명예회장과 이윤무(79) 명예회장이다. 

지금의 아세아는 총자산 3조원, 매출 2조원대의 그룹 볼륨을 가지고 있다. 지주회사 아세아㈜를 꼭짓점으로 모태사업의 중추 아세아시멘트·한라시멘트와 제지 부문 주력사 아세아제지 등 도합 15개 계열사가 포진하고 있다.   

아세아(주) 재무실적

3대에 걸쳐…뿌리 깊은 형제 경영 

아세아는 2020년대 들어서는 전례 없는 호황을 누렸다. 지주사 아세아㈜ 매출(연결)이 2020년(1조5300억원) 이후 해마다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우며 2023년에는 2조1200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 또한 3년 연속 최고치를 찍으며 적게는 2290억원, 많게는 2400억원을 벌어들였다. 이익률은 11.2%~12.4% 연속 두 자릿수를 유지했다.  

마냥 이어지지는 않았다. 궤도에서 이탈했다. 작년 매출이 1년 전보다 5.1%(1085억원) 줄어든 2조74억원으로 뒷걸음질 쳤다. 영업이익은 28.3%(680억원) 감소한 1720억원에 머물렀다. 이익률은 8.6%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성장을 견인했던 양대 축 중 하나가 무너졌다. 아세아시멘트는 매출(1조2000억→1조1100억원)과 영업이익(1470억→1410억원)이 나름 선방했지만 아세아제지는 추락했다. 매출(9080억→8910억원)은 엇비슷했지만 영업이익이 876억→266억원으로 3분의 1 토막이 났다. 

이보다 낮은 수치를 찾으려면 2017년(54억원)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익률은 9.6%→3.0%로 떨어졌다. 2020년 코로나19 펜데믹 덕을 톡톡히 봤던 골판지 원지 및 상자 핵심 사업이 내수 침체와 원재료 가격 상승의 직격탄을 맞았다. 

바꿔 말하면 아세아의 3세 공동경영의 진짜 시험대가 이제부터라는 의미다. 이병무 명예회장이 회장직을 이양하며 동생과 경영일선에서 동반 퇴진했던 때가 호황 초입이었던 2021년 11월이다. 3세 경영체제가 출범했고, 중심에는 올해 5년차를 맞은 이 명예회장의 2남1녀 중 두 아들 이훈범(56) 회장과 이인범(54) 부회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현재 아세아그룹의 오너 지배구조를 관통하는 3세 형제 체제의 형성 과정을 뜯어보고, 진화 추이를 가늠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무엇보다 이병무 명예회장이 20년 전부터 손을 댄 후계구도가 여전히 미완(未完)이고, 언제든 판이 뒤집힐 수 있어서다. (▶ [거버넌스워치] 아세아 ②편으로 계속)

아세아그룹 양대 주력사 아세아시멘트, 아세아제지 재무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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