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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재계 키워드]③멈출 수 없는 '구조조정'

  • 2014.12.22(월) 10:35

주요 대기업, 사업구조 본격 재편
통폐합부터 빅딜·매각 등 방법 다양

다사다난했던 2014년이 마무리되고 2015년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해가 갈수록 심해지는 경쟁과 대내외적인 불확실성 등을 감안하면 재계는 내년에도 힘겨운 생존경쟁에 나서야할 것으로 보인다. 2015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통해 내년 재계가 직면한 과제들을 짚어본다. [편집자]
 
기업들에게 경영 환경과 시장 트렌드 변화는 매우 중요하다. 이 변화에 제때 적응하느냐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변화를 수용 혹은 선도하지 못하면 도태된다.

올해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바쁜 나날을 보냈다. 삼성, 현대차 등 대기업들은 너나할 것 없이 '사업구조 재편'에 나섰다. 다가오는 변화의 파도를 견뎌내기 위해서다. 인수·합병부터 빅딜까지 그 방법도 다양했다. 이 모든 것의 정점에는 '생존'이 있다.

◇ 통합 시너지 노린다
 
기업들이 가장 흔히 쓰는 사업구조 재편 방법은 유사 사업의 통폐합이다.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다. 비효율적으로 나눠져 있던 사업 부문을 합치는 것은 조직 슬림화에도 도움이 된다.

대표적인 곳이 삼성이다. 삼성은 '통합을 통한 경쟁력 향상'을 원칙으로 선택과 집중에 나서고 있다.
 
삼성은 작년 제일모직 패션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매각했다. 삼성에버랜드는 건물관리업을 에스원에 매각한 후 식자재사업을 분리했다. 사명도 제일모직으로 변경했다. 삼성SDS는 삼성SNS를 합병했다.
 
▲ 삼성그룹은 국내 대기업 중 사업구조 재편에 가장 적극적인 곳이다. 유사 계열사 통폐합은 물론 최근에는 한화와 빅딜을 성사시키는 등 생존을 위한 사업 구조 재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코닝정밀소재 지분을 미국 코닝에 매각했다. 이어 제일모직의 소재 부문을 삼성SDI와 합쳤다.

현대차그룹도 마찬가지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들어서만 총 4차례의 계열사 통합 작업을 진행했다. 현대제철의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 합병을 필두로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 합병 ▲현대위아의 현대위스코, 현대메티아 합병 ▲현대오토에버의 현대C&I 합병 등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 기업들은 효율성 극대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작년 말부터 대기업들이 다소 방만하게 흩어져있던 유사 업종의 계열사들을 통합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 성장 모멘텀 강화가 답이다

최근 재계의 이목을 가장 집중시켰던 사건은 삼성과 한화의 '빅딜'이다. 삼성은 한화에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등 화학 부문과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등 방산부문을 넘기기로 했다. 비주력 분야를 정리하고 전자, 건설, 금융 등 주력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계산이다.

한화의 입장에서는 삼성으로부터 화학과 방산 부문을 넘겨받아 한화의 주력 부문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윈-윈'전략인 셈이다. 삼성과 한화의 이번 빅딜에서 눈에 띄는 것은 한계기업을 매각하거나 정리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업들 상호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성장 모멘텀을 강화하는 전략을 구사했다는 점은 주목할만 하다. 즉, 기업들은 현재 잘 하는 분야에 더욱 집중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생각이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SK그룹의 행보도 이와 맞닿아 있다. SK그룹의 경우 회장 부재에 따른 경영공백과 주력사업 강화를 위해 비주력 사업 정리에 나섰다. 이 또한 성장 모멘텀 강화를 위한 조치다.

SK이노베이션은 SK케미칼에서 사들인 SK유화를 SK케미칼에 다시 매각했다. 태양광전지 사업에 이어 차세대 연료전지사업도 정리했다. 대신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사업 중심의 사업구조 재편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의 경우 삼성과의 빅딜에 따른 화학·방산 부문 강화와 더불어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태양광 부문에 대한 투자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화는 석유화학·태양광·첨단 소재의 3개 사업군을 중심으로 성장 플랜을 짰다.

◇ 몸집을 줄여라

대기업들의 사업구조 재편 트렌드 중 하나는 '몸집 줄이기'다. 한동안 외형 확장에 치중했던 기업들은 경영환경 악화로 최근 비주력 계열사들 매각에 나선 상태다. 몸집을 줄이고 내실을 다지는 것이 유일한 살 길이라는 판단에서다.

대표적인 곳이 포스코다. 포스코는 지난 3월 권오준 회장 취임 이후 전반적인 사업구조 재편에 들어갔다. 방만해진 외형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무너진 재무건전성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것이 권 회장의 생각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비주력 계열사을 대거 매물로 내놨다. 광양LNG 터미널 지분을 비롯해 포스화인, 포스코-우루과이, SK텔레콤 지분 등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세아그룹에 포스코특수강을 매각했다.
 
▲ 포스코는 지난 3월 권오준 회장 취임이후 대대적인 사업구조 재편에 돌입했다. 포스코 사업 줄이기의 핵심은 '몸집 줄이기'다. 비수익 사업을 매각해 재무구조 개선은 물론 철강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생각이다.

SK그룹도 독일 콘티넨털과 합작 설립했던 자동차 배터리 기업인 SK콘티넨털을 청산했다. 태양전지업체인 헬리오벨트도 매각했다.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지며 경쟁력을 잃은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산그룹도 비핵심 사업들을 대거 정리했다. 두산은 KFC를 유럽계 사모펀드인 시티벤처캐피탈에 매각했다. 또 두산동아도 예스24에 매각해 몸집을 줄였다. 이를 통해 중공업 중심 그룹으로의 변신을 완료했다.
 
내년에도 기업들의 사업 구조조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기업들이 바짝 추격해오는 등 대내외 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를 뿌리치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갈수록 기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은 악화될 것"이라며 "생존을 위해서는 결국 우리 스스로 선택과 집중, 사업 재편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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