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그룹의 인사는 성과에 대한 보상에 충실했다는 평가다. 구본무 회장이 평소 강조해온 '시장선도'에 걸맞는 성과를 낸 인물들이 승진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내년 사업에 대한 승부수도 던졌다. LG전자 스마트폰과 TV사업부문의 수장을 1년만에 교체했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폰 사업을 맡은 조준호 사장의 성적표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 '시장선도' 성과에 보상
'시장선도'라는 성과에 대한 보상은 확실했다. 사장으로 승진한 최상규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과 여상덕 LG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대표적이다.
사장으로 승진한 최상규 한국영업본부장은 1981년 입사후 국내영업 및 서비스, 물류 부문의 품질과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2010년말 한국영업본부장으로 부임한 후 고객관점의 경영철학, 탁월한 사업감각과 강한 실행력으로 사업성과에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최 신임 사장은 2011년 전무 승진 후 2012년에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3년 만에 다시 사장으로 승진했다. 2011년 전무로 승진한 이후 사장까지 4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 왼쪽부터 최상규 LG전자 사장, 여상덕 LG디스플레이 사장. |
여상덕 LG디스플레이 사장은 디스플레이 기술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는 인물이다. 특히 LG가 미래사업으로 육성중인 OLED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냈다.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올레드TV를 출시하고, 플라스틱 OLED 등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배경에는 여 신임 사장이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다. LG디스플레이는 OLED사업부를 신설하고, 이 조직을 여 사장에게 맡겼다.
그밖에 계열사 임원 승진자들도 대부분 시장선도 공로를 인정받았다.
LG전자에서는 자동차 부품사업 확대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김진용 IVI(In Vehicle Infotainment)사업부장, 전략거래선 확대 등 유럽지역 매출 확대에 기여한 나영배 유럽지역 대표, 스마트기기용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에 기여한 민경오 SW센터장 겸 SW공학연구소장 등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대외협력업무를 담당하는 이충학 경영지원부문장과 멕시코법인 성장에 기여한 이혜웅 멕시코 법인장 역시 부사장 승진 명단에 포함됐다.
◇ 휴대폰 수장 교체, 얼마나 통할까
LG의 이번 인사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내년 스마트폰 사업에서 일종의 승부수를 던졌다는 점이다. 'G'시리즈를 통해 LG 휴대폰을 부활시킨 박종석 사장의 후임으로 지주회사에서 구본무 회장을 보좌하던 조준호 사장을 임명했기 때문이다. 박종석 사장은 ‘최고기술자문역(CTA: Chief Technology Advisor)’으로 자리를 옮겼다.
조준호 사장은 86년 LG전자 해외영업부문 입사후 10년만에 이사대우 자리에 올랐다. 구조조정본부 경영혁신 담당을 거쳐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정보통신사업부문 전략담당과 북미사업부장을 맡았다. LG전자 휴대폰 전략과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자리다.
이후 지주회사로 자리를 옮긴 조 사장은 경영총괄담당을 거쳐 2009년부터 (주)LG 대표이사를 맡으며 그룹 전체 사업을 조율하는 역할을 했다. 구본무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인물로 사실상 지주회사 살림을 책임져왔다.
조 사장의 임명과 관련 LG전자는 "핵심사업인 스마트폰 사업이 이제 세계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것에 더해 글로벌 모바일 시장에서 고객 니즈에 보다 예민하게 대응하고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내년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기술보다는 마케팅으로 승부해 한단계 더 도약시키겠다는 의미다.

▲ 왼쪽부터 조준호 LG전자 사장, 하현회 (주)LG 사장. |
1년만에 다시 지주회사로 돌아간 하현회 사장도 주목받는 인물이다. 하현회 사장은 지난 2012년부터 2년간 (주)LG 시너지팀장을 맡은 바 있다. 하 사장은 지난해 정기인사에서는 LG전자 HE사업본부장으로 이동, 울트라 올레드TV를 세계 최초로 출시하는 등 차세대 TV 부문을 선점하기도 했다. 하 사장이 맡았던 HE사업본부는 (주)LG 시너지팀장을 맡고 있던 권봉석 부사장이 챙기게 된다.
LG는 하 사장의 이동과 관련 "강력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시장선도를 가속화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데 적임자라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구본무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씨도 이번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구광모씨는 지난 2006년 LG전자에 입사한 후 뉴저지 법인과 HE사업본부를 거쳐 현재 (주)LG 시너지팀에 근무중이다.
구광모씨가 부장 승진 2년만에 다시 임원으로 승진함에 따라 경영승계를 위한 수업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구광모씨는 현재 (주)LG 지분 4.84%를 보유, LG 4세들중 가장 많은 지주회사 지분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