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첫 정기인사를 실시하며 외부인사를 대거 영입하는 파격을 시도했다. '포피아(포스코+마피아)'라는 말을 낳을 정도로 내부에 순혈주의가 만연하다는 안팎 지적을 단번에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다.
20일 발표한 포스코 정기인사에서는 포스코그룹 미래사업 사령탑 격인 '신성장부문장'에 오규석 전 대림산업 사장이 이름을 올렸다. 최 회장이 지난 7월 취임하면서부터 외부 영입 의지를 피력했던 자리다. 최 회장은 "신성장 쪽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서 그 조직은 포스코와 다른, 좀더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그런 문화를 만들어서 실행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꿔보려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오 부문장은 포스코와는 드러난 인연이 없는 인물이다. 1963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 경영대학원을 나온 컨설턴트 출신이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모니터그룹 이사를 지내다가 1999년부터 옛 LG텔레콤에 근무하며 마케팅실장 상무, 전략개발실장 상무, 전략기획담당 상무를 역임했다.
2004년부터는 옛 하나로텔레콤에서 경영전략실장 전무, 전략부문장 전무, 마케팅부문장 전무, 마케팅본부장 전무를 거쳤다. 2006년부터 MSO(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C&M커뮤니케이션 대표이사 사장을, 2011년부터 작년말까지는 대림산업에 근무하며 경영지원본부장 사장, 총괄사장을 역임했다.
업계에서는 "IT(정보기술), 방송, 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과 이해도가 높은, 합리적이면서도 논리적인 분석력이 뛰어난 인사"라는 평이 나온다. 포스코가 중점 추진하고 있는 2차전지 소재사업 분야 경력은 없지만 다양한 이력이 미래성장동력 발굴과 육성을 이끌 자산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신성장부문 내에서 벤처 육성과 지역경제 활성화, 청년실업 문제 해결 등을 전담하는 신설기구인 '산학연협력실' 책임자로는 박성진 포항공대(포스텍) 교수가 선임됐다. 문재인 정부 초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였다가 역사인식 및 종교 논란으로 하차한 인물이다.
신임 박 실장은 1968년생으로 포항공대 기계공학 박사 출신으로 LG전자 생산기술원 선임연구원, 쎄타텍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을 거쳤다. 포항공대에서도 기술지주회사 대표이사를 맡는 등 학자 출신으로 산학연 협력 경험이 풍부하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최 회장은 포스코그룹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포스코경영연구원장(포스리)에도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연구원 경력의 장윤종 박사를 영입했다.
장 박사는 1958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프랑스 파리제10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KDI를 거쳐 산업연구원에서 디지털경제실장, 부원장, 성장동력산업연구센터 소장, 4차산업혁명 연구부장 등을 역임했다. 포스코는 이들 외에 무역통상조직 수장을 맡을 외부출신 임원을 내년 1월 중 선임할 예정이다.
내부 인사 가운데서도 파격이 있었다. 포스코의 '입'이라 할 수 있는 홍보실장 자리를 여성 임원이 차지한 것이다. 신임 최영 홍보실장은 홍보그룹장(상무보)에서 상무로 승진하며 실장에 보임됐다. 최 실장은 1968년생 연세대 영어영문과 출신으로 1990년 여성공채 1기로 포스코에 입사해 줄곧 홍보 관련 업무를 맡아왔다. 기존 이상춘 홍보실장은 포스코건설로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