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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급락에 정유사 '멘붕'..현대오일뱅크만 달랐다

  • 2015.02.23(월) 17:28

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 유가급락 직격탄
현대오일뱅크, 가동률 및 재고 낮춰 손실 최소화

국내 정유사들이 지난해 사상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석유제품 공급과잉에 따른 정제마진 악화와 OPEC과 미국의 힘 겨루기에 따른 국제유가 급락 등 원투 펀치를 고스란히 맞았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등은 정유사업에서 1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고, 에쓰오일 역시 7000억원 가까운 손실을 입었다.

 

이 가운데서도 사업규모가 가장 작은 현대오일뱅크는 192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이목을 끌었다. 특히 국제유가 급락으로 대규모 재고손실이 발생한 지난해 4분기에도 현대오일뱅크는 가동률 조정 등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 이익 규모가 크진 않지만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 이중고에 시달린 정유사

 

국내 정유업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정유부문 실적은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에 의해 좌우된다. 정제마진이 지속적으로 악화된 지난해에는 국제유가 급락까지 겹치며 정유사들을 더욱 힘겹게 했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지난해 1분기부터 정유사업에서 적자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SK이노베이션은 2분기부터 적자를 떠안았다. 이후 적자폭은 더 확대돼 4분기에 절정에 달했다.

 

하루 정제량이나 매출액 등 사업규모가 가장 큰 SK이노베이션(-9919억원)이 가장 많은 적자를 떠안았고, GS칼텍스(-9726억원)와 에쓰오일(-6987억원)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GS칼텍스가 가장 큰 곤욕을 치렀다. GS칼텍스는 하루 정제량이 77만5000배럴로 SK이노베이션(111만5000배럴)보다 34만 배럴이나 적지만 적자 규모는 SK이노베이션에 육박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정유사업은 원유 도입가격과 고도화 비율 못지 않게 정제시설의 운영 노하우가 중요하다"며 "유공시절부터 쌓은 50년 이상의 정유사업 경험을 통해 더 발생할 수도 있었던 적자를 조금이나마 줄여 타 정유사와 차이가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 작지만 강한 현대오일뱅크, 비결은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국내 정유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다. 경쟁사들이 정유사업에서만 연간 1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떠안은 것에 반해 총 1928억원을 벌었다.

 

현대오일뱅크의 강점으로는 원유 수입처의 다변화와 인근 석유사와의 판매 및 구매 협력을 통한 원가절감 꼽힌다. 합작사나 대주주의 눈치를 보지 않고 값싼 원유를 상황에 맞게 들여올 수 있고, 충남 대산공장에선 인근 석유회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각 공장을 연결하는 공동 배관망을 구축한 상태다.

 

이 중에서도 현대오일뱅크의 가장 큰 장점은 위기대처 능력이다. 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정유사 중 일일 정제량(39만 배럴)이 가장 적은 반면 고도화 비율(36.7%)은 가장 높다. 높은 고도화 비율은 원유보다 값싼 벙커C유 비율을 높여 마진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한다.

 

사업규모가 작다는 점은 탄력적으로 원유 도입량과 제품 생산량을 줄여 재고손실에 대비할 수 있다. 실제로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4분기 정제시설 가동률을 평소의 80%, 제품 재고는 20~30% 정도로 낮게 유지해 재고손실을 줄였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작년 4분기는 유가 하락폭이 워낙 커 원유 도입처 다변화 효과보다는 원유 도입량과 제품 재고를 줄인 게 흑자의 비결이었다"며 “재고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장 가동률을 낮춰 제품 생산량을 줄이는 방법으로 국제유가 하락에 대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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