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8%. 오너가(家)의 경영자라고는 하지만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2세의 존재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경영권의 핵심 지주사 주식이 조카들에게도 한참 못 미친다. 부인 등 간접 주식을 통틀어도 5.93%밖에 안된다.
중견 시멘트·제지그룹 아세아의 2대 오너 이병무(84) 명예회장의 막냇동생 이윤무(79) 명예회장이다. 형의 두 아들 이훈범(56) 회장과 이인범(54) 부회장이 이끄는 3세 체제가 가동된 뒤로는 더욱 그늘에 가려져 있다.
한데, 돌연 계열사 경영 최일선에 등장했다. 엄밀히 얘기하면, 아세아의 ‘한 울타리’에 있을 뿐 이 명예회장 1인 소유의 회사다. 본가(本家) 경영에서 비켜난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개인회사를 키우려는 모양새다.

부친 대신해 감사로 활동해온 딸
현재 아세아그룹에는 지주사 아세아㈜를 꼭짓점으로 모태사업의 중추 아세아시멘트·한라시멘트와 제지 부문 주력사 아세아제지 등 15개사로 이뤄진 지주 체제에서 벗어나 있는 계열사가 딱 하나 있다.
부국레미콘이다. 주인이 이윤무 명예회장이다. 확인 가능한 범위로 보더라도 1999년부터 줄곧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형을 도와 아세아그룹을 동반 경영하면서도 일찍부터 ‘딴 주머니’를 차고 있었다는 의미다.
이 명예회장이 2022년 1월 처음으로 부국레미콘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거버넌스워치] 아세아 ②편’에서 얘기한 대로, 2021년 11월 이병무 명예회장이 장남에게 회장 자리를 물려줌으로써 오너 2세대가 아세아의 경영 2선으로 동반 퇴진한 직후다.
비록 개인회사지만 그간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겨 오다가 이제는 직접 챙긴다는 의미다. 자녀는 이보다 훨씬 앞서 적을 뒀다. 1남1녀 중 장녀 이지현(48)씨다. 부친을 대신해 2011년 3월부터 감사로 활동하며 경영을 감시해왔다.
부국레미콘은 경기 부천을 지역기반으로 1985년 5월 설립된 레미콘 제조업체다. 1995년 6월에는 대전공장을 인수한 뒤 2015년 6월 물적분할해 부국레미콘대전을 100% 자회사로 두고 있다.
기업 볼륨은 아세아의 양대 주력사에 비할 바 못되지만 알짜배기다. 총자산(연결 기준·작년 말) 699억원에 2000년 이후 차입금이 ‘제로(0)’다. 현금성자산이 358억원이나 된다. 부채비율은 23.7%에 머문다. 벌이가 좋아서다.
게다가 마치 오너 ‘약발’인 양, 이 명예회장이 대표를 맡은 이후 더 실속 있어졌다. 2015년 연결재무제표 작성 이래 10년간 재무실적을 보면, 매출은 540억~580억원대에서 2023~2024년에는 650억~680억원대로 불어났다. 순이익으로 한 해 평균 21억원에서 최근 2년간은 40억~50억원을 벌어들였다.


代물림용 진화 과정 주목거리
부국레미콘의 진가는 따로 있다. 바로 아세아 그룹사 주식이다. 투자원금 32억원을을 제하고도 22억원의 차익을 남겨 순이익에 한 몫 했다. 게다가 투자주식의 주가가 한 단계 레벨-업 되면서 남아있는 지분가치 또한 84억원으로 불어났다.
2003년 3월~2004년 2월 장내에서 아세아제지 3.10%를 10억원에 사들였다. 이 중 1.59%를 2006년 1~4월 8억원에 장내처분한 뒤 현재 1.09%를 소유 중이다. 주식가치가 32억원(14일 종가 기준)에 이른다.
뿐만 아니다. 2011년 12월에는 이윤무 명예회장으로부터 모태사 옛 아세아시멘트 1.06%를 17억원에 인수, 주주로 등장했다. 이 주식은 2013년 10월 아세아시멘트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따라 아세아㈜(지주·존속), 아세아시멘트(사업·신설)로 나눠졌다.
아세아㈜ 주식은 단 한 주의 변화도 없지만 뒤이은 2014년 11월 아세아㈜의 아세아시멘트 주식 30.34% 대상의 1120억원 현물출자 유상증자로 지분율은 현재 0.73%로 낮아졌다. 이 주식가치도 41억원이나 된다.
아세아시멘트 주식에는 2018년 2월 693억원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 당시 6억원가량을 추가로 집어넣었다. 이를 통해 갖고 있던 1.02% 중 0.77%는 증자 직후인 2018년 4~5월 장내에서 46억원에 팔아치웠다.
부국레미콘이 2018년 매출 574억원에 영업이익이 14억원 정도였지만 순이익이 41억원이나 됐던 것은 당시 아세이시멘트 주식 매각차익에서 비롯됐다. 현 0.27%의 주식평가액은 11억원 가량이다.
이렇듯 부국레미콘이 알짜지만 정작 사주(社主)인 이 명예회장이 가져가는 돈은 얼마 안된다. 확인할 수 있는 범위로, 1999년부터 1년마다 딱 2억5000만원이 전부다. 이렇다 보니 부국레미콘은 빚을 낼 이유가 없고, 기업가치는 뛸 수밖에 없다.
아세아그룹의 오너 지배구조에 관한 한, 만년 2인자였던 이윤무 명예회장의 1인 회사 부국레미콘이 대물림용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수 있다. (▶ [거버넌스워치] 아세아 ⑦편으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