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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재계 키워드]⑤`저유가`와 `변동성`의 함수

  • 2014.12.25(목) 10:14

구매력 증가·원가절감 불구, 시장 변동성 키워
산유국 경제에도 타격..IT 호재·정유화학엔 직격탄

유가는 꽤 오랫동안 우상향 선을 그렸다. 유가가 크게 내렸던 기억이 희미할 정도다. 그러나 2014년 말 우리는 유가의 날개없는 추락을 목도하고 있다. 덕분에 당장 기름값 부담이 줄면서 주머니 사정은 한결 나아지게 됐다. 한국 경제와 기업에는 분명 전에 없던 호재다.

 

유가 함수는 그리 간단치 않다. 당장 유가 급변동에 놀란 글로벌 시장이 들썩이고, 우리의 수출 상대국인 산유국 경제도 휘청인다. 실제 기업들에 득이 될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 최근 5년간 국제유가(WTI) 추이(출처:FT)

 

◇ 저유가 장기화 조짐..배럴당 60달러선에서 유지 전망

 

땅 속에 매장된 원유가 한정돼 있는 만큼 유가는 지속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그러나 돌 속에서 오일을 추출할 수 있게 된 미국의 셰일혁명은 이런 관념을 완전히 뒤엎었다. 이에 더해 글로벌 경제 둔화로 원유 수요가 위축되면서 원유시장은 공급과잉 상황을 맞고 있다.

 

과거 같으면 유가가 하락해도 금새 반등이 점쳐졌지만 이번만큼은 하락 기류가 좀처럼 뒤집히기 힘들 것으로 우려된다. 60달러선으로 떨어진 유가가 예전수준까지 쉽게 오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시장에서는 소폭 반등이 나타나더라도 내년 상당기간 저유가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추가 하락은 제한될 전망이다. 현재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의 재정균형 수준은 물론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 원가까지 밑돌고 있어 추가하락을 용인하기도 쉽지 않은 상태다.

 

◇ 韓 수혜 불구, 시장 변동성·산유국 수출 등에 적신호

 

단순하게 보면 저유가는 한국에 상당한 수혜다. 한국은 최대 원유수입국 가운데 하나다. 원유 가격이 하락하면 그만큼 득을 본다. 휘발유값이 하락하면 가계 주머니도 전보다 두둑해지고 기업도 원가 절감에 나설 수 있다. 이런 유가 하락 효과는 내년 중반부터 가시화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그러나 유가든 환율이든 급격한 변동성은 독이다. 시장이 출렁이면 위험자산을 꺼리게 되고, 원자재 가격 하락은 이머징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자원부국의 경우 그 여파가 더 심각하다. 러시아는 최근 유가 급락으로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글로벌 시장 전반의 위기 진원지로 부상했다.

 

한국 경제의 원유 의존도도 과거보다는 훨씬 낮아졌다. 원자력 발전이나 자동차 연비향상 등이 획기적으로 이뤄지면서 예전보다는 기름을 덜 소비한다. 원유를 수입한 후 내수용으로 활용하는 비중은 줄어들고 반대로 수출용은 늘어났다. 원유가격이 하락할 때 누릴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그만큼 줄었다.

 

특히 한국의 경우 동북아 수출국인 중국과 일본, 대만과 비교할 때 대미 수출의존도는 낮고, 자원부국에 대한 수출은 상대적으로 높다. 유가 하락에 따른 원가 절감이나 구매력 증가에도 불구, 수출국 일부가 저유가 여파로 경제 부진을 겪는다면 또다른 수출 수요 감소로 이어지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 IT 유가하락 수혜 뚜렷..정유화학 직격탄

 

유가 하락이 소비자들의 소득 증가와 기업들의 원가 절감으로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일부 수출업종은 분명 주목할 만하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IT 업종은 직접적인 개선을 이끌 수 있다. 그간 유가 증감률과 미국의 IT 수요 증감률은 9개월 가량의 시차를 두고 반비례 관계를 보였다. 메모리 반도체 출하액 증감률도 마찬가지다.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경우 생산 시 활용하는 소비전력이 크기 때문에 전력절감에 따른 비용 축소와 원가절감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운송업종도 유가 하락이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국내 항공운송업종의 매출액 대비 유류비 비중은 2013년 기준 대한항공이 37%, 아시아나항공이 39%선에 달한다.

 

자동차 업체들도 유가 하락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대개 연료비 부담이 감소하고 소비심리가 개선되면서 판매가 늘어난다. 유가가 하락하면 주행거리가 길어지게 되고 친환경차에 대한 수요가 지연되면서 자동차 교체주기 등이 단축될 수 있다. 

 

소비재도 직접적인 수혜보다는 구매력 증대에 따른 간접효과를 누릴 수 있다. 철강업종은 대부분 자체 전력생산을 활용해 유가 변동 영향이 적은 편이다. 다만 유가와 철 가격 상관관계가 높아 철강 가격의 하락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정유와 화학업종에는 직격탄이다. 달러-원 환율 상승 수혜가 기대되지만 유가 하락이 이를 까먹을 수 있다. 유가 하락이 지속되면 이들 업종은 수익성 부진과 재고평가 손실이 크게 발생하는 구조다. 조선업체들도 저유가가 해양 플랜트 수주 감소로 이어지면 불황이 지속될 수 있다. 건설업체들도 한국 건설사들의 핵심 시장이 중동을 포함한 산유국이기 때문에 해외 성장성 둔화 여파를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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