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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美서 '비싼 연비 수업료' 치른다

  • 2014.11.04(화) 16:12

美EPA와 배상금 1억달러 합의
'연비 과장' 이미지 쇄신·점유율 확대 위한 '고육책'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값비싼 수업료를 치르게 됐다. '연비 과장' 때문이다.

 

작년 말 소비자들에게 보상해 준데 이어 이번에는 미국 정부에 배상금을 낸다. 연비 시스템 연구·개발 비용도 부담한다. 

 

◇ 현대·기아차, 수업료 제대로 치렀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12년 미국에서 지적받은 차량 연비 과장에 대한 행정절차를 마무리 짓기 위해 1억달러(약 1073억6000만원)의 배상금을 내기로  미국 환경보호청(EPA)·캘리포니아 대기국(CARB)과 합의했다. 배상금 규모는 현대차가 5680만달러, 기아차가 4320만달러다.

 

여기에 그동안 온실가스 규제 차원에서 적립한 온실가스 크레딧 중 현대차 270만점. 기아차 205만점을 차감키로 했다. 차감되는 크레딧을 달러로 환산하면 2억달러 규모다.

 

이 뿐만이 아니다. 연비 인증시스템 개선을 위한 연구·개발에 5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투자금은 연비시험과 교육, 데이터 관리, 인증을 위한 독립 조직을 신설하고 2015∼2016년형 모델의 연비 검증 활동을 지속하는데 쓰인다.


현대차는 작년 미국 소비자들이 제기한 연비 과장 관련 집단소송에서 미국 소비자들에게 총 3억9500만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12년 현대차 미국법인과 기아차 미국법인의 연비 조정에 따른 미국 당국의 후속 행정 절차"라며 "온실가스 크레딧 차감은 당장 금전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이미 크레딧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 현대·기아차의 배상금은 '고육책'
 
현대·기아차는 이번 배상금이 법규 위반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연비 규정이 애매한 측면이 많아 이를 두고 논란을 벌이기보다는 합의를 통해 판매에만 집중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현대·기아차의 주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 보는 시각은 다르다. 현대·기아차의 주장처럼 법규 위반에 따른 벌금이 아니더라도 내용적으로는 벌금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미국 기준에 맞추지 못한 데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의 이번 합의는 '울며 겨자먹기'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 현대·기아차에게 미국 시장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자동차 업체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도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 덕이 컸다. 미국 시장은 소비자들의 의견과 브랜드의 평판에 따라 판매고가 좌우되는 시장이다. 현대·기아차가 조속히 '연비 과장' 논란을 잠재우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에게 미국 시장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미국 시장에서의 선전이 바탕이 됐다. 현대·기아차는 상반기에 미국 시장에서 66만1000대를 판매했다. 상반기 전체 판매의 17.4%에 달한다.
 
따라서 현대·기아차로서는 미국 시장에서 생긴 잡음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미국 시장은 소비자들의 의견과 업체에 대한 이미지가 판매로 직결되는 시장이다. 미국 시장에서 '연비 과장 업체'로 낙인 찍히면 살아남을 수 없다.
 
◇ 연비문제 빨리 털어야 했다..M/S '빨간불'
 
현대·기아차는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연비 과장' 문제를 빨리 털어내야 했다. 미국 시장 점유율이 하락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가 "판매에 매진하겠다"고 밝힌 까닭이다.
 
지난 2012년 11월 미국 EPA가 현대·기아차의 2011~2013년형 모델 20종 중 13종의 연비 과장을 지적하며 하향 조정을 권고한 이후 현대·기아차의 미국 점유율은 한동안 급락했다.
 
실제로 2012년 11월 연비 과장 문제가 불거진 이후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한달만에 8.3%에서 7.3%로 곤두박질했다. 2013년 1월에는 7.0%까지 떨어졌다. 이후 작년 7월 8.8%까지 올랐지만 올해 들어서는 4월 이후 계속 하향 추세다.
 

심지어 지난 10월에는 현대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3.9%를 기록, 지난 2010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월 기준 점유율 4%를 밑돌았다. 그나마 기아차의 판매량이 전년대비 12.4% 증가하면서 월 점유율 7%대를 유지했다.
 
현대·기아차에게 미국 시장 점유율 회복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업체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의 판매 호조가 기반이 돼야 한다. 특히 자동차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무너질 경우 그 후폭풍은 크다. 현대·기아차가 막대한 금액을 들인 속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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