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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구조조정, 첫발은 뗐는데…

  • 2016.10.17(월) 17:02

LG화학 PS 생산라인 ABS로 전환
TPA 합작법인 설립 논의 중..대립 여전

지난 달 30일 정부가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개선안을 발표한 이후 업계에서 처음으로 움직임이 나타났다. 규모는 작지만 선제적으로 설비 전환을 했다는 점에서 정부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가장 적극적인 설비 구조조정이 필요한 TPA(테레프탈산)의 경우엔 여전히 답보 상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업계에서의 눈치싸움으로 결과는 안개 속에 빠진 상태다.

 

 

◇ PS 설비 감축 '스타트'

 

가장 먼저 구조조정을 시작한 곳은 LG화학이다. LG화학은 여수공장내 PS(폴리스티렌) 생산라인 2개 중 1개 라인을 고부가 제품인 ABS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LG화학 PS 생산능력은 기존 10만톤에서 5만톤으로 줄어들게 된다.

 

정부는 석유화학 경쟁력 개선안을 통해 경쟁력 약화 제품으로 TPA와 PS, SBR(합성고무)과 PVC 등을 꼽았다. 이 가운데 TPA와 PS는 공급과잉이 경쟁력 약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며 자발적 설비 감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LG화학의 PS 생산라인 감축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업계 자체적으로 개선안을 실현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란 평가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개선안을 발표한 지 채 2주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발적인 생산규모 감축은 의미있는 현상”이라며 “이를 계기로 업계에서 더 적극적인 움직임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그래픽: 유상연 기자/prtsy201@

 

국내 PS 생산규모는 올 3월 기준 73만6000톤 수준이다. PS 생산기업 중에는 LG화학의 규모가 가장 작다. 이 때문에 LG화학이 PS 생산라인을 감축 결정이 실질적으로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은 국내 석유화학사 중 제품 포트폴리오가 가장 다양하다”며 “이번 결정은 정부 개선안 시행보단 기업 자체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제품 라인을 고부가 제품으로 전환한 것이어서 다른 생산기업도 설비 감축에 나설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 대립 여전한 TPA

 

업계에선 PS보다 TPA 설비감축을 더 시급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TPA를 비롯한 합성섬유 원료 시장은 중국의 자급률 증가로 수출 길이 험난해진 상태다. 이로 인해 공급과잉 현상이 심화돼 지난해부터 구조조정 1순위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의 개선안 발표 이후 업계에선 TPA를 생산하는 합작법인을 설립해, 통합 감산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업계에서 M&A(인수·합병) 등 자발적 구조조정에 애를 먹은 가운데 합작법인 설립시, 원가경쟁력을 높이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설비는 줄여 전체적으로 감산 효과를 볼 수 있어서다.

 

하지만 합작법인 설립을 통한 감산 역시 과정이 험난할 전망이다. 생산업체간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한화종합화학과 삼남석유화학, 태광산업 등 생산규모가 큰 기업들은 TPA가 주력 제품이다. 삼남석유화학의 경우, TPA만을 제조·판매하고 있다. 주력 사업을 함부로 접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롯데케미칼과 효성 등은 생산한 TPA 대부분을 자체적으로 소비하고 있다. 제품 수직계열화를 갖추고 있어서다. 이들은 합작법인 등을 설립할 경우, 이 법인을 통해 TPA를 구매해야 하는 과정이 추가될 수 있다.  

 

TPA 생산기업의 한 관계자는 “생산업체 간 M&A가 쉽지 않은 가운데 합작법인 설립 역시 설비 감축을 위한 아이디어 중 하나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업체 간 복잡한 이해관계와 입장 차이가 여전해 실제 감축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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