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母)그룹의 석유화학 분야 역량을 기반으로 중동지역 해외 플랜트 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던 건설사들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들은 풍부한 오일머니를 가진 중동 석유 메이저들의 발주공사 물량을 소화해 왔다. 그러나 수주 경쟁이 치열해진 2009~2011년 적은 마진으로 따낸 공사들의 원가율이 치솟으면서 손실을 보고 있다.
비상장사인 SK건설은 지난 15일 분기보고서를 통해 1분기 243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작년 같은 기간 266억원 흑자에서 적자전환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1조5207억원으로 작년 1분기 1조7881억원보다 14.9% 감소했다.
텃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손실이 가장 원인이었다. SK건설 측은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와싯(Wasit) 가스플랜트 프로젝트에서 1500억원 가량 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전체적으로 매출은 크게 줄었지만 공사에 들어간 돈은 작년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올 1분기 공사원가는 1636억원으로 작년 1651억원과 15억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지난달 실적을 발표한 삼성엔지니어링도 이와 비슷하다. 이 회사는 올해 1분기 매출 2조5159억원, 영업손실 2198억원, 순손실 1805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5.5%, 작년 4분기 대비 10.4% 감소했고 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영업손실의 주된 요인을 "전략적으로 진출한 선진 신시장 사업과 새로운 공종에서의 원가율 상승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주력인 중동 화공 플랜트 프로젝트에서 쌓인 손실이 반영된 것이라는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국내 6대 건설사 가운데 2010~2011년 수주한 중동 화공플랜트와 2009년, 2012년 수주 프로젝트 중 저마진으로 추정되는 프로젝트의 잔고가 가장 많은 건설사로 삼성엔지니어링을 지목했다.
가장 먼저 대형 건설사들의 해외플랜트발(發) 위기 논란을 촉발시킨 GS건설은 최근 분식회계 의혹에까지 휘말렸다. GS건설의 1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5355억원이었다. 작년 4분기 적자 800억원의 6배를 넘는 규모다.
실적발표 이튿날부터 GS건설 주가는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폭락세를 보여 4만9400원이던 주가가 지난달 23일 기준 2만9300원로 40% 가량 하락했다. 그러자 투자자 집단소송 전문 로펌에서 실적 쇼크로 주가가 폭락한 GS건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나섰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GS건설의 실적은 해당 시기 저조한 영업실적을 공표한 것이라기보다 그 이전부터 존재하던 해외 플랜트 손실을 이 시기에 실적공시 형태로 공개한 것"이라며 "최근 주가 폭락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을 모아 분식회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업계와 증권시장에서는 이들 건설사들의 실적악화가 이번 한번에 그칠지, 상당기간 지속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해외 코스트 오버런(cost overrun, 비용 초과)은 2010~2011년 수주한 중동 화공플랜트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며 "향후 실적의 키는 이와 관련된 익스포저(exposure, 위험노출액)와 현장관리"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