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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르노삼성]④부산공장이 위험하다

  • 2019.04.17(수) 11:01

르노 위주 편향된 수익구조..노사대립 유발
노사간 7개월 대치...부산공장 생산절벽 직면
로그 후속 절실...생존 갈림길

출범 20년 남짓한 르노삼성자동차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노동조합과의 마찰이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당장 앞으로 생존 여부까지 고심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내수시장에서도, 세계시장에서도 르노삼성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내부적으로 지배구조 이슈도 불거져 있다. 그야말로 내우외환의 상황. 르노삼성의 위기와 그 배경, 그리고 넘어야할 과제들을 진단해본다.[편집자]

모기업 배불리기식의 편향된 수익 구조는 결국 르노삼성의 노사갈등을 낳았다. 르노삼성 노조는 노동자들의 꾸준한 헌신과 노력으로 생산성 지표가 향상됐음에도 불구, 성장의 과실은 온전히 르노그룹의 몫이었다고 토로하고 있다. 수익성이 개선되고 르노가 배당금을 꼬박꼬박 챙겨가는 사이에도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와 노동 환경은 달라진게 없다는 것이다.

노조는 파업을 택했다. 작년 6월 임금단체협상(임단협)에서 사측이 노조의 이같은 주장과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10월부터 현재까지 부분 파업을 벌이고 있다. 무려 7개월, 총 53차례, 210시간에 걸친 노조의 파업으로 르노삼성의 매출손실액은 2430억원으로 추산된다. 부산공장 가동률도 50%대 붕괴 위기에 놓여있다.

결국 사측은 이달 말로 부산공장의 '셧다운', 이른바 공장 가동 중단을 선언했다.

◇노동 환경 어떻길래

르노삼성 노조는 그간 자동차 업계에서 모범생으로 분류돼 왔다. 2012·2013년 임금 동결과 2015년 호봉제 폐지 및 임금피크제 도입 등 사측의 요구를 아무런 반발없이 오롯이 수용했다.

그랬던 그들이 강경 투쟁에 나선 데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근무환경 때문이다.

르노삼성의 노동 환경은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도 열악한 편에 속한다. 일단 차를 만들어 내는 곳이 부산공장 한 곳 뿐이다. 생산 라인도 하나여서 라인업 전부를 한 라인에서 생산해야 한다. 현재 부산공장서 생산되는 차종은 모두 7종(SM3ㆍSM5ㆍSM6ㆍSM7ㆍQM3, 로그, SZ.E)으로 소형차에서 SUV까지 혼류생산이 불가피하다. 그만큼 노동 난이도가 높다.

노동 강도도 세다. 2012년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더욱 심해졌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자수가 1600명 정도 줄어든 탓에 남은 노동자들이 그 공백을 메워야 했다. 반면 생산량은 꾸준히 꾸준히 늘었다. 2014년 15만대를 기록한 이후 줄곧 늘어 2017년에는 27만대까지 찍었다. 노동자 1인당 작업량도 그만큼 늘었단 얘기다.

급여는 업계 꼴찌 수준이다. 르노삼성의 평균 연봉은 7800만원 수준으로, 국내 5개 완성차 업계의 평균치인 9000만원을 크게 밑돈다. 업계 3위 경쟁사인 쌍용차(8300만원)와 한국GM(8700만원)에 비해서도 낮다. 모범생 르노삼성 노조가 3년간의 무분규를 끝내고 강경 태세에 돌입한 이유다.

노조는 작년 임단협서부터 생산 인력 200명 추가 투입, 인력 전환 배치 합의제 전환, 월 기본급 10만 677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일체 거부하고 있다. 르노삼성의 임금 수준은 르노 계열의 다른 공장 보다 높은 수준이고, 추가 투자를 단행하기엔 재정적 부담이 크다는 우려에서다.

◇생산절벽→공장가동중단→공장 폐쇄 가능성 우려

양측의 교착 상태가 무려 7개월째 지속되면서 부산공장은 생산절벽 위기에 직면했다. 가뜩이나 노조의 파업으로 생산량이 줄었는데 르노그룹이 부산공장 매출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닛산 로그의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부산공장은 지난 2014년부터 닛산 로그를 위탁받아 생산, 공급해왔다. 북미시장내 로그의 높은 인기덕에 주문 물량이 매년 증가, 작년까지 매년 10만대 이상씩 꾸준히 생산해왔다. 이는 부산공장 전체 생산량의 절반의 차지하는 수준으로, 르노삼성의 핵심 수익원이었다. 때문에 로그의 생산량 감소는 르노삼성의 수익성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오는 9월이면 이 마저도 날아갈 판이다. 닛산 로그의 위탁 생산이 오는 9월로 종료 되지만, 여전히 후속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이 직접 나서서 르노그룹이 내년에  출시할 'XM3' 신차 물량 배정을 요구한 상태지만, 르노는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그의 생산 감소가 현실화 된 가운데 오는 9월 종료 전까지 르노그룹이 추가 물량을 배정치 않으면 부산공장은 생산절벽→셧다운(공장 가동 중단)에 이어 공장 폐쇄 단계까지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누구의 길을 갈 것인가

르노삼성이 지금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선 파업 종료가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르노그룹이 신차 배정의 조건으로 파업 종료를 내건 만큼 회사의 존속을 위해서라도 노사간 화해가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아직까지 가능성은 희박하다. 노사 양측 모두 서로의 양보만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 3월 1차 교섭 결렬 후 어렵게 성사된 2차 교섭 마저 아무런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채 마무리 지었다. 임단협의 최대 쟁점인 기본급 인상에 대해 노조의 양보로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이 있었다. 하지만 작업 전환배치 등 근로 조건 완화를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은 터에 최종 결렬됐다.

노조는 부분 파업을 재개했고 사측은 셧다운으로 대응했다.

업계는 르노삼성이 쌍용차와 한국GM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평하고 있다. 노사의 결단에 따라 부활에 성공한 쌍용차가 될 수도 있고, 결국 공장을 매각한 한국GM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쌍용차는 지난 2009년 4월 사측의 대규모 정리해고(정규직 2646명과 비정규직 500명) 결정에 노조가 파업으로 대응하면서 양측이 벼랑 끝 대치에 몰린 바 있다. 77일간의 파업으로 60명 넘게 구속됐고, 공장 가동률은 10%대로 곤두박질 쳤다.

노사는 결국 화해를 택했고 9년째 무분규를 이어오고 있다. 노사 화합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티볼리, G4 렉스턴, 코란도 스포츠 등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 3월에는 내수 판매 월간 1만대로, 3년 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공장 가동률도 60% 진입을 코 앞에 두고 있다.

반면 한국GM은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를 사측이 군산 공장 폐쇄로 맞받아치면서 상황이 악화일로를 걸었다. 2대주주인 산업은행이 한국GM에 7억 5000만 달러 지원을 약속하고 나서야 상황은 잠잠해졌지만 여전히 시한폭탄이다.

후폭풍도 상당하다. 군산공장 폐쇄로 지역 사회는 충격에 빠졌고, 협력업체는 줄도산 위기에 처해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차 배정이 시급한 만큼 회사 존속을 위해서라도 노사간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며 "그 결과에 따라 르노삼성은 제2의 쌍용차 아니면 제2의 한국GM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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