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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르노삼성]③르노그룹, 꼼꼼하게 '출금'

  • 2019.04.15(월) 10:35

부품매입비 등 각종 명목으로 본사 송금
배당으로만 인수자금 추월

출범 20년 남짓한 르노삼성자동차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노동조합과의 마찰이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당장 앞으로의 생존 여부를 고심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리고 있다. 내수시장에서도, 세계시장에서도 르노삼성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내부적으로 지배구조 이슈도 불거지고 있다. 그야말로 내우외환의 상황. 르노삼성의 위기와 그 배경, 그리고 넘어야할 과제들을 진단해본다.[편집자]

르노삼성은 외형 성장세에 비해 수익성이 저조한 편이다. 르노그룹에 넘어간 지난 20년간 매출 규모는 60배 이상 늘었지만 수익성은 이같은 성장세를 따라잡지 못했다.

오히려 몸집이 불어날 수록 수익성은 쪼그라들었다. 최대 매출을 올리고도 적자를 기록하는 해가 더러 있었다. 단순히 자동차 판매 부진의 영향으로만 보기에는 매출 규모 대비 영업익의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모기업에게 이런 저런 이유로 상납한 돈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이 그간 부품 매입 및 기술 사용료 등의 명목으로 르노그룹에 지급한 돈만 해도 연간 최소 수천억에서 많게는 수조원에 달한다. 이도 부족해 2000년대 중반부턴 배당금도 챙겨줬다.

◇ 배당, 인수자금 채우고도 남았다 

일단 배당금이다. 이익이 줄면 주는 대로 늘면 늘어나는 대로 틈틈이 빼갔다.

르노삼성차가 배당하기 시작한 것은 2007년부터다. 르노그룹(지분율 80.4%)은 배당 첫 해 330억원을 챙긴 뒤 이듬해는 건너 뛰었지만 2009년에 208억원을 받았다. 당시 르노삼성은 영업 적자로 돌아선 해였다.

적자 폭이 확대된 2011년과 2012년엔 배당이 잠시 중단됐다. 그러다 2013년 QM3의 흥행으로 내수 실적이 개선되자 다시 배당을 시작, 이후 2018년까지 6년 연속 배당 기조를 이어갔다.

특히 사상 최대 실적을 내기 시작한 2015년부턴 중간배당과 결산배당으로 나누는 등 총 배당금이 천억원 단위로 껑충 뛰었다. 2016년의 경우 중간배당과 결산배당으로 총 2480억원을 가져갔다. 당시 배당성향은 100%로, 1년간의 성장의 과실을 몽땅 주주에게 나눠 준 셈이다.

2017년엔 중간배당없이도 1706억원을 지급했다. 2018년 1248억까지 합하면 르노삼성의 2007년이후 총배당금 9287억원중 7429억원을 르노그룹이 가져갔다. 이는 2000년 르노그룹의 삼성자동차 인수금액 6150억원을 훨씬 넘어선 수준이다.

◇부품 매입·기술사용료…각종 명목으로 송금 

르노삼성의 2000~2018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르노삼삼성이 지난 20년간 르노그룹에 차량 부품 매입비·기술 사용료·연구비·용역수수료·광고비 등으로 지급한 금액이 12조 2453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지급 규모는 인수 첫 해 324억원에서 이듬해 1000억원대로 확대, 해외 수출이 시작된 2005년부턴 배로 불어났다.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었던 2010년, 2011년에는 대규모 영업손실에도 불구하고 2년 연속 1조원 넘게 송금했다.

지난해에도 르노삼성은 르노그룹에 1조 223억원을 보냈다. 같은 기간 영업익(3541억원)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그 중에서도 차량 부품 매입비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도 전체 내역(차량부품 매입비·기술사용료·연구비·급여·복리후생비·용역수수료·광고판촉비·임차료)중 차량부품 매입비만 73%에 달한다.

이는 르노그룹과 르노삼성간의 다소 특이한 사업 구조와 관련이 있다. 르노삼성은 본사에서 부품을 사들여 국내서 차를 제조한 뒤 이를 다시 본사에 되판다. 르노삼성의 생산량이 늘면 본사에 대한 부품 매입 지급액도 늘어나는 구조다. 여기에 환율상승까지 더해지면 르노삼성의 지급 규모는 더욱 증가한다.

기술 사용료와 연구비 지급액도 꾸준히 늘었다. 르노삼성은 르노그룹과 지난 2000년 9월 1일부터 2003년 1월2일까지 기술 도입 계약을 끝내고, 2004년부터 매년 일정액 이상의 기술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

인수 초반만 해도 르노삼성의 기술 사용료는 200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929억원으로 늘어났다. 매년 300~500억원 선에서 유지되는 한국GM의 기술 사용료 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연구비 명목으로 지급된 돈도 소액이지만 조금씩 늘고 있다. 작년에는 59억원이었다. 반면 르노삼성의 연구개발비(R&D) 비중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르노삼성을 바라보는 르노그룹의 시선을 간접적으로나마 유추해볼 수 있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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