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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車 다른 잣대'..뻥연비 논란 키워

  • 2014.06.25(수) 18:13

산업부, 업계 재량 인정..상대적으로 느슨한 기준 비판
국토부, 업격한 잣대로 소비자 지지..전문성 결여 지적

정부 부처끼리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해 문제가 됐던 '뻥연비' 논란이 정리될 모양이다.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간의 오랜 논란 끝에, 자동차 사후 연비 측정 권한을 국토부에 일임하고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처별로 상이했던 연비 측정 기준도 일원화하기로 했다. 이로써 연비측정의 공정성 문제가 일정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같은 차의 연비를 측정하고도 다른 결과가 나오는 혼란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그동안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을까.
 
◇ 업계가 지지했던 '산업부式'
 
국토부가 작년 자동차 사후 연비 검증을 실시하기 전까지는 산업부가 연비 측정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뻥연비'논란이 일자 국토부가 개입했다. 국토부는 산하기관을 통해 자체적으로 총 17개 차종에 대한 연비를 측정했다.
 
그 결과, 국토부와 산업부는 같은 차종을 검사했음에도 다른 결과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양측의 측정 방식이 달랐던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국토부와 산업부가 밝힌 측정 방식에 큰 차이는 없었다. 다만 미세한 차이는 있었다.
 
우선 산업부는 제조사가 연비 수치를 제출하면 그대로 인증(자가 인증)해준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산하 에너지관리공단이 지정한 4개 인증기관에서 확인 테스트를 진행한 후 인증 여부를 확정한다. 산업부 산하 공인인증기관 4곳은 자동차부품연구원, 석유관리원, 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환경공단이다.
 
▲ 그동안 자동차 사후 연비 측정을 담당해왔던 산업부의 경우, 업체의 자체 실험 결과를 사후 연비 측정에도 많은 부분 반영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산업부의 연비 측정 방식에 대해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산업부는 일단 인증을 내준 뒤 사후 확인 차원에서 차량 3대를 선정해 자동차 업체와 똑같은 방법으로 테스트를 진행한다. 이때 표기 연비와 측정 연비의 오차 범위가 5% 이내면 합격 판정을 내린다. 
 
이런 자가 인증 방식은 주로 유럽에서 사용된다. 유럽은 자동차 업체가 자가 측정 후 공인된 시험기관에서 다시 검사를 받는다. 국내 완성차 5개사는 모두 자가 인증 방식을 사용한다. 다만, 유럽과 다른 점은 공인시험기관의 재검사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산업부 방식을 선호하는 이유다.
 
하지만 산업부 방식에는 맹점이 있다. 시험차량 3대의 결과를 산술 평균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대부분 오차 범위에 들어간다. 지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부적합 판정 차량이 한 대도 없었던 이유다.
 
◇ 소비자들이 지지한 '국토부式'
 
반면 국토부의 측정 방식은 산업부에 비해 까다롭다. 당초 국토부는 시험 차량 한 대만을 대상으로 연비를 측정, 적합 판정을 받으면 통과시켰다. 부적합할 경우는 재조사를 실시했다. 재조사에는 자동차 업체의 이의제기가 전제가 돼야한다.
 
하지만 최근들어 국토부는 실험 차량 대수를 산업부와 마찬가지로 3대로 늘렸다. 작년 국토부의 현대차 싼타페 연비 과장 발표에 대해 산업부가 반발한 데 따른 것이다. 국토부는 산업부와 같은 방식으로 싼타페를 재검증 했다. 하지만 결과는 처음과 같이 '부적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의 측정방식이 산업부와 다른 것은 실연비 측정을 위해 '주행저항값'을 자체적으로 산출한다는 점이다. 주행저항값은 자동차가 주행할 때 받는 공기 저항과 도로 마찰을 수치화한 것이다. 연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 국토부는 자동차 사후 연비 측정 기준을 매우 깐깐하게 세웠다. 실제로 각 차량마다 다른 주행저항값도 산하기관인 교통안전공단의 자동차안전연구원을 통해 직접 산출해 연비 측정에 반영키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동차안전연구원의 경우 자동차의 충돌, 결함 등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연비 부문에서는 전문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행저항값은 차량마다 제각각이다. 그만큼 측정이 까다롭다. 주행저항값 시험 시설도 부족하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은 자동차 업체가 제출한 자체 주행저항값 실험결과를 사후 연비 측정에 그대로 반영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교통안전공단을 통해 이 부분을 직접 테스트했다. 최대한 철저히 차량의 실제 연비와 표기 연비의 차이를 밝혀 내겠다는 의지다. 
 
이런 국토부의 방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국토부 산하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자동차의 충돌, 결함 등 안전검사가 주전공이다. 연비 부문은 아무래도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산업부도 이런 점을 지적했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이 국가표준기본법(KOLAS) 인증을 받지 않아 연비쪽은 잘 모른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싼타페 검사시 연료를 다르게 쓰고 가속패달을 많이 밟는 등 연비가 낮게 나오게 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 "정부, 스스로 공신력 떨어뜨려"
 
업계와 소비자들은 그동안 무척 혼란스러워했다. 자동차 업체가 발표한 연비의 적합 여부를 가려줘야 할 정부가 오히려 부처별로 다른 목소리를 내서다.
 
또 국토부가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실시한 재검증 결과 발표가 계속 연기된 것도 정부의 연비 측정에 대한 공신력을 떨어뜨린 원인이 됐다. 실제로 업계는 상대적으로 기준이 느슨한 산업부를, 소비자들은 깐깐한 국토부의 기준을 지지했다.
 
한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우왕좌왕하면 결국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만일 부처 간의 결과가 다르게 나왔다면 사전 조율을 통해 목소리를 합치고 해당 업체에게 통보해 재검증을 받게끔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자동차 업체가 발표하는 연비에 대해 불신하는 경향이 많다. 따라서 정부가 확실하고 정확한 기준을 바탕으로 공신력있는 연비 측정 결과를 소비자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가 뒤늦게 자동차 연비 관련 사안을 국토부에 일임키로 한 것은 아무래도 소비자들의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앞으로는 논란이 됐던 복합연비 기준이 아닌, 도심과 고속도로 모두 연비 측정 결과가 오차범위 내에 들어야 적합 판정을 받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기존 산업부의 기준이 아닌 국토부의 기준이 더욱 많이 적용되는 셈이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자동차 연비와 같은 민감한 부분에 대해 정부가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정부 스스로 공신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라면서 "이제라도 공정하고 단일화된 기준으로 소비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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