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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들이 빛났다…삼성의 미묘한 변화

  • 2018.08.02(목) 15:49

[어닝 18·2Q] 5대그룹 리그테이블①
삼성전자 반도체 쏠림심화…그룹내 비중도 축소
삼성전기·SDI·SDS, 실적개선으로 존재감 증명

삼성전자가 주춤한 사이 삼성전기·삼성SDI·삼성SDS 등이 기지개를 켰다. 큰 형님(삼성전자)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던 동생들이 모처럼 '나 여기 있소'라며 목소리를 낼 만큼의 호실적을 거뒀다.

비즈니스워치가 2일 집계한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SDS 등 삼성 주요 계열사 10개사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총 15조96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4조7317억원)에 비해 1조2283억원 늘었다. 영업이익 증가율은 8.3%를 기록했다.

눈길을 끄는 건 그룹의 주력사인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비중이 소폭이나마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2분기 95.5%를 차지하던 삼성전자는 이번에 93.2%로 2.3%포인트 떨어졌다.

매분기 역대 최대기록을 갈아치우며 무섭게 질주했으나 올해 2분기에는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사업 부진으로 성장세가 주춤했던 게 주된 원인이었다.

그렇더라도 다른 계열사들의 성적은 높이 평가할만 했다. 삼성전기와 삼성SDI가 대표적이다.

 


◇ 형님의 빈자리 채운 아우들

삼성전기는 가로와 세로 각각 1㎜ 안되는 작은 부품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라는 부품 덕에 5년만에 2000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렸다. 갤럭시S4가 인기를 끈 2013년 2분기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이다. 영업이익률은 11.4%에 달했다.

스마트폰, 컴퓨터, TV 등 각종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필수부품인 MLCC는 전류를 필요한 만큼 흘려보내고 각종 노이즈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성능이 발달하고 전기차와 같은 자동차에도 널리 쓰이면서 없어서 못팔 정도로 값이 뛰었다. 일본 무라타에 이어 세계 2위의 MLCC 제조사인 삼성전기가 그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것이다.

삼성SDI는 그간 적자를 내던 중대형전지가 큰 폭의 매출신장을 이루면서 실적개선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증권사들은 삼성SDI가 에너지저장장치(ESS)와 하이브리드(PHEV) 차량용 전지 등에서 2분기에만 8000억원 안팎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보고 있다. 1분기 5000억원대에 그친 중대형전지 매출이 설달새 '레벨업'한 것이다. 특히 중대형전지는 ESS 수요에 힘입어 올해 2분기 자체적으로 첫 흑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갤럭시S 시리즈 등 스마트폰용 배터리를 공급하는데 만족했다면 거둘 수 없는 성과다.

삼성SDS도 스마트팩토리와 솔루션 등 주력인 IT 서비스 사업이 힘을 내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물류 BPO(업무프로세스) 역시 1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으로 흑자전환하면서 실적개선에 도움을 줬다. 지난해 4분기 8.4%를 정점으로 꺾이는듯 했던 영업이익률도 올해 2분기에는 9.6%로 뛰었다.

 


◇ 걱정스러운 삼성전자의 반도체 의존도

물론 큰 형님(삼성전자)은 할만큼 했다. 2분기 영업이익은 14조8690억원, 영업이익률은 25.4%에 달했다. 문제는 반도체에 의존하는 현상이 심화됐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11조6100억원)은 78%에 달했다. 비중 자체만 보면 삼성전자를 더는 스마트폰 제조사나 가전회사로 보기 어려울 정도다. 이는 반도체 시황이 꺾이면 삼성전자가 혹독한 시련을 겪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미 낸드플래시 가격은 공급증가로 하락했고 견조하던 D램도 현물가격이 약세를 나타내며 우려를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영업이익률은 1분기 55.6%에서 이번에는 52.8%로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아직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봤다.

전세원 삼성전자 전무는 지난달 31일 컨퍼런스콜에서 "업계 전반에 공급 확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여전히 수요를 따라가기 버거운 수준"이라며 "내년에도 안정적인 업황이 전개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갤럭시S9 판매부진으로 IM(IT·모바일)부문 매출은 1분기 28조4500억원에서 2분기에는 24조원으로 내리막길을 걸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3조7700억원에서 2조6700억원으로 감소했다.

중국의 매서운 추격을 받고 있는 디스플레이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기대비 각각 1조8700억원, 27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주요 사업부문이 힘을 못쓴 것이다.

증권사들은 올해 3분기 삼성전자가 17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내며 개선된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역은 역시 반도체다. 그럼에도 찜찜함은 남는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은 D램, 낸드 업황에 변함없는 자신감을 표출했지만 낸드 업황은 이미 다운사이클에 진입했고 D램 업황은 4분기 이후 둔화되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삼성물산의 진격…중공업은 뒷걸음

건설·중공업 계열사들은 나쁘지 않은 실적을 냈다. 삼성중공업이 예상치 못한 드릴십 관련 손실로 2분기에만 1000억원 가량 영업적자를 기록해 '옥의 티'로 남았지만 삼성물산·삼성엔지니어링은 호실적을 이어갔다.

특히 삼성물산은 건설부문의 수익성 개선에 힘입어 분기 영업이익이 3000억원대로 점프했다. 지난 2015년 9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해 새로 출범한 이후 분기 기준으로는 최대 규모다.

삼성엔지니어링 역시 6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이어갔다. 화공부문의 원가율이 개선된 점이 이익증가에 힘을 보탰다. 올해 2분기 수주 실적은 1조7895억원으로 상반기 전체로 보면 6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수주금액인 8조5000억원의 70%를 넘어선 수준으로 하반기부터는 실적개선이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중공업은 판매관리비 등 고정비 부담에 더해 오션 리그(Ocean Rig)  드릴십 1척 납기연장 등으로 약 390억원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점이 실적에 부담을 줬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하반기 해양공사 체인지오더(Chnage Order) 정산 등 손익 개선 가능성도 있다"며 "연간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호텔신라는 면세점의 수익성이 좋아지면서 분기 사상 최대인 69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제일기획도 호실적을 이어갔다. 에스원은 인건비 부담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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