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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연비 논란]정부 밥그릇 싸움..혼란만 커졌다

  • 2014.06.26(목) 18:10

국토부, 車 연비 조사 결과 두고 산업부와 충돌
업계 "부처 이기주의로 제조사·소비자만 혼란"

정부 부처들이 동일한 차종에 대해 서로 다른 연비 검증 결과를 발표하면서 결국 자동차 업계와 소비자들의 혼란만 커지게 됐다. 정부 부처간 밥그릇 싸움이 이른바 '뻥 연비' 논란을 촉발했고, 더 키운 모양새다.
 
정부는 앞으로 연비 사후관리를 국토부로 일원화하고, 양쪽 부처 기준중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미 정부의 공신력에는 금이 갔고, 업계에서는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국토부 "우리도 연비 측정 하겠다"

연비 논란은 작년에 시작됐다. 그동안 국내 자동차의 연비 조사는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이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연비를 측정, 산업부에 보고하고 산업부는 이를 사후 검증하는 시스템이다. 지난 2012년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작년부터 자동차 사후 연비 조사에 국토부도 나섰다. 산하 기관인 자동차안전연구원을 통해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생산한 차량의 연비를 측정했다. 업체들이 표기하는 연비와 실제 연비의 차이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보겠다는 의미였다.

▲ 국토부는 작년부터 그동안 산업부가 담당해왔던 자동차 사후 연비 검증을 국토부에서도 실시키로 했다. 이에 따라 총 17개 차량을 대상으로 연비 검증을 실시했다. 그 결과, 산업부의 검증 결과와 다른 결과가 나왔고 이를 둘러싼 양 부처간의 극심한 의견 대립이 일어났다.

지금까지는 자동차의 부품이나 형식, 리콜에 관한 업무는 국토부에서, 공인연비에 대한 사후 검증은 에너지를 관장하는 산업부에서 해왔다. 이 균형이 깨진 것이다. 국토부도 지난 2003년 제정된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연비 사후 조사에 대한 법적 권한을 갖고 있다.
 
다만, 그동안 국토부는 사후 연비 측정에 대해서는 산업부의 기준을 따랐을 뿐이었다. 이를 작년부터 자신들도 직접 사용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법적으로 하자는 없다. 그러나 두 부처간의 기준 적용 범위가 다르다. 이에 따른 혼란이 '뻥연비' 사태를 불러일으켰다.
 
국토부는 도심 주행연비와 고속도로 주행연비 가운데 하나라도 오차범위를 벗어나면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산업부는 도심과 주행을 합친 복합연비가 오차범위를 넘어서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는 논리다.
 
◇ 밥그릇 싸움에 흔들리는 기준
 
국토부는 작년 총 17개 차량에 대한 사후 연비 조사에 착수했다. 이중 현대차의 싼타페와 쌍용차의 코란도스포츠가 문제가 됐다. 국토부 조사 결과, 이들 차량의 실제 연비가 업체가 명시한 연비보다 7~8% 가량 과장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산업부는 즉각 반발했다. 국토부의 발표는 그동안 자동차 연비를 담당해왔던 산업부의 기준과 검사 절차가 잘못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해당 차량들은 산업부 조사에서는 오차범위 5% 이내로 적합 판정을 받은 차량들이었다.

▲ 국토부는 작년 현대차의 싼타페 연비 측정 결과, 표기 연비보다 8% 가량 과장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싼타페의 연비는 오차범위 안에 포함되므로 적합하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국토부의 연비 시험기관인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신뢰성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이 국가표준기본법(KOLAS) 인증을 받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국토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팽팽한 평행선이다.
 
국토부와 산업부는 결국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동일한 시험기준에 따라 싼타페와 코란도스포츠의 연비를 각각 재조사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국토부 조사에서는 '부적합' 판정이 나왔다. 이들의 연비(복합연비)는 표시연비보다 6~7% 정도 낮았다.
 
산업부 조사 결과는 종전과 조금 달랐다. 고속도로 주행모드 연비는 '적합' 판정이 나왔지만 도심주행 모드에서는 허용오차 범위를 넘었다. 하지만 산업부는 복합연비가 5%를 넘지 않아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부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국토부의 결과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국토부에 밀리지 않기 위해 '적합'을 고수했다는 설명이다.
 
◇ '사후약방문'식 조치..제조사·소비자만 피해
 
국토부와 산업부가 연비를 둘러싼 혈투를 벌이는 동안 자동차 업계는 혼란의 연속이었다. 특히 현대차는 작년 미국 시장에서 연비 소송으로 소비자들에게 4180억원을 지급키로 한 상황이다. 앞으로도 보상을 둘러싼 문제가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 입장에서는 열심히 만들어 정부의 인증까지 거쳤는데 이후 다른 부처에서 잘못됐다고 제재를 가한다면 제조사는 어쩌란 말이냐"며 "부처간 알력 다툼으로 제조사들이 입을 피해는 이후 어떻게 수습할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 현대차는 작년 미국 시장에서 연비 소송으로 소비자들에게 4180억원을 지급키로 했다. 따라서 이번 국토부와 산업부의 연비 논쟁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제조사건 정부건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줘야한다"면서도 "다만, 부처 간 이견을 사전에 조율하지 못하고 서로 상반된 결과를 발표한다면 제조사는 물론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결국 정부 부처간 밥그릇 싸움에 제조사와 소비자만 중간에서 피해를 본 꼴"이라며 "이제라도 정부 내에서 규칙이 정해진 것은 다행스럽지만 향후 집단 소송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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