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8%’. 중견 사무기기 그룹 신도(Sindoh) 3대(代) 후계자가 여태껏 소유한 모태 주력사 ㈜신도리코 지분이다. 5살 때인 1999년 1만7650주에서 지금껏 단 한 주의 변동도 없다. 이것만 놓고 보면, 주식 대물림은 걸음마 조차 떼지 않은 듯 보인다.
실상은 한참 앞서 나갔다. 정공법이 아닌 우회로 즉, ‘옥상옥(屋上屋)’ 비상장 가족사를 통해 소리 소문 없이 진행하는 까닭에 잘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사주(社主)가 경영 2선에서 물러난 지난해, 우회세습에 또 손을 댔다.
페이퍼컴퍼니 신도시스템 존재 이유…우회 세습
신도그룹 계열사 신도시스템의 2025사업연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작년에 신도에스디알(SDR) 지분을 29.18%에서 30.30%(24만3416주)로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이후 12년만이다. 1.12%(9000주)를 20억원(주당 21만8000원·액면가 5000원)에 인수했다. 거래 대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신도시스템은 자체 사업이 없는 비상장 계열사다. 원래는 1988년 9월 설립 이래 2000년대 중반까지 미8군 등을 상대로 복사기 렌탈사업 등을 했던 ㈜신도리코의 대형 판매대리점이었다.
2007년 복사기 임대 부문을 ㈜신도리코에 매각한 것을 시작으로 2013년까지 사업을 모두 정리했다. 작년 임직원수 1명에 인건비 6510만원이 기업 성격을 잘 보여준다. 한마디로 페이퍼컴퍼니다.
신도그룹 지배구조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역시 비상장사인 통신기기 판매 및 빌딩임대 업체 신도SDR의 1대주주다. 이어 신도SDR이 복사기·프린터·복합기 등 사무용기기 업체이자 유일한 상장 주력사 ㈜신도리코의 22.63% 최대주주로서 중간 지배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즉, 신도시스템은 16개(국내 10개·해외 6개) 계열의 최상위 지배회사이자 오로지 신도SDR, ㈜신도리코 주식 소유가 존재 이유다. 신도시스템은 ㈜신도리코 지분 6.05%도 직접 보유하고 있다.
주인은 우승협(32) ㈜신도리코 전무(미래사업본부장)다. 개성상인 출신으로 1960년 7월 ㈜신도리코의 전신(前身), ‘신도교역’을 설립한 고(故) 우상기(1919~2002) 창업주의 장손이다. 2대 경영자 우석형(71) 회장의 1남2녀 중 장남이자 3대 후계자다. 신도시스템 지분 50% 최대주주다.
2010년 우 회장의 지분 65.73% 중 40%를 물려받은 뒤 2023년 10%를 추가로 확보했다. 신도시스템이 신도SDR 1대주주가 된 것도 이 무렵이다. 상세한 경위는 알 수 없지만, 우 회장이 당시 32.07%였던 지분율을 떨어뜨리자 2대주주(29.18%)로 있던 신도시스템이 자동으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작년 고희…우석형 회장 경영 2선 퇴진
우 회장은 이렇듯 ㈜신도리코 개인지분 11.78% 외에 경영권 유지의 근간으로 삼았던 ▲신도시스템→신도SDR→㈜신도리코 ▲신도시스템→㈜신도리코 ▲신도SDR→㈜신도리코 등 3개 축을 2010년과 2023년 2단계에 걸쳐 우 전무에게 물려줌으로써 후계 기반을 닦아왔다.
결국 지난해 ㈜신도리코의 두 비상장 지배회사인 신도시스템→신도SDR 출자고리가 강화됐다는 것은 우 회장이 2년 만에 다시 3단계 지분 승계 작업을 벌였고, 이를 통해 우 전무는 지배기반 또한 한층 견고해졌다는 의미다.
우 회장이 고희(古稀·70)를 맞았던 해이자, 경영 2선으로 물러났던 해다. 우 회장은 2019년 12월 ㈜신도리코 대표에서 퇴임한 뒤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하다가 5년여 만인 작년 2월 사내이사직마저 내려놓았다. 이에 따라 ㈜신도리코는 2024년 1월 영입한 전문경영인 서동규(59) 대표이사 사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반면 후계자인 우 전무는 속전속결로 경영 승계 단계를 밟고 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재무학 석사 출신이다. 2022년 11월 28살의 나이에 ㈜신도리코 상무 직함을 달고 미래사업실장 상무로 입사했다. 2단계 지분승계 작업 직전이다.
이어 1년여 만인 2024년 초에는 다시 전무로 승진했다. 비록 아직은 이사회에 진입하지는 않았으나, 현재 미래사업실과 기획실을 총괄하는 미래사업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 회장의 우회 지분세습 작업이 부자(父子)간 세대교체와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게 다가 아니다. 특히 우 회장이 공들여온 ㈜신도리코의 자사주를 감안하면, 신도그룹의 3대 승계는 사실상 일단락된 상태다. (▶ [거버넌스워치] 신도그룹 ②편으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