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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재계 키워드]④희비 갈리는 `슈퍼 달러`

  • 2014.12.24(수) 09:32

슈퍼달러의 귀환..각국 `환율전쟁` 심화 예상
수출기업, 환율상승 수혜 불구 `엔저 경계령` 지속

불과 1년전 한국은 세자릿수 환율 공포에 시달렸다. 달러 약세와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한동안 달러-원 환율을 무겁게 짓눌렀다. 그러나 1년새 상황은 180도 변했다. 지난 7월 1000원선을 위협받던 달러-원 환율은 1100원선으로 되올라왔다. 이제 시장을 지배하는 새 키워드는 '슈퍼달러'다.

 

강달러로 원화 강세가 주춤해지자 수출기업들은 한시름을 놓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유럽과 일본 등 다른 국가들을 중심으로 환율전쟁이 격화되며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상태다. 한국에 노이로제를 일으킨 엔저 현상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선진국끼리도 엇갈리는 환율 방향성으로 한국 기업들의 득실을 명확히 따지는 게 결코 쉽지 않아진 시점이다.   

 

 

 

◇ 돌아온 강 달러..엔저기조는 지속

 

미국은 지난 10월 6년만에 양적완화 실험 종료를 선언하면서 긴축을 향해 성큼 나아가고 있다. 미국과 달리 유럽과 일본, 중국은 부양 기조를 지속하며 달러값 상승을 더 부추겼다. 슈퍼달러의 귀환이다. 달러가 꿈틀대자 외환시장 전반이 숨가쁘게 움직였다. 달러-원 환율도 방향을 위쪽으로 틀었다. 어느새 1100원선을 넘나들고 있다.

 

달러-원 환율 상승은 한국 수출기업들이 고대하던 단비다. 그러나 감내해 온 또다른 짐은 여전하다. 엔저의 시련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달러 강세 여파에 더해 일본이 경제 부양을 지속하면서 엔화 약세는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120엔선에서 등락 중이다. 엔-원 재정환율도 100엔당 930원대다.

 

▲ 달러-엔과 달러-원 환율 추이(출처:신한금융투자)

 

내년에도 이런 강달러-엔저 기조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일본은 부진한 경제 회복세로 추가부양 기조를 여전히 유지하고 유럽도 양적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달러 강세를 부추길 수 있다. 중국도 최근 금리 인하에 이어 추가부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진 않을 전망이다. 일단 미국이 달러 강세를 무한정 감내하기는 힘들다. 유로존이나 일본의 경제 상황이 서서히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내당국으로서도 원-엔 동조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원화대비 엔화 약세가 지속돼도 그 속도는 완만할 전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 정책 의지 등을 감안하면 엔과 유로의 약세 흐름에서 원화가치만 오르는 나홀로 강세는 당분간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며 "엔화 등락폭 수준에 따라 원화도 등락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판단했다.

 

대체로 내년 달러-원은 1100원선에서 등락한 후 1000원선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엔-원 재정환율은 엔화 약세 여파로 900원선에서 하단이 차츰 낮아질 전망이다.

 

◇ IT 최대 수혜..車, 엔저 감안해야 

 

달러-원 환율 상승에 따른 최대 수혜자는 당연히 수출업종이다. 그간 전기전자(IT)와 자동차 등 수출주력 업체들은 원화 강세 여파로 신음하다 원화가 달러대비 약세로 돌아선 후 겨우 한숨을 돌렸다. 전기전자는 물론 기계와 철강, 화학, 운송장비 등도 대표적인 수출업종에 속한다.

 

특히 원-달러 환율 상승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IT업종에 매우 긍정적이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내년 회계연도 기준 연평균 환율이 10원 상승할 경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3600억원과 26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SK하이닉스도 1150억원과 760억원이 늘어나게 된다. LG디스플레이는 1400억원 가량 영업이익이 증가할 수 있을 전망이다.

 

IT 부품·소재업체들에게도 희소식이다. 부품업체들의 경우 달러-원 환율이 10원 상승하면 연간 매출은 1%, 영업이익은 4% 증가하게 된다.

 

미국지역으로 의류를 수출하는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업체들도 환율 상승이 원가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수출비중이 높았던 화학업종에도 실적 개선 요인이다. 내년 환율이 기존 추정대비 50원 절하되면 석유화학과 정유주의 추정이익은 10~15%나 개선된다.

 

 

반면 엔-원 환율은 하락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엔 환율에 대한 노출이 심한 기업들은 내년에도 부담이 지속될 수 있다. 네이버의 전체 매출 중 라인의 일본 지역 매출은 올해 전체 매출에서 33%를 차지했다. 엔-원 환율이 더 내려가면 매출채권 평가손실이 발생한다. 다만 엔화 가치가 5%가량 추가로 빠지더라도 세전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차기아차 등 자동차 산업은 달러-원 상승 수혜를 입으며 실적 개선이 기대되지만 엔화 약세폭이 상대적으로 커지면 중국이나 인도 등에서는 일본업체 대비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여전하다.

 

그동안 원화강세를 누린 업종들은 수혜가 약해질 수 있다. 곡물 원재료를 수입하는 CJ제일제당 등은 환율이 오르면 식품 사업부문의 원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만 일정부분 헷지를 하고 있기 때문에 순이익 영향은 제한될 수 있다.

 

철강업체도 제품수출보다 원재료 수입비중이 높은 동국제강현대제철, 포스코는 마이너스(-) 영향권이다. 환율이 10원 상승하면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0.3% 감소한다. 이와 반대로 고려아연은 달러화 매출 비중이 높아 수혜를 입을 수 있다. 동종업계 내에서도 희비가 갈리는 셈이다. 외화부채가 많은 항공업종에도 원화 약세는 부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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