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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회계 실전노트]⑩발행주식수 그대로인데 감자?

  • 2017.09.29(금) 09:40

액면가만 낮추는 '주금절삭' 방식, 주식수 변함없어
두산건설 등 배당가능이익 확보 위해 액면가 조정

회사가 10대1 주식병합 감자를 하면 발행주식수는 당연히 감자비율(90%)만큼 줄어든다. 그런데 발행주식수는 그대로 두고 90%의 감자를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액면가를 10분의1로 낮추는 방식이다. A사의 발행주식은 100주(액면가 5000원)인데, 액면가를 500원으로 조정한다고 해보자. 자본금이 50만원(100주X5000원)에서 5만원(100주X500원)으로 줄어 90% 감자가 된다. 이렇게 감자하는 방법을 ‘주금절삭’ 감자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잘 쓰지 않는 용어라 굳이 기억할 필요는 없겠다.


대개의 감자는 주식병합 방식이다. 흔치않는 주금절삭방식의 감자를 하는 데는 그 이유가 있다. 아래 표는 2016년 3월 두산건설의 감자결정 공시다.

 

감자주식종류와 수보통주식(주) 0 / 기타주식(주) 0
1주당 액면가액 (원)5,000
감자전후 자본금(원)감자전 420,689,310,000 / 감자후 51,068,931,000
감자전후 발행주식수감자전 보통주식(주) 59,410,590 기타주식(주) 22,727,272 / 감자후 보통주식(주) 59,410,590 기타주식(주) 22,727,272
감자비율

보통주식 (%) 90 / 기타주식 (%) 90

감자방법주식액면가액의 감액
(금 5,000원 → 금 500원)
감자사유자본 효율성 및 주주가치제고

 

공시를 한번 훑어보면 여느 감자 공시와는 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감자주식의 수가 '0'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감자 후에는 자본금이 3696억원 줄어든다(감자 전 4206억원 감자 후 510억원).

 

감자주식의 수가 0인데 막대한 자본감소액이 발생한다? 그 아래로 내려가 감자방법을 보면 주식액면가액을 5000원에서 500원으로 낮춘다고 되어있다. 이쯤되면 주금절삭 감자가 떠올라야한다.


감자 전후에 보통주와 기타주식(보통주 외의 우선주 등) 발행주식수가 변함이 없는데, 액면가액을 10분의1로 줄이니 90%의 감자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자본감소액(3696억원)만큼의 감자차익(자본잉여금의 한 종류)이 발생하였다. 그렇다면 두산건설은 왜 굳이 주금절삭 방식의 감자를 단행했을까.


회사는 공시에서 감자사유로 ‘자본효율성과 주주가치 제고’를 들었다. 결손금 해소와 같은 재무구조개선 목적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뭘까.

 

그 힌트를 우리는 감자결정 공시의 하단부에서 찾을 수 있다. 아래의 표는 이 공시 맨 아래쪽에 붙어있는 것으로, 두산건설이 발행했던 기타주식에 대한 내용이다.

 

발행일자

2013 1216

주당 발행가액(액면가액)

17,600(5,000)

발행총액(발행주식수)

399,999,987,200(22,727,272)

주식
내용

이익배당

우선주 발행가격의 6.5% 우선배당

상환

상환조건

배당가능이익이 존재함을 전제로 2016 12 16일 우선주 1주당 17,600원으로 상환(조기상환시 2015 12 16일 주당 17,600원에 가산금 1% 더한 금액)

상환기간

2016 12 16
(
단 조기상환시 2015 1216)

주당 상환가액

17,600

전환

전환조건

우선주 1주당 보통주 1주로 전환,

전환청구기간

2017 3 16 ~ 2018 3 15


두산건설은 2013년 12월 상환전환우선주(RCPS) 3999억원어치(2272만주)를 발행하였다. 이 우선주에는 주당 발행가격(1만7600원)의 6.5% 우선배당을 실시하고, 앞으로 보통주로 전환시 1대1의 비율로 전환한다는 조건이 붙어있었다.


3년 뒤 상환시에는 발행가격과 똑 같은  가격으로 상환한다.


이 공시에는 나타나있지 않지만 당시 전환상환우선주 발행관련 공시를 찾아보면 대주주인 두산중공업이 상환에 책임을 지는 여러가지 옵션조건도 붙어 있었다. 어쨌든 두산건설이  배당을 원활하게 하려면 회사에 배당가능이익이 충분히 있어야 했다. 두산건설은 해마다 250억원 안팎의 우선주 배당을 해 가면서 만기상환에도 대비해야 했다.


회사로서는 우선주에 대한 주당 배당액과 보통주로의 전환비율 등을 고려하여, 우선주 발행주식수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주금절삭 감자를 결정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당시 회사 관계자는 "배당가능이익을 위한 감자"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비슷한 사례를 이수건설에서 찾을 수 있다. 이수건설은 2014년 12월에 주금절삭 방식의 감자를 결정했다. 액면가 1만원을 액면가 1000원으로 조정하는 90% 감자였다.


회사는 감자 목적이 결손금 해소와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밝혔다. 시장 일각에서는 궁극적 목적은 감자차익을 활용하여 배당가능이익을 충분히 확보함으로써 신규자금(상환전환우선주 발행)을 확보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회사는 처음에는 상환전환우선주 발행 여부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러나 약 보름 뒤 500억원 어치의 상환전환우선주 발행 결정 공시를 함으로써 시장의 추측이 맞다는 걸 보여줬다.


이번 편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기주식 소각 감자 등도 함께 다루려고 했으나 분량이 넘쳐 다음 편으로 넘긴다. 다음 편에서는 아울러 감자와 증자를 동시에 실시하는 이유와 사례 등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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