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웃었다. 지난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길고 긴 터널을 지나던 조선업황이 조금씩 살아난 덕이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 3는 올해 수주 목표를 무난히 달성했다.
특징적인 것은 조선 빅 3 모두 상선의 비중이 늘었다는 점이다. 조선업황 침체로 상선의 비중을 줄였던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그동안 조선업계에서는 업황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상선 업황이 회복돼야 한다고 주장왔다. 조선업의 중심은 상선 등 선박 건조이기 때문이다.
◇ 조선 관련 지표 상승세
국내 조선 빅 3가 순항중이다. 현대중공업의 경우에는 이미 초과 달성한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243억달러를 수주했다. 올해 목표액은 238억달러였다. 목표 금액을 초과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목표 수주액인 130억달러를 이미 달성했다.
삼성중공업은 현재까지 126억달러를 수주해 목표액인 130억달러에 못미친 상태다. 하지만 현재도 수주 협상이 진행중인 건들이 많아 조만간 목표 달성이 확실시된다.

▲ 자료:클락슨 |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 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으로 전 세계 수주잔량 1~3위도 국내 조선 빅 3가 차지했다. 현대중공업이 617만CGT(수정환산톤수)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삼성중공업(585만CGT), 대우조선해양(552만CGT) 순이다.
조선 빅 3가 이처럼 선전한 것은 조선업종 관련 지표가 좋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수주관련 지표들이 개선됐다. 전세계 상선발주량은(10월 누적기준) 전년 대비 96%증가했다. 신(新)조선가 지수도 126을 바닥으로 131까지 반등했다. 전세계 발주량과 신조선가는 모두 3년만에 전년 대비 증가했다.
◇ 조선 빅3, 전년대비 상선 수주 증가
올해 조선 빅3의 수주목표 달성에 있어 특이한 점은 전년대비 해양부문의 비중이 축소됐다는 점이다. 리먼 사태 이후 국내 조선 빅 3들은 상선 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금융위기로 상선 발주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조선 빅 3들은 일제히 해양플랜트 분야로 선수를 돌렸다. 당초 해양 플랜트 비중이 높았던 삼성중공업이나 대우조선해양 등은 그 수혜를 입었다. 반면, 상선 비중이 높았던 현대중공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 2013년 11월말 기준. |
하지만 올해 들어서 상선 시황이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유조선, 벌크선, 컨테이너선 등의 선가가 지난 7월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선가가 올라가면서 그동안 선주사에 빼앗겼던 협상 주도권을 조선업체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조선 빅 3의 상선 등의 수주 비중이 늘어났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의 경우 지난 11월 말 현재 전체 수주에서 상선 등의 비중이 53.4%를 차지했다. 작년에는 42%였다. 삼성중공업은 같은 기간 30%로 늘었고 대우조선해양도 32.5%로 증가했다.
◇ "내년 상선·해양 모두 기대할만 하다"
관심은 이런 추세가 내년에도 계속될지 여부다. 시장에서는 비록 등락은 있지만 조선 관련 지표들이 과거에 비해 추세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내년에는 국내 조선 빅 3에게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상선 분야는 최근 대형 컨테이너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대형 컨테이너선의 경우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상대적으로 국내 조선 빅 3가 유리한 조건이다. 해양 플랜트도 부유식 LNG 생산설비(FLNG)를 중심으로 한 수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상우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대형 컨테이너선 발주증가는 내년에도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며 "해양플랜트 부문도 FLNG부터 시작해 발주 증가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삼성중공업이 진수에 성공한 세계 최대 규모의 FLNG. |
최근 유럽지역 경기회복세와 금리 인하 등 유동성 확대정책은 선박금융과 상선발주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선진국 경기회복은 컨테이너선 발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의 완만한 경기회복은 원유, 석탄 등 에너지 물동량 증가로 이어져 탱커, 벌크선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재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컨테이너 발주량은 완만한 회복세 진입했고 선가도 바닥을 확인했다"며 "향후 친환경·대형 컨테이너 발주가 이어지겠지만 의미 있는 선가상승은 선박금융이 개선되는 내년에 본격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에는 개발 가능한 심해유전의 숫자가 증가하며 채산성이 높은 프로젝트가 증가할 것"이라면서 "각 오일 메이저들이 채산성 향상을 위해 부유식 설비를 선호하면서 국내 조선업체들에게 유리한 국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