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어 업계는 올해 1분기, 그 어느 때 보다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라는 돌발 변수에 전 세계 완성차 업체 공장이 문을 닫는 초유의 사태로, 국내 타이어 3사(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의 외형과 수익성 역시 역대급으로 쪼그라들었다.
한국타이어는 오너 부재 리스크까지 불거져 이중고를 겪었고, 금호타이어는 경영 정상화에 제동이 걸렸다. 승승장구하던 넥센타이어도 그간의 질주를 끝냈다.
한국타이어·금호타이어·넥센타이어 등 국내 타이어 3사는 지난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 2조3835억원, 영업이익 1130억원을 합작했다. 1년전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11.1% 줄었고, 영업이익도 33.1% 감소했다. 3사 평균 영업이익률은 4.7%로, 전년(6.3%)대비 1.6 %포인트 하락했다.
3사 어느 누구도 외형과 이익을 늘리지 못했다. 코로나 사태로 핵심 고객인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잇따라 셧다운에 들어가면서 타이어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일부는 내수에서 버텼지만, 수출 부진을 상쇄하기엔 힘이 딸렸다.
업계 1위인 한국타이어부터 휘청거렸다.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4358억원, 10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6%, 24.6% 감소했다.
한국타이어는 "코로나 확산으로 전 세계적 경기 침체와 소비 심리 둔화 등 타이어 수요 급감으로 실적이 감소했다"며 "글로벌 주요 시장의 신차용 타이어 공급과 교체용 타이어 수요 감소와 글로벌 생산시설 가동일 조정 등이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한국타이어의 1분기 지역별 매출 현황에 따르면 어디에서도 매출이 늘어난 곳이 없다. 내수만 해도1750억원으로 1년 전 1900억원 보다 8% 감소했다. 완성차 업계 가동 중단으로 신차용(OE)타이어 판매가 줄어든 결과다.
중국의 부진은 더 했다. OE 타이어와 교체(RE)타이어 수요의 동반하락으로 전체 외형이 전년 동기에 비해 34% 쪼그라 들었다.
코로나가 뒤늦게 덮친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도 매출 감소세가 확연했다.
유럽의 경우 연초만 해도 독일을 중심으로 판매 회복을 보였으나 3월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RE 판매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주요 차량의 생산 감소로 OE 판매까지 줄면서 전체 매출이 1년 전에 비해 7% 감소했다.
미국은 주요 거래 기업의 감산까지 더해지면서 매출이 1년전 4710억원에서 3870억원으로 20% 줄어 들었다.
그나마 이 역시도 '고인치 승용차용 타이어'가 버텨준 결과다. 한국, 북미,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18인치 이상 고인치 타이어의 1분기 매출 비중은 33.7%로, 전년동기대비 2.7%포인트 증가하며 실적 하락을 방어했다.
한국타이어의 이같은 부진은 오너 부재 리스크를 더욱 부각시켰다. 한국타이어의 수장이자 컨트롤타워였던 조현범 대표는 배임 수재 및 횡령 혐의로 작년 말 구속됐다. 지난달 집행유예 선고로 실형은 면했지만, 경영 복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한국타이어는 오너 부재 리스크를 해소하고,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글로벌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운영, 수요 부진에 따른 판매 감소에 대응하고, 재고 최적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공장 유지보수, 연구개발시설 투자 등 자본적 지출(Capex) 규모를 당초 4900억원으로 예상했지만, 시장 변동성과 투자 시급성을 고려해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금호타이어는 뼈를 깎는 경영 정상화 노력에 그나마 타격이 덜했다. 그러나 영업적자는 지속됐고, 매출도 감소했다. 특히 기아차의 소형 SUV 셀토스의 독점 효과를 코로나로 반감시킨 게 뼈아팠다.
금호타이어의 1분기 매출은 488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1.1%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201억원에서 184억원으로 줄었으나 적자 기조는 유지됐다.
타이어 수요 감소로 생산이 줄고, 재고가 쌓이면서 금호타이어 역시 셧다운을 피하지 못했다. 광주공장만 해도 지난 4월 총 9일간 문을 닫았다. 이는 비용 확대로 이어져 손실을 내는 데 일조했다.
다만 고인치 타이어 부문은 선방했다. 17인치 이상 타이어 매출 비중이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하며 44.6%를 기록했다. 마제스티 등 고급 타이어가 주효한 결과다.
금호타이어는 올 상반기까지 코로나19 충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고, 17인치 이상 고인치 타이어 판매를 확대,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금호타이어를 맹추격하던 업계 3위 넥센타이어도 코로나에는 힘을 쓰지 못했다. 코로나 여파로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6.2% 감소한 4591억원에 그쳤고,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47.6% 감소하며 254억원에 머물렀다.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3사중 가장 큰 낙폭이다.
지역별로 보면 국내와 중국, 유럽 시장의 부진이 확연하다. 이들 지역에서만 매출 비중이 각각 5%, 6%, 14% 감소했다. 특히 체코공장이 신규로 가동됐지만, 타이어 수요가 감소하면서 생산 실적은 90만7000본에 그쳤다. 작년 같은 기간 생산은 98만6000본이었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와 다르게 고인치 타이어 판매 비중도 줄었다. 1년 전 보다 6% 감소한 55%를 기록했다.
타이어 업계는 4월을 기점으로 글로벌 완성창 공장의 셧다운이 본격화된 만큼, 1분기보다 2분기 실적 하락폭이 더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승용차 생산은 전년 대비 22% 감소한 6960만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전 세계 자동차 생산도 약 22% 줄어들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주춤하고 있는 국내와 달리 미국과 유럽에서 아직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는 추세여서 단기간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수보다 수출 비중이 더 높은 타이어 3사에게는 2분기 실적 우려가 더 크다"고 말했다.