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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앞둔 중소 조선사 "채찍보다 당근을…"

  • 2013.07.09(화) 13:30

'업황부진+中 공세'에 퇴출기업 낙인까지

중소형 조선업체들에게 또 다시 시련의 시간이 다가왔다. 금융당국은 조만간 건설·조선·해운 등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 기업을 선정,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 대상 기업 수는 약 40여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 비해 늘어났다. 업계는 이미 쓰러진 중소형 조선업체들에 대해 또 다시 메스를 대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시중은행은 매년 한 차례 대출 500억원 이상인 1800여 대기업의 재무 상태를 심사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로 보낼 기업을 선정하고 있다. 기업을 A~D등급으로 분류해, C등급 기업에 대해선 워크아웃을, D등급 기업에 대해선 법정관리를 실시한다.

금융당국이 선정한 구조조정 기업 수는 2009년 79개, 2010년 65개, 2011년 32개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작년 36개로 다시 증가하더니 올해는 40여개가 될 전망이다.




이중 지난 2009년부터 작년까지 구조조정 대상(C, D등급)에 포함된 중소형 조선업체 수는 모두 12개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구조조정 대상 선정 업체 이외에도 대부분의 중소형 조선업체들이 이미 고사(枯死)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아울러 구조조정에 들어간 업체들의 구조조정 추진 상황도 낙관적이지 않다는 게 문제다. 중소형 조선업체들이 금융당국의 구조조정 대상 선정에 대해 볼멘소리를 내는 이유다.

◇ '3중고'에 쓰러진 중소 조선소..올해는?

영국의 조선·해운 조사업체인 클락슨(Clarkson)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국내 중소 조선업체들의 신규 수주액은 36억4000만달러로, 호황기였던 지난 2007년 수주액의 15% 수준에 머물렀다. 수주잔량도 전년대비 36.1% 감소한 537만CGT이다.

국내 중소형 조선업체들은 지난 2003년부터 불었던 조선업 호황 덕에 크게 성장했다. 주로 조선 기자재업체들이나 수리 조선업을 하던 업체들이 조선업 활황에 힘입어 잇따라 선박 제조 업체로 변신했다. 거제, 통영 등 남해안과 영암 등 서해안을 중심으로 거대한 '조선 벨트'가 형성되기도 했다.

이들 업체들은 주로 벌크선과 탱커선을 제품 포트폴리오로 삼았다. 설계도만 있으면 큰 기술 없이도 얼마든지 배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황이 급격히 꺾이면서 중소 조선업체들은 추풍낙엽 신세가 됐다.

금융당국이 구조조정에 나선 것도 이때다. 한계기업을 퇴출시켜 업종의 건전성을 유지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의지는 확고했다. 그리고 중소형 조선업체들은 더욱 빠르게 몰락했다. 여기에 중국 업체들이 저가공세에 나서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자료 : 한국수출입은행]

다행히 올해 들어서는 조금씩 나아지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중소조선소의 수주량은 60만1000CGT로 전년동기 2만4000CGT에 비해 매우 큰 폭으로 증가했다. 1분기 수주액도 9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7000만달러에 비하여 크게 늘었다.

하지만 안도하기에는 이르다. 수치상으로는 증가했지만 이런 추세가 계속될지 여부는 장담할 수 없어서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1분기 중소 조선산업 선박수주는 2011년 1분기 이후 가장 많았지만 아직까지 침체기를 벗어난 수준은 아니며 본격 회복 국면이라고 단정하기에도 이르다"고 밝혔다.

◇ 중소형 조선업체들 "숨만 쉬고 있을 뿐"

현재 국내 중소형 조선업체들은 대부분 워크아웃, 법정관리에 들어갔거나 파산했다. 굳이 금융당국이 손을 대지 않아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이미 자체적으로 더 이상 사업을 영위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나마 겨우 살아남은 업체들도 '버티기'위한 자금 조달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게다가 최근 STX쇼크로 회사채 시장도 얼어붙어 중소형 조선업체들은 그야말로 숨만 쉬고 있는 상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중소형 조선업체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2.9%를 기록했다. 빅3를 제외한 나머지 조선소 자기자본비율도 지난 2011년 39.1%에서 작년 37.3%로 줄었다. 자본을 까먹고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3월말 기준 연체율은 13%에 달한다.

금융권이 이들을 외면할수 밖에 없는 수치다. 대출도 회사채 발행도 막히자 정부는 급기야 지난 8일 회사채 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주로 건설·조선·해운 등 소위 '요주의 업종'들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형 조선업체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업황 회복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 '워크아웃=업계 아웃'..구조조정 효과 의문

중소형 조선업체들은 금융당국의 구조조정 대상 선정에 대해 비관적이다. 구조조정 대상이 된다고 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워크아웃이 결정돼도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니 금융당국 메스의 효용성에 의문을 가지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 2009년 C등급을 받은 대한조선의 경우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위탁경영을 받고 있다. 하지만 오는 2014년 6월로 예정된 워크아웃 졸업이 가능할 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워크아웃 이후에도 대한조선은 계속된 영업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은 결국 대한조선의 회생계획안을 다시 마련하고 있다.



대한조선은 그나마 나은 상황이다. 같은 등급을 받았던 진세조선은 이미 파산해 조선소 내부 설비들이 경매시장에 매물로 나와있는 상황이다. 세코중공업도 결국 문을 닫았고 녹봉조선은 워크아웃부터 차질을 빚다가 결국 주인이 바뀌었다.

이밖에도 수십 곳의 중소형 조선업체들이 워크아웃 상태이거나 파산해 경매에 넘어갔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정부의 구조조정 목적은 한계기업에게 회생 기회를 줘 살릴 기업은 살리자는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업황이 너무 부진해 회생보다는 퇴출기업이라는 낙인효과가 더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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