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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이 말하는 'LCC·스타벅스·진에어'

  • 2018.03.29(목) 18:21

공식석상 첫얼굴 비친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
"장거리·대형기종 없이도 1등 뺏기지 않을 것"

"앞으로 10년 간 제주항공의 사명(미션)은 '더 넓은 하늘을 향한 도전으로 더 많은 사람과 행복한 경험을 나누는 것'으로 삼으려 한다. 저비용항공사(LCC) 본연의 경쟁력을 지켜 나가면서, 올바른 조직 풍토를 바탕으로 충성고객을 늘려 가겠다."
 

▲ 제주항공 이석주 사장(대표이사)가 29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서 가진 매체 상견례 자리를 통해 경영 전략을 밝히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대표이사)이 취임 후 첫 공식석상에 섰다. 29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서 가진 매체 상견례 자리를 통해서다. 보스턴컨설팅 그룹(BCG) 컨설턴트 출신으로 2008년 애경그룹에 합류한 그는 2014년부터 계열사인 제주항공에 몸담으며 마케팅·영업(커머셜) 본부장을 역임한 뒤 작년말 대표이사에 올랐다.

 

제주항공은 작년 창립 이후 13년래 최고 실적을 거뒀다. 영업이익은 1016억원, 매출은 9963억원으로 LCC 최대였고 항공업계에서 보기 드물게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10.2%)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사장은 "재무실적은 내세우지 않으려고 한다. 저유가 같은 외부 여건 덕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내부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활성화해 경쟁력을 다지자는 게 지금 우리의 사명(미션)"이라고 강조했다.

 

◇ "LCC 본연 경쟁력 키운다" 


그는 맨 먼저 신기종 도입계획에 대해 "기단을 어떻게 운영하고 어떤 노선 네트워크를 꾸릴 것인가는 항공사 근간"이라며 "LCC 모델에 충실하겠다는 방향을 명확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비용 효율성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낮은 운임을 제공해 많은 사람에게 여행 기회를 주는 틀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 사장은 "'B737-800' 단일기종을 지켜나가는 것이 비용 효율성과 운영 안정감을 유지해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다만 항공기가 진화하면서 기단을 업그레이드하는 기회가 오면 (보잉사) B737 맥스 도입을 진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르면 그 시기는 내년 하반기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제주항공의 취항노선은 5시간 이내 중단거리인데 향후 신기종을 도입하게 되면 1~2시간 더 걸리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지까지는 넓힐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만 도입 형태나 규모 등에 대해서는 "앞으로 (보잉과) 매섭게 협상할 부분"이라며 말을 아꼈다.

 

중단거리 노선에 국한하면 성장성에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결코 그렇지 않다. 밀도를 높이면 된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인천, 김해만 허브로 삼고 있지만 무안공항, 제주공항 등 지방발 국제선을 확대해 고객 저변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M&A? 내 임기 중엔 없다"

 

이 사장은 최근 제주항공이 인수합병(M&A)에 나설 수 있다는 시중의 관측에 대해서도 "내가 있는 한 그럴 일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명확히 하고 싶다. 지금까지도 인수합병을 검토하거나 그에 필요한 조사를 한 적 없다"며 "10년 전 애경으로 온 뒤, 또 제주항공에서 일한 3년 동안 인수합병 시나리오를 전략으로 다룬 적 없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판촉과 영업, 운영(오퍼레이팅)을 건전화해 사업기반을 만드는 것이 본인이 주력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적어도 제가 이끄는 동안 M&A 기획은 없을 것이다. 재무 역량이 상대적으로 좋아 그런 관측이 있겠지만 그게 M&A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LCC 업계 장거리 노선 확대나 대형기 도입 추세에 대해서도 득될 것 없어 보인다는 입장이었다. 큰 비행기를 한 번 띄우는 것보다 현재 기종을 더 많이 운항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이 사장은 "장거리 하려는 LCC가 많아지고 있지만 아직 그들 중에 성공한 모델은 나오지 않았다"며 "대형기종도 당장 매출 측면을 보면 장점이 있을 수 있지만 비용을 감안하면 의문이 든다"고 했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항공사가 '스타벅스'를 말하는 이유

 

이 사장은 "선배들이 그 동안 키워온 회사를 내가 이끄는 동안 조금 더 좋은 회사로 만들어서 후배들에게 넘기겠다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 하워드 슐츠 회장 얘기로 경영철학을 대신하겠다며 말을 이었다.

 

그는 하워드 슐츠의 '직원이 먼저(Employee First)'라는 경영철학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때 고객들도 다시 찾는다. 자부심과 사랑이 넘치는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고객 만족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최근 직원이 급증해 3000명에 육박하게 됐다"며 "지금까지 제주항공의 문화에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문화를 하나로 묶어 직원 전체가 새로운 도전을 지속하면서도 일원이 된 것을 즐겁게 느껴야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진에어와 차이? "우린 사장도 이름 부른다"

 

경쟁사 진에어를 두고 차별점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대한항공 계열 진에어에는 지난 23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표이사로 올랐는데, 조 회장은 당시 "세계 최고 LCC로 만들려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사장은 이에 대한 답변에서 '진에어'를 한마디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대신 첫 마디로 "우리 직원들은 저를 이석주 님이라고 이름을 부른다"고 답했다. 이어 "그렇게 한 것은 혹여라도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서로 존중하는 호칭을 통해, 소통을 강화해 풀어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덧붙여 "현장의 소리를 놓치지 않으려 하는 것은 지금까지 제주항공을 만든 직원들의 역사에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라며 "직원이 제주항공을 만든 것이고 내가 총 지휘하는 리더로서 할 일은 직원들이 출근할 때 행복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이 사장은 "고객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서비스와 공항 조업 개선, 정보기술(IT) 투자를 통한 고객접점 확대로 선두주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화 하겠다"며 "최근 한국항공우주(KAI)가 주도적으로 만든 항공정비(MRO) 사업 참여도 안전 제고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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